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리고 있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막판 협상이 20일 새벽까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 참석자가 의자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다. 샤름엘셰이크/EPA 연합뉴스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기후변화로 고통을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손실과 피해’ 보상 재원을 마련하는 기구를 설립하기로 했다.
당사국들은 이번 총회 의장인 사메 슈크리 이집트 외무부 장관 주재로 20일(이하 현지시각) 새벽 3시30분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고 통신사 <로이터>가 밝혔다. 하지만 스위스가 검토를 요구해 다시 정회된 상태다.
제27차 당사국 총회 공식 트위터도 이 내용을 확인하는 트위트를 새벽 4시30분께 올렸다. 총회는 “이번 총회에서 역사가 만들어졌다. 당사국들은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개도국을 돕는 손실과 피해 기금을 설치하는 데 합의했다. 이 기금은 특별히 기후변화의 악영향에 취약한 나라가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번 총회는 공식 폐회일보다 하루 늦은 19일(현지시각) 끝날 것으로 기대됐으나, 협상은 자정을 넘겨 이튿날 새벽까지 진행됐다. 당초 19일 저녁까지만 해도 이번 총회 최대 이슈인 ‘손실과 피해’ 보상 재원 마련에 대해 당사국 사이에 기초적인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연합을 비롯한 선진국 진영이 ‘손실과 피해 기금’을 설치하고 이를 관리하는 별도의 기구 설립을 받아들이면서다.
하지만, 기금의 정체성과 운영 방식을 두고 협의하는 상황에서 새 이슈가 제기되면서 막판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20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 외신 보도와 샤름엘셰이크에서 협상을 지켜보는 기자, 전문가 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종합하면, 선진국과 개도국은 크게 세 가지 항목에서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은 17일 유럽연합이 ‘기후재난에 가장 취약한 국가만을 위해’ 손실과 피해 기금을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물꼬를 텄다. 19일 프란스 티메르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유럽연합이 (선진국과 개도국을) 중재할 안을 내놓았다”며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모든 유럽연합 장관들은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선진국은 손실과 피해 기금을 설치하면서 다른 조건을 달아 다시 협상은 교착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손실과 피해 기금 수여 대상국을 최대한 좁히는 한편 중국 등 개도국의 참여를 요구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좀더 강화하는 방향의 합의를 내자고 한 것이다.
19일 밤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리고 있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회의장 주변에서 의장인 샤메 슈크리 이집트 외무부장관(가운데)이 대표단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샤름엘셰이크/EPA 연합뉴스
막판 협상의 첫 교착 지점은 손실과 피해 기금을 수혜받는 나라가 어떤 나라냐다. 유럽연합이 제안한 대상은 아프리카의 최빈국이나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 사태를 겪는 태평양 섬나라 등 좁의 의미의 기후재난 취약국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런 정의에 따르면 올해 사상 최악의 홍수를 겪은 파키스탄을 포함해 역사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중견 개도국이 포함되지 않는다.
둘째, 신흥 경제국의 기금 참여 여부가 협상 타결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 선진국은 중국과 카타르, 쿠웨이트 같은 신흥경제국도 이 기금에 기여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중국은 비용 분담은 할 수 없다고 당사국총회 초기부터 선을 그은 바 있다.
마지막으로 선진국은 지난해 제26차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당사국총회(COP26)에서 석탄을 감축하기로 한 합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석유와 가스에 대해서도 비슷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도국 협상그룹인 주요 77개국(G77)과 중국은 화석연료의 급진적인 감축에 부정적이다. 자국 경제개발에 접근성이 좋고 값싼 화석연료가 유리하다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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