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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현장] 시각장애인들 다시 ‘옥상난간’에 선 이유는…

등록 2006-06-30 15:45수정 2006-07-04 00:55

옥상 시위 농성을 마치고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이정국 기자)
옥상 시위 농성을 마치고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이정국 기자)
“민생법안 늦춰지면 난린데, 우리 수만명 생계는…”
마포대교에서 농성중이던 시각장애인들이 22일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대책마련 약속 뒤 해산했던 고공시위를 다시 시작했다.

이들은 정부의 실현가능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며 여의도 삼희익스콘벤처타워 옥상에서 위험한 고공시위를 나흘째 벌이고 있다. 직접 찾아간 시위 현장은 보도된 사진에서 보다 훨씬 위태로워다. 앞도 보이지 않는 안마사들이 서로의 옆구리를 부여잡고 12층 건물의 옥상난간을 일렬로 걷는 아슬아슬한 광경은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시각장애인들이 옥상 난간을 걸으며 균형을 잡기 위해 건물 외벽에 내리치는 지팡이 소리가 건물 아래쪽으로 스산하게 울려퍼졌다.

이들이 농성중인 옥상으로 올라가는 입구는 전경들에 의해 철저히 봉쇄되어 있었다. 경찰은 “함부로 올라갔다가는 시너를 뿌리거나 뛰어내릴지도 모른다”며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건물 주변은 ‘에어매트’로 포위되어 있었다. 옥상으로 진입하는 계단을 지키고 있던 시각장애인에게 〈한겨레〉기자임을 밝히고 취재에 응해줄 것을 부탁했다. 10여분 뒤 두꺼운 철문이 열리며 기자를 옥상으로 안내했다. 기자가 옥상에 올라갔을 때 안마사들은 위험한 난간 농성을 끝낸 직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시위 현장에서 만난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하나같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기만’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안마사는 월급제가 아닌데 쿼터제(할당제)가 무슨 소용 입니까?”

‘안마사 업권수호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지도위원인 김용하(41)씨는 “22일 유시민 장관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해서 마포대교 시위를 풀었지만, 그 뒤로 아무런 움직임도 없고 오히려 정부에서 수수방관 하고 있다”며 정부의 늑장 대응에 대해 울분을 토했다. 그는 “당시 유시민 장관에게 유사안마업소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행정처분 마련과, 국회입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전혀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에서 마련 중인 쿼터제 같은 경우도 “한 사람당 2만원씩 받는 안마사의 경우 월급제가 아니라 쿼터제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쿼터제를 도입해봤자 맹인안마사가 굶어 죽는 건 마찬가지다”며 “정부에서 보다 강력한 대체입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각장애인들 시위장소인 옥상을 깨끗히 청소해놓았으며 김용하 위원도 “건물주께 죄송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들은 30일 오후에 열릴 비대위와 열린우리당과의 협상결과에 따라 농성을 풀 것인지 계속할 것인지 결정하게 된다. 29일부터는 경찰이 음식물 공급도 차단한 상태다. 시각장애인들의 고공시위는 결연함대신 처연하고 처절했다.

김용하 비대위 지도위원을 만나, 다시 고공농성에 들어간 이유를 들었다.

30일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정부의 조속한 대책마련을 요구하며 여의도의 한 건물에서 고공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이정국 기자)
30일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정부의 조속한 대책마련을 요구하며 여의도의 한 건물에서 고공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이정국 기자)

-왜 마포대교 농성을 풀고 다시 이런 위험한 시위를 하는가?

=누군들 이러한 농성을 하고 싶겠느냐, 보다시피 목숨 걸고 하는 거다. 유시민 장관이 약속만 했지 하나도 진척된 게 없다. 여당 야당은 서로 싸우느라 관심도 없다. 정부의 대처는 늑장을 넘어서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들게 만든다. 그래서 다시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당시 유시민 장관에게 무엇을 요구했었나?

=유사 무허가 안마 업소에 대해 폐쇄 등 강력한 행정조처를 내려줄 것과, 국회입법시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해 줄 것을 요구했고 약속을 받았다.

-유사 안마업 때문에 입는 피해가 큰가?

=현재 안마업의 80% 이상이 스포츠마사지, 발마사지 등의 유사 안마업소들에게 뺏긴 상황이고 20% 정도만 제도적 뒷받침으로 근근이 버텨온 상황이다. 여기에 마지막 보호장치인 안마권마저 없어진 상황이니 맹인 안마사들은 죽으라는 소리나 다름없다

-보건복지부에서도 쿼터제와 같은 보완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아는데...

=기본적으로 안마업은 월급제가 아니다. 한 사람 안마 하면 2만원 정도의 수당을 받는다. 쿼터제 시행에서 맹인안마사를 고용하는 업소가 있다 한들 멀쩡한 정상인 두고 맹인에게 안마 받으려고 하겠는가. 쿼터제는 실효성이 전혀 없다. 보다 강력한 대체입법이 필요하다.

-안마권이 시각장애인들에게 목숨을 걸 정도로 소중한 것인가?

=맹인 안마사들에게는 용기를 주는 마지막 제도라도 해도 다름없다. 나도 자살을 4번이나 기도했다. 앞이 안 보인다는 절망감은 정안인들이 절대 이해할 수 없다. 결국 나도 안마를 배워서 생계를 유지하고 가정을 꾸렸다. 안마사제도는 일종의 ‘장애인 재활제도’다. 무조건적인 평등을 위해 재활제도를 없앤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위험한 시위방법을 국민이 납득하기 힘들어 한다.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 다른 민생법안이 처리가 늦어지면 언론이나 여론이 비난이 들끓는데도 불구하고 수만 명의 생계가 걸린 일에 대해서 너무 무관심하지 않는가.

-앞으로 시위계획은?

=오늘 비대위 집행부와 우리당의 협상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 같다. 하지만 다시 헌재 판결이 난 그 때 상황으로 돌아가는 한이 있어도 지금 처럼 정부와 여당이 소극적인 대처를 하는 것은 묵과할 수 없다.

〈한겨레〉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시각장애인 안마사 시위 일지

5월

25일 헌법재판소 시각장애인만 안마사 자격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보건복지부령 안마사에관한규칙 제3조에 위헌 판결

26일 대한안마사협회 소속 시각장애인 500여명 보건복지부 앞에서 헌재 판결 항의농성.

29일 대한안마사협회 소속 약 4천명 서울 광화문 열린광장에서 '전국회원비상총회' 개최.

29일 시각장애인 10여명 마포대교 교각 사다리 고공시위 시작

30일 마포대교서 시각장애인 안마사 4명 한강으로 투신.

31일 시각장애인 60여명 서울 명동성당에서 헌재판결철회요구 시위.

1일 마포대교서 시각장애인 안마사 4명 한강 투신.

4일 서울 금천구 시흥동 한 아파트 단지서 시각장애인 손창익씨 투신해 사망.

7일 서울맹학교 학생, 학부모 등 250여명 서울 신교동서 시위.

8일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마포대교 방문 시위 중단 요구.

12일 '의료법 개정실무협의회' 회의 시작.

13일 광주 한 아파트에서 시각장애인 안마사 변경애씨 투신자살.

6월

6일 한나라당 당론으로 의료법 개정안 발의

19일 시각장애인 생존권 보장 위해 국회앞 단식 농성 돌입.

20일 열린우리당과 대한안마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면담. 의료법개정 추진.

22일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마포대교 찾아 대체입법 협력 의사 전달. 마포대교와 한강둔치 농성 마무리.

23일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서 의료법 개정입장 표명.

27일 국회 앞 삼희익스콘벤처타워 옥상에서 대체입법 촉구 고공시위.

28일 시각장애인 70여명 국회 앞 왕복 8차선 도로 점거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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