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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산유국의 COP28…기후대응, 오일·가스 기업과 불편한 동거

등록 2023-12-03 20:12수정 2023-12-04 10:49

현장 | ‘블루존’ 내 7번 구역 ‘88번 건물’
1층 입구엔 ‘지속가능한 화석연료’ 기업 홍보
3층엔 ‘화석연료 퇴출’ 논의하는 ‘시민 허브’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블루존 7번 구역 88번 건물 3층에 시민사회연합 부스가 있다. 두바이/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블루존 7번 구역 88번 건물 3층에 시민사회연합 부스가 있다. 두바이/기민도 기자 key@hani.co.kr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개발’ ‘빠르고 공평하고 영원히, 모든 화석연료 퇴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현장. 지난 2일(현지시각), 8개로 구성된 ‘블루존’ 내 7번 구역 ‘88번 건물’ 1층과 3층에선 서로 다른 메시지들이 전달되고 있었다. 블루존은 협약 당사국 대표단과 비영리 옵서버(참관인), 미디어 관계자들이 만나 주요한 회의와 협상을 진행하는 가장 뜨거운 공간이다.

화석연료 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는 아랍에미리트가 이번 총회 의장국을 맡으면서, 이번 총회는 시작부터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논란으로 뜨거웠다. ‘화석연료를 지속가능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석유·가스 업체들의 홍보전과 ‘화석연료를 신속하게 퇴출시켜야 한다’는 전세계 기후환경단체들의 외침이 뒤섞인 3층짜리 88번 건물은 이번 총회를 둘러싼 논란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블루존 지도. 당사국총회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건물 1층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사우디아라비아 등 13개 산유국이 가입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 부스였다. 부스 벽면에는 오펙이 당사국총회에 꾸준히 참여해왔던 일지가 적혀 있다. 부스에 있던 한 직원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오펙이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일을 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펙 바로 맞은편에는 러시아 등 12개 국가가 가입된 가스수출국포럼(GECF) 부스가 차려져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비롯한 산유국 기업 등은 이번 당사국총회에서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 등을 통해 화석연료 배출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는 홍보전을 펴며, 화석연료 자체를 단계적으로 퇴출시키는 논의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미국 생물다양성센터의 벤 골로프 활동가는 “(부스 위치 선정부터) 석유·가스 기업들이 당사국총회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사국총회는 기업들의 대화가 아니라 사람들을 위한 대화로 꽉 차야 한다”며 “이들(석유·가스 업체들)이 협상 중에 (정부 대표단의) 귀에 대고 속삭이게 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88번 건물 1층 입구에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홍보하는 부스. 두바이/기민도 기자 key@hani.co.kr
88번 건물 1층 입구에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홍보하는 부스. 두바이/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석유수출국기구(오펙) 홍보 부스에서 받은 소책자와 오펙 로고가 그려진 초콜릿. 두바이/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석유수출국기구(오펙) 홍보 부스에서 받은 소책자와 오펙 로고가 그려진 초콜릿. 두바이/기민도 기자 key@hani.co.kr

3층으로 올라가니, 30~50명 정도의 다양한 인종의 활동가들이 의자나 소파, 바닥에 앉아 있는 모습이 펼쳐졌다. 부스 공간마다 운영자 이름과 로고가 박혀 있던 1~2층과는 사뭇 달랐다. ‘사랑방’처럼 꾸며진 공간 벽은 ‘화석연료 금융 지원을 끝내라’,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등 이번 총회 의제는 물론 여성 원주민의 사진과 함께 ‘인권 없는 기후정의 없다’라고 적힌 펼침막도 붙어 있었다.

이 공간은 ‘시민사회 허브’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전세계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Climate Action Network international·캔) 등을 중심으로 전세계 단체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연대하자며 ‘제28차 당사국총회 연합’을 꾸려 모인 것이다.

골로프는 “이곳은 전세계 시민사회와 풀뿌리 리더들이 협력하는 공간”이라며 “한 사람, 한 조직, 한 국가가 아닌 우리 모두의 공간이며, 연대를 구축하고 전략을 세우고 조율하기 위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이곳에선 전세계에서 모인 활동가들의 발언 마당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과 페미니스트, 식민주의, 정의로운 전환, 화석연료 퇴출 등 다양한 주제를 펼쳐놓으며 서로 연대의 길을 모색했다. ‘화석연료 비확산 조약 이니셔티브’의 활동가 알렉스 라팔로위츠는 이 자리에서 “화석연료와 화석연료 추출에 반대하는 싸움은 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리카, 아시아 전역의 원주민, 식민지 국가 등 전세계 사람들이 자신의 땅과 고향을 지키기 위해 저항해온 싸움과 다르지 않다”며 “우리는 여기서 형평성 등을 바탕으로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한다는 분명한 결과를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블루존 7번 구역 88번 건물 3층에서 한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두바이/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블루존 7번 구역 88번 건물 3층에서 한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두바이/기민도 기자 key@hani.co.kr

미국 생물다양성센터의 벤 골로프 활동가. 두바이/기민도 기자 key@hani.co.kr
미국 생물다양성센터의 벤 골로프 활동가. 두바이/기민도 기자 key@hani.co.kr

두바이/글·사진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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