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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한전은 왜 논란 많은 국외 석탄발전 투자를 포기하지 못할까요

등록 2020-10-09 19:31수정 2022-01-03 13:18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청소년기후행동 등이 5일 서울 한국전력 서초지사 앞에서 한전의 베트남 신규 석탄발전소 사업에 반대하는 청소년과 부모세대의 기자회견을 열어 “대규모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앞당기는 베트남 신규 석탄발전사업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청소년기후행동 등이 5일 서울 한국전력 서초지사 앞에서 한전의 베트남 신규 석탄발전소 사업에 반대하는 청소년과 부모세대의 기자회견을 열어 “대규모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앞당기는 베트남 신규 석탄발전사업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한국전력의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석탄발전사업 투자가 논란 끝에 모두 확정됐습니다. 한전 이사회는 지난 5일 1200㎿ 규모의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 사업 참여를 의결했습니다. 한전은 2억달러(약 2300억원)를 투자해 이 사업의 지분 40%를 확보하고 발전소 운영까지 주도하게 됩니다. 한전은 지난 6월 말에는 2000㎿ 규모의 인도네시아 자와 9·10 석탄화력발전 사업 참여를 결정했습니다.

국내외 환경단체는 한전과 한국 정부를 상대로 기후변화 대응에 역행하는 석탄발전사업 투자를 포기하라는 요구를 계속해 왔습니다. 한전 이사회가 자와 9·10 사업 참여 결정을 내리기 전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등의 환경단체는 미국 <워싱턴 포스트> 전면광고에 문재인 대통령까지 불러내 한전과 정부를 압박했습니다. 이들은 매연을 뿜어내는 석탄발전소 옆에 선 문 대통령에게 “한국의 그린뉴딜이 이런 것입니까?”라고 묻고 “기후악당으로 여겨지지 않으려면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참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사회책임투자를 지향하는 국외의 대규모 연기금과 기관투자자들도 투자 철수를 경고하며 힘을 보탰습니다. 한전이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를 보면 그냥 엄포가 아니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과 네덜란드연기금(APG)은 실제 한전에 대한 투자금을 계속 회수해 지난 6월과 8월 기준 한전 주식 보유량이 4년 전의 22.1%와 3.8% 수준으로 줄었다는 것이 이 의원의 설명입니다. 이런 논란을 지켜보면서 한전이 그렇게 비판을 받고 국가 이미지 훼손까지 감수하면서도 국외 석탄발전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해졌다는 분들이 더러 있습니다. “당신은 알지 않느냐”며 이런 질문을 받는 저는 사회정책부 기후변화팀에서 에너지 분야를 맡고 있는 김정수입니다.

이런 질문에 대한 한전의 답변은 이렇습니다. 붕앙2 사업은 베트남 정부가 조속한 추진을 여러차례 공식 요청하고 25년 장기 전력판매계약이 체결돼 안정성이 높고, 사업기간 투자지분 기준 기대순익이 7억4천만달러에 이르는 수익성 높은 사업이라고 합니다. 2억달러의 지분투자로 25년 동안 연평균 14%가 넘는 수익률을 올릴 것이란 얘기입니다. 자와 9·10 사업도 마찬가지로 안정성이 높고 사업기간 투자지분 기준 7억달러의 순익이 기대된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저위험 고수익 사업이라는 얘기지요. 두 지역의 전력시장에 진출하는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전략적 가치, 국내 기업들과 동반 진출을 통해 국가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는 대목입니다.

자와 9·10 사업에는 두산중공업이 인도네시아 국영기업과 공동으로 발전소의 설계·조달·시공(EPC) 업체로 참여합니다. 두산중공업의 수주액 15억2천만달러의 절반에 가까운 7억달러는 부품과 기자재를 공급하는 340여개의 국내 협력기업들에 돌아간다는 게 한전의 설명입니다. 석탄에서 재생에너지로 빠르게 전환해가는 과도기를 맞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관련 기업들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결정이었다는 겁니다. 정부는 이처럼 국내 경제에 대한 파급효과와 두 사업의 조속한 진행을 희망하는 두 나라 정부와의 관계 등을 중요하게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간단히 말해 한전이든 정부든 당장 욕을 먹더라도 결국 잃을 것보다는 얻을 것이 많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생각지 못한 어떤 이유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 분들은 너무나 당연한 이런 설명에 실망하는 눈치입니다. 한전의 국외 석탄발전사업 참여 결정에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이유가 있을까요?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추적해온 전문가도 그럴 것 같지는 않다고 합니다. 사단법인 기후솔루션 윤세종 변호사는 “자신들의 시장 판단에서는 수익이 난다는 생각, 두 나라 에너지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논리, 석탄발전 관련 기업들에 당장 일거리가 주어지는 게 경기부양에 필요하다는 정부 쪽 판단이 맞아떨어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한전의 판단이 얼마든지 틀릴 수 있다는 겁니다. 두 사업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모두 수익성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실제 한전이 잘못된 판단으로 해외투자에서 손실을 본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호주 바이롱 광산 투자사업을 추진하면서 호주 정부의 광산개발 허가를 받지 못해 지난해 4652억원을 손상차손 처리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눈앞의 이익만 생각해도 석탄발전 투자가 ‘보랏빛 미래’만은 아닐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김정수 사회정책부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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