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청년 기후활동가인 이집트의 하자르 알 벨타지와 모로코의 파티마 자흐래 타리브, 그린피스 활동가 아흐메드 엘 드루비가 18일(현지시각) 이집트 샤름엘셰이크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에서 기후위기 대응에 소극적인 아랍국가들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리고 있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에서 아랍의 기후활동가들이 아랍 국가들의 소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비판하며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고 나섰다.
기후위기 대응에는 화석연료가 산업 기반인 아랍 국가들의 참여가 필수적이고, 내년에 아랍에미리트(UAE)가 개최하는 제28차 당사국 총회(COP28)가 ‘그린워싱’(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친환경적인 것으로 포장하는 위장환경주의)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당사국 총회에서는 각 협상 그룹별로 협상에 임하는데, ‘아랍 그룹’에는 이집트,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모로코 등 20여개 나라들이 속해있다. 18일(현지시각) 이들의 촉구가 담긴 기자회견은 이 나라들을 겨냥한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주로 영어로 진행되는 당사국 총회에서 보기 드물게 아랍어로 진행됐고, 영어 통역기가 제공됐다.
이집트의 청년 기후활동가인 하자르 알 벨타지(30)는 18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은 다른 나라보다 두 배나 빨리 따뜻해지고 있다”며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은 가뭄, 사막화, 홍수 등 재앙적 상황에 직면해 있고, 식량과 물도 소멸되고 있어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벨타지는 이어 “아랍 석유 국가들은 이번 기후 회담에서 그늘에 숨어있다. 심지어 일부 아랍 국가 대표단은 이번 27차 당사국 총회에 화석연료 로비스트들 다수와 함께 왔다”며 기후위기 대응에 미온적이거나 역행하는 아랍 국가들을 비판했다. 벨타지는 아랍 그룹 국가들에게 이렇게 호소하기도 했다. “우리는 여러분의 아들이고 딸이며, 기후위기는 우리의 미래이기도 합니다. 지구를 우리 젊은이들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열정적인 능력, 그리고 우리와 후세들의 미래를 위해 최선의 공간으로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모로코의 기후활동가인 파티마 자흐래 타리브(20)는 “우리 아랍 청년들은 이번 27차 당사국 총회 협상에서 아랍 그룹의 (소극적인) 역할에 불만을 갖고 있다” 며 “우리의 존재가 헛되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타리브는 이어 “기후 정의는 꿈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미래, 즉 나의 미래가 그것에 달려 있는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랍지역 청년 기후활동가들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그린피스의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캠페인 매니저인 아흐메드 엘 드루비는 “이번 COP27은 ‘아프리카의 COP’으로 불렸다”며 “아랍 그룹이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 기금 신설 등 주요 기후정의 요구에 대해 지지 표명을 했지만, 오히려 주도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드루비는 “아랍의 주요 석유국들은 모든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 아니라 탄소 포획·저장 같은 증명되지 않은 기술에 돈을 걸고 있다”며 “이런 접근법은 기후위기에 취약한 국가들보다 부유한 석유 국가들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 부족은 궁극적으로 기후위기에 취약한 나라의 국민들에게 더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비판했다. 드루비는 또 내년 제28차 당사국 총회(COP28) 개최국인 아랍에미리트를 겨냥했다. 그는 “의장국으로서 아랍에미리트는 COP28이 시작도 하기전에 실패하지 않도록 COP28이 석유·가스 산업의 또 다른 그린워싱 이벤트로 변질되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며 “그렇게 함으로써 기후위기 상황에서 전지구적 유익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샤름엘셰이크/글·사진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