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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기후뉴스읽기] 황사는 ‘메이드 인 차이나’ 아니다?

등록 2021-03-18 04:59수정 2021-03-18 09:04

한국언론 ‘중국발 황사’에 중국 “몽골발 자연현상” 발끈
2002~20년 발원지 분석, 중국발+몽골발 섞여 있어
미세먼지·원전 문제 등 ‘동북아 환경 공동체’ 구축해야

황사 영향 등으로 서울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17일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하늘이 위, 아래로 상반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연합뉴스
황사 영향 등으로 서울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17일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하늘이 위, 아래로 상반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연합뉴스

최악의 황사가 올 것이라는 예보는 다행히 빗나갔지만 때아닌 ‘황사 원산지’ 논란이 벌어졌다. 한국 언론이 ‘중국발 황사’라는 표현을 사용하자 중국 외교부가 공식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바람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편서풍대에 위치한 한국은 필연적으로 서쪽에 있는 중국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굴뚝과 자동차가 내뿜는 대기오염물질은 유해한 미세먼지로 불어오고, 너른 중국과 몽골 사막에서는 황사가 발원해 동쪽으로 날아온다. 중국 동쪽 해안에 줄지어 건설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에 사고라도 날 경우 해류와 대기를 통해 치명적 방사능 물질이 그대로 한국에 전해진다. 한국에서 버려진 수많은 페트병 쓰레기가 해류를 타고 일본 대마도 해안가에서 발견되는 것과 같은 이유다.

이 사실을 잘 아는 중국 외교부는 왜 이번 황사 발원지가 중국이 아니라고 발끈한 걸까? 환경, 기후, 외교 전문가들을 통해 이번 황사 원산지 논란을 들여다봤다.

전문가들은 한·중·일 3국이 ‘환경 운명 공동체’로 묶인 지정학적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번 논란에서도 재확인됐다고 했다. 미세먼지, 황사, 원전 문제 등을 두고 서로 신뢰하고 협력해야하는 ‘환경 정책 공조’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중국 내몽골자치구의 후어하오터의 시내가 15일 짙은 황사에 덮여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 내몽골자치구의 후어하오터의 시내가 15일 짙은 황사에 덮여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발 황사’라는 표현이 억울하다는 중국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은 지난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황사를 두고 한국 언론이 ‘중국발 황사’라고 보도한다는 중국 기자의 질문이 나오자 “환경과 대기 문제는 국경이 없다. 이번 황사는 중국 국경 밖에서 시작됐고 중국은 단지 거쳐 가는 곳일 뿐”이라고 했다. 자오 대변인은 중국이 아닌 몽골을 이번 황사의 발원지로 언급하며 “하지만 중국 여론은 몽골에서 황사가 시작됐다고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했다. 엄청난 황사가 몽골에서 시작해 중국 베이징을 쓸고 지나갔지만 자연현상을 탓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과학적이고 건설적인 태도로 관련 문제를 바라보고 불필요한 언론플레이를 삼가야 한다. 중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환경보호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아름답고 깨끗한 세계를 건설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했다.

대기 중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농도가 치솟을 때마다 중국발 논란이 벌어지는 한국에선 중국 외교부의 “언론플레이” “환경보호 동참” 등의 발언에 뜨악해 하는 반응이 많았다.

우선 이번 황사의 발원지가 어디인지 객관적으로 따져봤다. 일단 결론은 ‘몽골발+중국발 황사’로 보는 것이 맞다.

한국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15일 오후 “14일부터 중국 내몽골과 고비사막에서 황사가 발원하고 있다”고 예보했다. 고비사막과 내몽골 고원은 국가로 구분하면 몽골과 중국 내몽고 자치구에 걸쳐있다.

한국 시민들에게 전해진 예보는 중국 기상국이 세계기상기구(WMO)에 전달해 전세계 기상당국이 확인한 결과였다. 14일 이후 한국 기상청이 확인한 황사 관측 일기를 보면 중국과 몽골 국경선을 기준으로 북쪽인 몽골 지역 고비사막 중심에서 14일 오전 강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17일까지 황사가 중국 중앙과 남부, 멀게는 한국까지 영향을 준 것으로 관측됐다.
14일 중국 기상국이 전한 황사 관측 지도. 붉은 점이 몽골 지역에서 발원한 황사를 표시한 점이다. 기상청 제공
14일 중국 기상국이 전한 황사 관측 지도. 붉은 점이 몽골 지역에서 발원한 황사를 표시한 점이다. 기상청 제공

박정민 기상청 예보관은 “저기압과 고기압 사이 파란선이 기압인데 이 선의 간격이 좁을수록 기압경도력이 커서 바람이 많이 불게 된다. 바람의 경로를 보면 몽골에서 황사가 시작됐고, 이후 이동하면서 중국 지역의 황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보인다”고 했다. 몽골에서 시작한 황사가 중국 북부 내몽골을 거쳐 베이징, 한국으로 차례로 밀려온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실제 몽골에선 지난 13일부터 불어닥친 강력한 모래폭풍으로 10명이 사망(16일 기준)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물론 중국발 황사도 있다. 기상청이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에 영향을 미친 황사의 발원지를 분석한 결과다. 2~3일 뒤면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까지 날아가는 황사의 발원지는 동아시아 건조 지역으로 몽골과 중국 북부에 집중돼 있다. 이 가운데 한국으로 날아오는 황사 대부분은 고비사막과 만주 일대에서 출발한다.

2002~20년 한국에 영향을 준 황사 발원지 및 이동 경로. 국립기상과학원
2002~20년 한국에 영향을 준 황사 발원지 및 이동 경로. 국립기상과학원

기상청 통계를 보면, 몽골과 중국 내몽고 자치구에 걸쳐있는 고비사막 중심에서 시작해 내몽골고원을 거쳐 오는 황사가 전체 발원지의 51%, 고비사막 서쪽 발원 12%, 고비사막 동쪽과 중국 만주지역에서 발원한 황사가 각각 18%씩이었다. 중국 내륙에 위치한 황토고원에서 불어오는 황사도 1%를 차지했다. 때로는 중국에서 시작한 황사가 한국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환경정책 전문가는 “이번 황사가 몽골 남부에서 발원한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기류를 따라 이동하며 중국의 사막지역 등을 거치면서 중국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황사가 섞일 수 있다. ‘중국발’이라는 표현에는 문제가 있지만 과학적으로 분석을 하면 중국에서 발생한 황사의 포함여부도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이번 황사 발원지를 따지자면 몽골발과 중국발 황사가 섞여 있다는 것이다.

자신감? 외교 목적? 국내용?…공식 반박의 숨은 맥락
 

중국이 굳이 이번 황사가 ‘중국발 황사’가 아니라고 나서서 반박한 이유는 무엇일까.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과학적 태도”를 언급한 중국 외교부 브리핑에 주목했다. 양 책임연구위원은 “보통 중국 정부는 팩트가 불분명한 경우 원론적으로만 언급하는데 이번 황사 발원이 몽골임이 분명하다는 팩트가 있기 때문에 단호하게 이야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중국 에스엔에스 등에서는 이번 황사를 두고 정부 비판을 많이 하고 있다. 안팎으로 공격을 당하다보니 공공외교나 (국가) 이미지 차원에서 그렇게 나올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선 억울해 보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15일 아침 중국 북경에서 시민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5일 아침 중국 북경에서 시민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같은 중국이지만 중국 베이징 시민들도 황사 피해자일 수 있는데, 마치 가해자인양 보도되는 것에 반박하며 자국민에게 중국 정부 역시 황사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미세먼지와 달리 황사는 자연현상이고 기후변화로 사막화되어가는 면적이 넓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적으로 사막화방지조약을 맺고 서로 협력해가고 있다. 중국도 피해자라고 주장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 중국발이라고 명명하니 중국 정부로서는 억울한 면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 환경정책 전문가는 “중국은 중국발이라는 표현이 담고 있는 오염국가라는 오명을 부담스러워 한다”고 했다.

 

환경 운명 공동체…답답하지만 인정과 협력만이 답

16일 중국 외교부가 한국 언론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 보일 무렵 한정애 환경부 장관과 황룬치우 중국 생태환경부 장관은 화상으로 만나고 있었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이 예상될 경우 양국 장관을 포함한 고위급이 긴급히 조치 사항을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 ‘핫라인’을 열자는 논의가 진행됐다고 한다. 2008년부터 중국 내몽골 초원 지대 복원을 위해 풀씨를 심어 온 이태일 에코피스아시아 사무처장도 “한중 정부가 미세먼지와 관련해 합의를 이뤄가는 과정에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양국에 걸쳐있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환경정책 협력을 지속해가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가시적인 성과가 쉽게 나올 수 없는 환경 문제의 특징 때문이다.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도권기상청에서 예보관들이 황사 분포도를 분석하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14∼15일 중국 내몽골고원과 고비사막 부근에서 황사가 발원해 북풍을 타고 남하하면서 이날 우리나라 전국에 영향을 끼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도권기상청에서 예보관들이 황사 분포도를 분석하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14∼15일 중국 내몽골고원과 고비사막 부근에서 황사가 발원해 북풍을 타고 남하하면서 이날 우리나라 전국에 영향을 끼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우선 중국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황사의 경우 몽골과 중국에 걸쳐있는 황사 발원지에 대해서는 중국의 고의성을 지적할 수 없지만 주변국 우려에 대해 중국 역시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한국의 입장을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 중국 사막화 방지를 위한 나무심기 사업에 한국이 참여한 것처럼 양국이 신뢰를 쌓고 협력하는 모습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중국의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미세먼지 발생과 국가간 이동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국발 미세먼지와 한국발 미세먼지의 발생 비율을 객관적으로 규명한 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중국과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협력할지 논의해가야 한다”고 했다.

이번 ‘중국발 황사’ 논란은 ‘중국발 미세먼지’가 촉발시킨 측면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황사는 미세먼지와 달리 입자가 커서 유해성이 크지 않다. 그런데 ‘중국발 황사’라고 쓰면 ‘중국발 미세먼지’처럼 자연현상에도 중국에 책임을 지우면서 황사의 유해도가 올라가는 느낌을 주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가장 뜨거운 중국발 미세먼지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까지 연구 결과만으로 볼 때는 한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중국 유입, 국내 발생, 대기 정체 3가지 요인 중 하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가면 자동반사적으로 ‘메이드인 차이나’라는 심증을 굳힌다.

2019년 11월 한중일이 공동으로 발표한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공동연구 보고서’는 3국이 공조한 가장 최신 연구자료다.

연구진은 2017년 한국 서울·대전·부산 총 3곳에서 미세먼지를 측정·분석해 산출했다. 한국에서 발생하는 연평균 초미세먼지 기여율은 한국 자체적 발생이 51%, 중국 32%, 일본 2%, 기타 15%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기여율만 공개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고농도인 상황에서의 기여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결국 그때그때 미세먼지의 한국, 중국 기여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무조건 중국발이라고 욕하기에 앞서 양국 모두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한 공조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중국 환경정책 전문가는 “2000년대 초중반부터 약 20년에 걸쳐 중국과 미세먼지 농도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굉장한 성과다. 다만 중국은 기본적으로 환경 문제와 관련해 구속력있는 양자 협약을 체결한 적이 없다. 우리 국민의 눈높이나 요구 수준에 못 미치는 건 사실이지만, 중국이 협력하지 않는 이상 구속력 있는 협약을 통해 중국에 미세먼지 감축 등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다만 최근 중국이 탄소중립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은 희망적이다. 이 전문가는 “온실가스 감축은 미세먼지를 줄이는 것과 연계돼 있기 때문에,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문제를 자연스럽게 통합해 동북아 협력 체계를 만드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 하다”고 했다.

일본 후쿠시마 대지진 이후 잠시 주춤하던 중국 정부는 2015년 랴오닝성 다롄에 위치한 훙옌허 원전(사진)의 신규 원자로 2기 설치 계획을 승인하고 꾸준히 원전 건설을 승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대지진 이후 잠시 주춤하던 중국 정부는 2015년 랴오닝성 다롄에 위치한 훙옌허 원전(사진)의 신규 원자로 2기 설치 계획을 승인하고 꾸준히 원전 건설을 승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황사·미세먼지보다 더 파급력이 큰 원자력발전과 관련한 한중일 3국 협력도 요구된다. 중국은 현재 50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고 12기의 원전을 더 짓고 있다. 원전을 온실가스 저감 수단이자 전력난 해소 방법으로 검토 중인 중국은 수년 뒤 미국(94개)과 프랑스(56개)를 제치고 세계 최다 원전 운영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와 인접한 산둥성 서해에 해상 원전을 띄울 계획도 추진 중이다.

중국의 원자력발전 현황. 세계원자력협회 홈페이지 갈무리
중국의 원자력발전 현황. 세계원자력협회 홈페이지 갈무리

한 기후기상전문가는 “편서풍의 영향을 받는 한국은 중국 원전에서 사고가 날 경우 그 피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김한권 교수는 “한중일 3국이 바라보는 원전 활용 시각이 다를 수 있다. 황사, 미세먼지 협력으로 신뢰를 쌓고 원전에 대해서도 투명한 자료 공개와 공유를 논의해 가야 한다. 발전적으로 이 상황을 끌고 가지 않으면 문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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