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참석한 나경원 기후환경 대사가 8일(현지시각)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윤석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 참석한 나경원 기후환경 대사가 선진국이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1천억달러를 공여하기로 한 약속을 조속히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총회 공식 의제인 개도국이 입은 ‘손실과 피해’와 관련해 각국이 새로운 목표에 합의하길 촉구했지만, 정작 한국 대표로서 개도국에 대한 추가 공여 약속은 내놓지 않았다.
나경원 대사는 8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당사국총회 정상회의 수석대표 연설에서 “지난해 한국의 전 대통령(문재인 대통령)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량(NDC)을 2030년까지 40% 줄이기로 약속했다”며 “매우 도전적인 목표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에 더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이행 △질서 있는 (에너지) 전환 △혁신에 기반한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100대 핵심기술을 선정해 녹색기술 혁신을 지원하고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 균형 잡힌 에너지 믹스를 달성하겠다며 윤석열 정부 에너지 정책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번 총회 의제로 채택된 ‘손실과 피해에 대한 선진국의 지원’과 관련한 입장도 밝혔다. 나 대사는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글로벌 목표에 대한 진전이 필요하다며 “(개도국을 위한 기후재원으로) 연간 1천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우리의 약속이 조속히 달성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집단적이고도 정량적인 기후재원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당사국총회에서 선진국은 2020년까지 연간 공여액 1천억달러를 달성해 개도국에 지원하기로 약속했지만,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분석을 보면 2020년 기준으로 이렇게 마련된 기후기금은 833억달러에 불과하다.
한국 소개에만 치중…개도국 지원 추가 계획 안 밝혀
이번 총회에서 한국은 추가적인 개도국 지원에 대해 발표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나경원 대사는 “한국에 있는 녹색기후기금(GCF)과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에 대한 지원을 계속 강화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을 뿐, 추가 지원 약속을 하지는 않았다. 한국은 녹색기후기금에 2015~2018년 1억달러에 이어 2020~2023년에는 2억달러를 공여하기로 약속했다. 이번 총회에서 독일이 기후변화 취약국을 지원하는 17억달러 글로벌 보호 계획을 발표하는 등 영국, 미국, 프랑스, 유럽연합 등은 개도국의 에너지 전환과 재난을 돕는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 당사국총회에 참가하고 있는 환경단체 그린피스 장다울 전문위원은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이 된 한국의 책임과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역할을 하려면, 한국은 불충분한 감축 목표와 개도국 재정 지원뿐만 아니라, 기후재난으로 야기된 기후취약국의 ‘손실과 피해에 대한 금융기금’(Loss and Damage Finance Facility∙LDFF)을 지지하고, 재정적 보상에도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피해를 줬을 경우 보상하는 것이 공정과 상식”이라고 덧붙였다. 개도국 중심의 협상그룹인 지(G)77이 제안한 손실과 피해에 대한 금융기금은 기후변화의 역사적 피해를 보상하는 데 돈을 쌓아 쓰자는 것이다.
1750년부터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누적 배출량을 보면, 한국은 세계 17위에 해당한다.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최근 들어 9~10위를 기록하고 있다.
샤름엘셰이크/김윤주 기자
kyj@hani.co.kr,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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