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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겉모양만 연료비 연동제…‘미래 위한’ 전기요금은 언제쯤?

등록 2020-12-17 17:18수정 2022-01-12 10:03

전기요금체계 개편안 살펴보니
조정폭 1kwh 당 최대 3원, 4인 가구 ±1750원 불과
‘3개월 반영주기’는 가격신호 기능 약해…10년 전 안보다 후퇴
산업통상자원부가 12월17일 발표한 ‘연료비 연동제’는 반영 주기나 조정폭 등을 따져보면 무늬만 연동제에 불과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산업통상자원부가 12월17일 발표한 ‘연료비 연동제’는 반영 주기나 조정폭 등을 따져보면 무늬만 연동제에 불과하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7월부터 추진해온 전기요금체계 개편의 핵심은 ‘연료비 연동제’였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17일 확정 발표한 개편안에 담긴 연료비 연동제는 사실상 `무늬만 연동제' 수준이다.  ‘기후·환경 요금 분리 고지’와 같은 의미 있는 내용이 포함됐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전문가들과 기후환경운동 진영에 적잖은 실망감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직된 전기요금체계를 에너지 전환의 걸림돌로 지목해왔기 때문이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2050 탄소중립 선언’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전환까지 고려한 전기요금제 개편은 다시 숙제로 남게 됐다.

연료비 연동제는 전기요금을 연료비에 연동시켜 주기적으로 조정하는 제도로 많은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다. 발전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료비의 변동이 요금에 제때 반영되지 않고는 합리적 소비는 물론 안정적인 생산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료비 변동이 실제 한전의 경영에 가장 큰 불안정 요소가 돼 왔다. 유가가 낮을 땐 요금이 원가를 웃돌아 흑자를 내지만 유가가 높을 땐 그 반대로 적자를 내며 경영 실적이 급변하는 탓이다.

연료비 연동제는 국내에서도 오래전부터 알려진 제도다. 2011년 7월 시행을 목표로 전기공급 약관까지 개정했지만 시행 직전에 물가 상승 우려 때문에 폐지된 바 있다.

산업부가 17일 발표한 연료비 연동제는 연료비 조정 상한선과 조정 주기 등에서 10년 전 시행 직전까지 갔던 연료비 연동제에 비해 크게 후퇴했다. 2011년 연료비 연동제는 연료비 변동을 매달 전기요금에 반영하도록 설계됐다. 급변하는 연료비가 전기요금에 신속하게 반영돼야 전기요금이 소비를 조절하는 가격 신호로서 제기능을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17일 확정된 연료비 연동제는 요금을 조정하는 주기를 3개월로 설정했다. 반영 주기가 길어진 만큼 가격신호로서 기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더 큰 문제는 급격한 요금 변동을 막기 위한 연료비 조정폭에 있다. 과거 연료비 연동제가 설정한 연료비 조정 상한선은 조정 전 연료비의 50%였다. 연료비는 전기 생산 적정원가에 적정투자보수를 합한 총괄원가의 40% 가량을 차지한다. 평균적인 4인 가구가 내는 요금 가운데 약 2만여원에 해당한다. 과거 연료비 연동제의 연료비 조정 상한선 50%는 매달 평균적 4인 가구 요금에서 최대 1만원 정도를 올리거나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17일 발표된 개편안은 연료비 조정폭이 3개월에 1kWh 당 최대 3원을 넘지 않도록 했다. 산업부가 기준 연료비를 조정하지 않는 한 최대 5원을 넘어서면 안 된다. 월 350kWh를 사용하며 5만5천원의 요금을 내는 평균적 4인 가구로 치면 6개월에 최대 1750원이 오르거나 내릴 수 있을 뿐이다.

연료비가 급변동해 요금을 더 올리려면 산업부가 1년 단위로 산정하는 기준 연료비를 재산정해 고시해야 한다. 하지만 개편안에는 기준 연료비를 재산정해야 하는 명확한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다. 만약 연료비 급등에 맞춰 산업부가 전기요금을 추가 인상하기 위해 기준 연료비를 인상하려면 소비자들의 큰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정치권이 개입할 여지도 그대로 남아 있다.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전기요금이 유가처럼 자동 조정되는 구조로 만들어 요금 변동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용성을 높이고 정치권의 개입까지 막으려는 것이 연동제의 핵심 취지”라며 “그런 취지가 실종돼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개편에 한전이 개편 방향으로 밝힌 ‘이용자 부담 원칙 확립을 통한 원가 이하 요금체계의 현실화’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산업용, 일반용, 농사용 등 7가지 용도에 따라 나눠져 있는 현행 용도별 요금제를 이용자 부담 원칙을 흔드는 제도로 꼽아 왔다. 용도별 소비자들 사이에 불합리한 교차 보조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용도별 요금제에 따른 교차보조는 같은 용도별 요금 소비자들 사이에서까지 발생하고 있다. 할인폭이 가장 큰 농사용 전기요금 혜택이 대규모 기업농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 그런 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원가에 기반을 둔 전압별 요금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못한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기요금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가격 기능을 좀 완화했다고 이해해주기 바란다. 이용자 부담 원칙 확립을 위한 전압별 요금제 도입 등의 추가 개편 계획은 아직 없으나 필요성은 검토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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