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 각국의 경제활동이 휴면상태에 들어가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올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 경기가 휴면 상태에 들어가고 온실가스 배출이 급감했음에도, 뜨거워지는 지구를 식히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에 이르렀던 지난 4월 세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지난해 대비 17%까지 대폭 줄어들었다. 그러나 영국 리즈대 연구팀이 지난 2∼6월 세계 123개국의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 배출 추이를 분석한 결과, 배출량 감소가 지구의 평균기온을 낮추는 효과는 2030년까지 0.005∼0.01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분석을 담은 연구팀의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기후변화>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구글의 전화위치 데이터와 애플의 운전지도 이용 데이터를 활용해 교통량과 산업활동 등의 변화를 조사했다. 그 결과 온실가스 배출 감소가 가장 컸던 지난 4월 125개 국가 중 한 국가만 빼고 모두 10% 이상 교통량이 감소했다. 스페인·인도·뉴질랜드 등은 80%까지 줄었다.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이 이동량을 절반 이상 줄였다. 이동을 절반 이상 줄인 사람들은 114개 국가 인구 40억명 가운데 80% 이상이었다. 연구팀은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123개 국가의 지상교통, 주거, 발전, 산업, 공공, 항공 등 6개 부문별로 국가별 일일 배출량 추이를 분석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이산화탄소·블랙카본 등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의 배출량 변화 추이. ‘네이처 기후변화’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산업이 위축되고 교통량이 줄어듦에 따라 이산화탄소와 이산화황, 질소산화물 등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이 한해 전보다 10~30% 각각 감소했다. 이는 특히 지상 교통 수단의 사용량 감소에 기인한다.
하지만 일부 온실가스의 감소는 온난화를 부추기는 효과를 낳아 전반적인 온난화 개선 효과를 줄이는 역효과를 낳았다. 가령 석탄 연소 과정에서 주로 발생하는 이산화황은 에어로졸을 생성하는데, 에어로졸은 햇빛을 반사해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을 막는다. 이산화황의 감소는 거꾸로 온난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피어스 포스터 리즈대 교수는 “온실가스 상호 간의 상쇄 효과를 고려해 계산해보니 온실가스 감소의 온난화 억제 효과는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많은 국가들은 현재도 도로 교통량이 감소한 상태다. 구글 데이터는 영국의 모든 차종 운행이 25% 줄었음을 보여준다. 영국 정부의 공식 데이터로도 자동차는 12%, 버스와 열차 운행은 50% 이상 감소했다. 하지만 이런 코로나19 봉쇄와 경기 위축이 2021년 말까지 계속된다 해도 2030년까지 뜨거워지는 지구를 식히는 효과는 많아야 0.01도밖에 안된다.
포스터 교수는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을 위해 녹색산업을 육성하고 화석연료 산업을 억제하는 정책을 펼치면, 2050년까지 현재 정책이 그대로 유지됐을 때 올라갈 것으로 추정되는 온도의 절반 수준인 0.3도 상승으로 막을 수 있다”고 대학이 발간한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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