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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2050 넷제로’, 그래서 구체적인 계획이 뭔가요?

등록 2020-10-30 19:32수정 2022-01-03 13:50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하기에 앞서 고성으로 항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하기에 앞서 고성으로 항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다들 “구체적 정책 조치”(유엔 사무총장)를 기대한다. “구체적인 로드맵” “정책 패키지” 같은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넷제로’를 선언한 이후 반응이다. 대통령의 선언은 중국(9월22일)과 일본(10월26일)에 뒤이은 것이었다.

넷제로는 우리말로 ‘순 0’이다. 그냥 0이 아니라 지구 기후의 변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의 배출과 흡수가 균형을 이룬 상태를 이른다. 온실가스는 한번 배출되면 길게는 수백년에서 수천년까지 대기 중에 떠돈다. 대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경우 통상 65~80%가 20~200년에 걸쳐 바닷물에 녹고 식물에 흡수된다. 지금의 이상기후는 산업혁명 초기 세대 이후 인류가 과도하게 배출해 대기상에 축적된 온실가스 탓이다. 2050년에 균형점을 맞춰놓아도 이미 배출한 건 후세대가 감당해야 한다. 2050년조차 늦었다는 이들이 있다. 우리 대통령의 선언은 인류가 5년 전 파리협정을 통해 합의한 바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사후 확약’에 지나지 않는다.

2015년 당시 195개국이 합의한 파리협정 2조1항은 “기후변화의 위험과 영향을 줄이기 위해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2도 이하로 유지하고, 1.5도선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이다. 이를 지키려면 2050년에 모든 나라가 넷제로를 이뤄야 한다. 협정 4조19항은 이를 위해 “모든 당사국은 협정 제2조를 염두에 둔 ‘장기적인(2050년까지) 탄소 저배출 발전 전략’(LEDS)을 수립하고 공표해야 한다”라고 정해놓았다. 협정의 부속서 격인 당사국총회 결정문은 각국의 ‘탄소 저배출 전략’을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2020년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2050 넷제로’는 “2도 이하, 1.5도까지 노력”이라는 협정 이행을 위한 기본 조건에 불과하다. 우린 중국과 일본에 이어 겨우 선언했을 뿐이다. 중요한 건 실천이며, 핵심은 구체적인 계획에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국제사회로부터 ‘기후악당’이라 비판받는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8위(2018년), 석탄발전 비중 40%에다, 향후 30년 이상 사용할 신규 석탄발전소 7기를 건설 중이고, 개발도상국의 석탄발전소 건설을 지원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비슷한 규모의 경제·사회적 지위를 갖는 나라 중에 이처럼 화석연료에 연연하는 나라가 없다. 한국은 ‘기후변화대응지수’에서 중국(30위)과 일본(51위)에 밀린 58위에 그친다.

게다가 한국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대로 지켜본 적이 없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에서 정한 2020년의 온실가스 배출 목표는 5억4300만t(이산화탄소 환산량)이었다. 지난해 배출량 7억280만t(잠정치)보다 2억4000만t가량 적다. 한 해 만에 2억t 이상 온실가스를 줄이는 건 나라가 망하는 정도의 충격이 있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사실상 포기한 목표다. 목표를 수립한 2009년 당시엔 해마다 지켜야 할 감축 경로도 설정했다. 하지만 이듬해 6억5740만t을 기록해 이 경로를 2.3% 초과했고, 2012년엔 4.5%, 2014년엔 4.9%를 초과했다. 2017년엔 15.4%를 초과하며 애초 목표 자체를 의미 없게 만들었다. 이 기간 중 우리가 배출한 온실가스양은 ‘배출량 감소를 위한 노력을 아예 하지 않았을 때 예상되는’ 전망치(BAU)를 웃돌거나(2010~2013년) 그저 따라갔다. 10년이 넘는 동안 우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사실상 전혀 하지 않은 셈이다. ‘기후악당’이란 꼬리표가 괜히 붙은 게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설정한 2030년 배출량 목표인 5억3600만t도 박근혜 정부 때 정한 걸 그대로 승계한 것이다. 어차피 지키지 못할 2020년 목표를 없애 10년 뒤로 미룬 뒤 그보다 700만t을 낮춘 것에 불과하다. 올해 초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청소년기후행동’의 청소년들은 이를 두고 “10년의 시간을 소멸시켜버린 것”이라고 했다. 시한에 맞춘 준비는 이르면 이를수록 부담이 적지만, 늦을수록 사회는 혼란과 공포에 휩싸인다.

대통령의 선언 이전, 올해 초 공표된 정부 초안은 2050년 ‘넷제로’가 아닌 ‘1억7890만t 배출’(2017년 대비 75% 감축)이었다. 지난해 ‘2050 탄소 저배출 전략’을 짜기 위해 정부가 불러모은 각계 전문가 69명이 한 해 동안 논의해 만든 5개 선택지 가운데 가장 급진적인 안이었다. 이들은 이런 변화가 가능하려면 “사회 전 분야에서 야심 찬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 혁신을 불러올 “구체적인 정책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2050년 이전, 2030년 계획부터 다시 들여다봐야 할 때다.

박기용 기후변화팀장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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