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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산유국 ‘영업장’ 같은 COP28…먹구름 낀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등록 2023-12-05 18:22수정 2023-12-06 00:36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의장인 아흐마드 자비르가 4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발언하고 있다.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 사장이기도 한 자비르 의장은 화석연료 사용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불거진 논란에 대해 이날 “과학을 존중한다”고 해명했다. 두바이/AP 연합뉴스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의장인 아흐마드 자비르가 4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발언하고 있다.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 사장이기도 한 자비르 의장은 화석연료 사용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불거진 논란에 대해 이날 “과학을 존중한다”고 해명했다. 두바이/AP 연합뉴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중반을 향해 가고 있지만, 핵심 의제인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논의가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가 총회 의장국으로 선정됐을 때 이미 예견됐던 것이란 비판 속에, 이번 총회가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의 장’에 그칠 수 있다는 비관론이 짙어지고 있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은 5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화석연료에 대한 단계적 감축이 당사국총회 최종 합의문에 담기는 것을 절대 달가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당사국총회의 최종 합의문은 만장일치 방식으로 채택되는데, 산유국인 사우디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사우디 쪽의 이런 입장 표명은, 아흐마드 자비르 총회 의장이 지난달 한 행사에서 “화석연료를 퇴출해야 한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발언한 사실이 보도된 뒤 나왔다. 자비르 의장은 지난 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오해 말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기후·환경단체들 사이에선 결국 산유국들의 반대로 이번 총회에서도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라는 결실을 맺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현지시각)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참가자들이 ‘석유는 흙 속에, 석탄은 탄광 속에, 가스는 땅 속에 그대로 두라’는 글이 적힌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두바이/AFP 연합뉴스
5일(현지시각)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참가자들이 ‘석유는 흙 속에, 석탄은 탄광 속에, 가스는 땅 속에 그대로 두라’는 글이 적힌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두바이/AFP 연합뉴스

일각에선 ‘손실과 피해 기금’ 출범과 ‘재생에너지 3배 확대’ 결의 등 이번 당사국총회의 ‘실적’으로 거론되는 것들도 화석연료 퇴출 논의를 축소시키기 위한 구색 맞추기 수준이란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손실과 피해 기금의 경우, 이례적으로 당사국총회 개막식 날 합의가 이뤄졌지만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의 공여금이 1750만달러에 그친데다, 그나마도 대출 형식이 대부분이어서 개발도상국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 전세계 원유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상위 50개 석유회사들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최대 84배 높은 메탄 배출량을 80% 이상 줄이는 데 합의한 것을 두고도, 법적 구속력이 없어 크게 의미 부여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왔다. 진 수 생물다양성센터 에너지정의 담당은 “메탄은 증상일 뿐 원인이 아니다”라며 “이 합의는 (화석연료 퇴출이 어려운) 현실을 가리기 위한 연막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총회가 아예 ‘산유국의 영업장’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랍에미리트 국영석유회사(ANDOC) 대표를 겸임하고 있는 자비르 의장이 당사국총회 기간 동안 외국 정부와 원유 거래를 논의하기로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데다, 총회 후원 기업에 제공하는 입장권 대부분을 중동의 은행이나 통신사, 자동차 회사들이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은 국제기후단체들의 연합 캠페인인 ‘큰 오염자들 내쫓기’(KBPO)를 인용해 이번 총회에 화석연료 이해 관계자 2456명이 등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총회 때보다 4배나 더 많은 규모로, 개최국 아랍에미리트(4409명)와 2025년 당사국총회 유치가 유력한 브라질(3018명)을 제외한 모든 국가 대표단보다 많은 숫자다. 실제 이번 총회에선 정부 대표단의 공식 행사가 이뤄지는 ‘블루존’ 내에 석유수출국기구(OPEC)나 가스수출국포럼(GECF) 등이 부스를 두고 탄소포집저장 기술 등을 홍보하고 있다.

미국의 기후환경단체 ‘오일체인지 인터내셔널’의 데이비드 통 연구원은 “국가 대표단들은 우리의 삶을 위해 협상하지만 화석연료 회사들은 자기들 지갑을 위해 여기 온 것”이라며 “무기상들을 평화회담에 초대하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적해온 ‘글로벌 탄소 프로젝트’의 연구자들은 올해 화석연료로 인한 탄소 배출량이 지난해보다 1.1% 증가(368억톤)했다고 발표했다. 당사국총회에 맞춰 나온 2023년판 연차보고서를 보면, 석탄으로 인한 배출량은 1.1%, 석유는 1.5%, 가스는 0.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유럽과 미국 등에선 감소 추세지만 세계 전반으론 증가하고 있고 화석연료를 줄이기 위한 행동이 위험한 기후변화를 막을 만큼 충분히 빠르게 일어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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