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현지시각)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사마흐 슈크리 총회 의장이 합의문을 발표하자 각국 대표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0일(현지시각) 마무리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를 국제사회가 지원하는 것에 대해 초보적인 합의만 있었을 뿐, 지구 온도 상승을 제한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논의 등은 지난해 26차 총회에서 합의한 수준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이번 총회에서 채택된 ‘샤름엘셰이크 이행계획’이라는 이름의 9쪽짜리 합의문을 보면, 당사국들은 “(산업화 이전에 견줘 지구온도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결의한다”고 뜻을 모았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26차 총회에서 밝힌 ‘1.5도 목표’를 재확인한 수준에 불과하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계획도 이번 총회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1.5도 목표를 달성하려면 각 나라의 실질적이고 신속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 핵심인데, 정작 이에 대한 내용은 빠진 것이다. 앞서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달 ‘(온실가스) 배출 격차 보고서’를 통해 세계 각국이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이행해도 이번 세기말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4~2.6도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각국이 약속한 이행계획대로 온실가스 감축이 이뤄지더라도 1.5도 목표 달성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총회에서 합의된 ‘석탄발전 단계적 감축, 화석연료 보조금 단계적 퇴출’보다 진전된 방안도 이번 총회 합의문에는 담기지 못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이번 총회는 온실가스 감축 부문에서는 글래스고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향후 과제만 무수히 남겼다”며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이뤄지지 못하면 기후위기로 개발도상국이 입는 ‘손실과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후단체인 기후미디어허브는 “600명 이상의 (화석연료 기업들의) 로비스트들이 이번 총회에 참석한 사실에 비춰보면 이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총회 최대 성과로 꼽히는 개도국의 ‘손실과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기금을 조성한다는 내용을 놓고서도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도국과 선진국의 첨예한 입장 차 때문이다. 개도국은 역사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큰 선진국이 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선진국은 재원을 마련할 역량이 있는 신흥 경제국도 기금 마련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금 지원 대상도 합의문에 최빈 개도국이나 작은 섬나라 국가 등을 의미하는 “(기후위기에) 특별히 취약한”이라고 한정돼 있어, 지원 대상을 어디까지로 할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기금이 실제로 가동되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지원을 위해 2009년 15차 총회에서 결정된 녹색기후기금도 실제 가동까지는 6년이 걸렸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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