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한 장의 공장도 가격이 2년 연속 동결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5일 서민 난방비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탄의 공장도 최고 가격을 올해도 작년과 같은 개당 639원으로 결정해 고시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탄 가격에 관심을 가질 일은 없다. 하지만 국내에는 아직도 15만여 가구가 가장 더럽고 불편한 에너지로 꼽히는 연탄을 사용한다. 산업부는 연간 47만여원의 연탄 쿠폰을 지원해주는 저소득층 5만3천가구 외에 쿠폰 없이 연탄을 사 쓰는 일반 가구도 10만 가구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에게 연탄 가격은 난방비 지출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다. 산업부는 이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 탄광과 연탄 제조·수송업자에게 가격안정지원금을 주는 대신 가격을 통제해 오고 있다.
전국의 연탄 판매소는 연탄 한 장을 최고 656.75원에 판다. 공장도 최고 가격 639원에 판매소까지의 수송비 12.75원, 판매소 수수료 5원을 붙인 가격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구매가 배달을 통해 이뤄지기에 실제 최종 구매 가격은 배달거리에 따라 달라진다. 산업부 관계자는 “배달료를 포함하면 실제 소비자들의 연탄 구매가격은 700~800원 선”이라고 말했다.
대한석탄공사 누리집 설명에 따르면 ‘연탄’의 원래 명칭은 ‘구멍탄’이다. 구멍탄에는 19개 또는 22개의 구멍이 뚫려 있다. 그렇게 구멍이 뚫려 있는 모습이 연꽃 열매를 닮아 ‘연꽃 구멍탄’으로 불리던 것이 ‘연탄’으로 굳어졌다는 얘기다. 연탄은 1961년 정부가 연탄 규격을 처음 정하면서 ‘연탄이라 함은 연료로 사용하기 위하여 석탄을 주원료로 하여 원주형으로 압축 성형한 구멍탄을 말한다’고 규정하면서 공식 명칭이 됐다.
국내 석탄산업은 1989년부터 추진된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 20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 들었다. 1988년 347개이던 탄광은 대한석탄공사의 탄광 3개와 민영탄광 1개만 남았다. 생산량은 2429만t에서 108만t으로 줄었다.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광물생산보고서’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지난해 4개 탄광은 108만4천t의 무연탄을 캐내 79만7675t을 팔아 1303억4천여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여기에 종사한 사람은 사무직까지 포함해 모두 2309명이다. 매출 규모로나 고용 규모로나 중견기업 1개 수준 밖에 안 된다. 석탄 광업은 산업으로서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연탄 사용이 줄면서 연탄을 찍어 내는 연탄 공장도 현재 전국에 32곳 밖에 남지 않았다. 연탄 공장은 석탄의 주산지인 강원도에 10개로 가장 많고, 서울과 경기도에도 1개씩 있다. 부산과 대구에는 한 곳도 없다. 연탄 공장이 줄어들수록 배달거리가 길어져 연탄사용 가구의 배달료 부담은 늘어나게 된다.
국내에서 연탄 사용은 1960년대 들어 정부가 발전, 산업 등 공공 수요를 충족하고 남는 석탄의 가정연료 전환을 추진하며 대중화됐다. 1970년대부터는 땔감 채취로 황폐화된 산림을 살리기 위한 산림녹화사업에 힘입어 장작을 때던 농촌에서까지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난방 전용 연탄보일러가 일반화되기 전 아궁이에서 발갛게 타던 연탄은 난방은 물론 취사까지 해결해 준 서민의 연료였다. 연탄 한 장은 한 번 불이 붙으면 10시간 이상 꾸준히 타기 때문에 최소 2장이면 작은 방 하나를 하루종일 덮힐 수 있다.
지난달 17일 대구 중구 남산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2020 따뜻한 중구 만들기’ 행사에서 중구지역사회보장협의체 관계자들이 저소득 가정에 전달할 연탄을 옮기고 있다. 주최 측은 가구당 300장씩 총 1만5천장의 연탄을 전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석탄은 이렇게 연소되는 과정에서 일산화탄소와 같은 유해 물질 외에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석탄 중량의 2배가 넘는다.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된 석탄 가운데 발전연료가 아닌 연탄으로 사용된 양은 약 78만t이었다. 적어도 150만t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석탄발전소가 아닌 가정의 연탄보일러 등에서 배출된 셈이다.
저소득층이 사용하는 연탄을 가스나 전기로 대체하는 것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서 저소득층의 생활 불편을 덜어주는 일이다. 정부는 연탄사용 가구의 보일러 교체 등을 적극 지원해오고 있다. 내년에는 이와 관련한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사업에 869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런 지원에 힘입어 연탄 소비는 2015년 147만t, 2017년 108만t, 지난해 78만t으로 급감하고 있다. 연탄 한 장의 공장도 최고 가격은 2015년까지 374원이었다가 2018년 겨울부터 639원이 됐다. 산업부가 연탄 가격 현실화를 위해 3년 간 연속 인상해 71%나 올린 것이다. 하지만 높아진 가격에도 연탄이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산업부의 전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연탄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다른 연료 대비 상대적 가격 장점이 거의 사라지고 있지만, 아직도 저소득층 할아버지 할머니들 가운데 가스 보일러로 갈아준다고 해도 연탄이 익숙하다며 그냥 쓰려는 분들이 많다”며 “이런 수요 때문에 2030년에도 연간 10만t 가량의 연탄 소비는 유지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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