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낮 기온이 35도까지 치솟으며 무더운 날씨를 이어간 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에서 한 건설노동자가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제6호 태풍 ‘카눈’이 느린 속도로 이동하며 3일께부터 동중국해 부근에 정체할 것으로 보인다. 카눈은 5~6일께까지 이곳에 머물며 우리나라 쪽으로 고온다습한 공기를 불어넣어 ‘폭염’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1일 수시브리핑에서 “태풍 카눈이 일본 오키나와 부근 해상까지 느리게 서북서진을 거듭하다가, 3일께부터 대만 북동쪽 동중국해에서 정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상청은 3일 이후 카눈의 움직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가 여럿 있지만, 현재로써는 카눈이 5~6일께까지 동중국해에 머물다가 일본 쪽으로 북동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눈은 발생 당시까지만 해도 중국 상하이 남쪽에 상륙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제5호 태풍 ‘독수리’가 저기압 형태로 변질돼 중국 동북쪽에서 티베트고기압을 둘로 가르며 이동하면서, 카눈의 경로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눈이 이동하던 방향의 정면에 반시계 방향의 저기압 소용돌이가 형성됐고, 이 소용돌이 후면에서 불어온 바람이 카눈의 진로를 막으면서 방향 전환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여름철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카눈 북쪽에서 세력 균형을 이루고 안정화하면서 카눈이 길을 잡지 못하고 동중국해에서 정체하게 되는 셈이다.
박중환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카눈의 정체로) 상대적으로 따뜻한 기온과 높은 습도를 가진 공기가 우리나라 쪽으로 지속해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며 “당분간은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태평고기압의 고온 다습한 공기와 티베트고기압의 고온 건조한 공기가 겹겹이 쌓여 무더운 상황에서, 카눈이 무더위를 더 부채질하는 셈이다.
기상청은 11일까지 대부분 지역 최고 체감온도가 33~35도까지 오르고, 도심지와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카눈의 영향으로 제주 해상과 남해상, 서해 남부해상에 당분간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고 물결이 1.0~4.0m(제주 해상 5.0m 이상)로 매우 높게 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카눈의 구체적 진로와 국내에 미칠 영향은 독수리에 의해 흐트러진 기압계가 재편되는 3일께가 돼야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진 세계 각국의 수치예보모델 사이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기상청의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과 유럽 중기예보센터 모델(ECMWF)은 카눈이 적도 부근 고기압의 지향류를 따라 일본쪽으로 동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영국 기상청 모델(UM)은 애초 예상대로 중국 내륙 쪽으로 다시 유입되는 경로가 유력하다고 봤다.
신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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