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복 영동군수, 김재종 옥천군수, 문정우 금산군수, 황인홍 무주군수가 12일 대전 대덕구 한국수자원공사에서 박재현 사장과 만나 수위조절 실패 여부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주말 일어난 용담댐과 섬진강댐 수계의 홍수 피해와 관련해, 댐 관리를 맡은 한국수자원공사(수공)가 급격하게 방류량을 늘려 생긴 ‘인재’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수공과 환경부는 “댐 운영은 규정대로 이뤄졌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하루 만에 수량을 10배나 늘릴 만큼 급격한 방류를 한 터라 사전에 댐을 비워놓는 등의 조처를 취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수공과 환경부의 브리핑 내용을 종합하면, 섬진강댐은 7~8일 집중호우 전부터 홍수기 제한수위보다 3m 낮게 댐 수위를 유지해 사전에 1억1600만톤의 홍수조절용량을 확보했다. 당시 기상청은 전북 100~200㎜, 많은 곳은 300㎜ 이상 비가 올 것으로 예보했지만, 실제 강우는 유역평균 341㎜, 최대 411㎜(진안 도통)를 기록했다. 이에 유입설계홍수량(초당 3268톤)을 넘어선 최대 3534톤(108%)이 댐으로 흘러들어왔다.
예년 평균의 2.3배에 이르는 많은 비가 내린 용담댐은 7월30일부터 8월6일까지 최대 300톤 범위로 홍수조절용량을 확보했다. 7일 오후 3시까지 초당 300톤을 방류해왔지만 계획홍수위를 넘어서며 8일 낮 12시부터 2900톤으로 방류량을 급격히 늘렸다. 합천댐은 7~8일 집중호우 전부터 홍수기 제한수위보다 0.8m 낮게 댐 수위를 유지해 사전에 9900만톤의 홍수조절용량을 확보했다. 역시 예보의 2배(거창 357㎜)가 쏟아진 비로 8일 2700톤씩을 방류해야 했다. 합천댐의 평소 방류량은 초당 20톤 안팎이었다.
이한구 수공 수자원본부장은 “(급격히 늘긴 했지만) 각 댐의 방류량은 계획방류량 수준이나 그 이내였다”며 “기상청 예보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7월 말 장마가 종료된다는 예보가 나오는 등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김동진 환경부 수자원정책국장도 “홍수 대비는 매뉴얼대로 하고 있으나, 단기간에 극한 강우가 왔고 하류 지역에도 수위가 올라가는 상황이었다. 제방이 계획홍수위를 버티도록 만들어져 있는데 버티지 못한 부분도 있다. 복합적 원인이 작용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래프팅 업체 등의 민원으로 예비 방류를 제대로 안 했다는 지적에 대해, 수공 용담댐 담당자는 “래프팅뿐 아니라 세월교 등이 침수돼 지역 농민 등의 민원으로 주말에만 방류량을 일시 줄였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긴 장마에 대비해 홍수조절용량을 사전에 충분히 확보하고 제방 등의 시설 점검을 철저히 하는 등 대비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염형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대표는 “이상기후라지만 강수량이나 강수강도는 심각한 정도로 보기 어렵다. 2002년 태풍 ‘루사’ 땐 비가 하루에 870㎜ 왔고, 2011년 우면산 사태 때도 시간당 134㎜가 왔다. 시설의 문제가 아니라 운용의 문제이고, 제방 등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책임도 크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이날 설명자료를 내어 “(용담댐·합천댐과 관련해) 단기 예보에서는 실제 내린 강수량 수준의 비를 예보해 제공했다. 적절하게 기상정보를 제공한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변화로 강수량이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경향이 앞으로도 계속 강화될 것인 만큼 이에 맞춘 댐 운용, 물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백경오 한경대 토목안전환경공학과 교수는 “현재 댐과 제방의 설계 기준은 과거 자료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전례 없던 기상현상이 잦아지는 만큼, 기준을 재검토할 때”라며 “또 구조물의 한계 이상의 상황에 대해선 하천에 홍수터와 저류지를 확충하는 등 선형이 아닌, 유역 차원의 ‘면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날 강우레이더의 정확도를 현 65% 수준에서 90%까지 끌어올려 종합관제센터를 만드는 등 기후변화에 따른 돌발홍수 조기예보체계를 개발하겠다는 중장기 홍수예보 개선 대책을 내놨다.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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