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환경부가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사업을 재개하기 위한 환경영향평가 현장 조사 기간을 봄철을 제외한 3계절로 최종 공고한 것이 확인됐다. 통상 4계절 변화를 살피는 현장 조사에서 동식물의 활동과 생장이 활발한 봄철을 뺀 것을 두고 신한울 3·4호 조기 건설을 뒷받침하기 위한 무리한 일정 단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는 지난 20일 한국환경연구원이 운영하는 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EIASS)에 이런 내용이 포함된 ‘신한울 원자력 3·4호기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항목 등의 결정 내용’을 공고했다.

공고를 보면, 환경부는 육상 자연생태환경에 대해 사업지구 경계로부터 반경 10㎞를 조사 지역으로 설정하고 원전 건설·운영이 법정보호종 및 주요 동식물상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환경영향을 평가하도록 했다. 해양환경과 관련해서는 사업지구에서 20㎞ 이내 인근 해역을 대상으로 원전의 취·배수 구조물 공사 때 발생하는 부유물과 원전 가동으로 나오는 냉각수가 해양 동식물 등에 끼치는 영향을 중점 평가하도록 했다.

환경부는 이 평가를 위한 조사 방법으로 문헌조사와 함께 현지조사를 제시했으나, 계절별로는 여름·가을·겨울만 조사하도록 했다. 내년 봄까지 가지 않고 오는 겨울 조사를 끝으로 현지조사를 종료하도록 한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신한울 3·4호기의 경우 다른 사업과 달리 이미 2016년도에 환경영향평가를 했던 사례가 있고, 바로 붙어 있는 신한울 1·2호의 사후 환경조사도 계속 해오고 있어서 기존의 자료를 활용해도 될 것으로 판단하고 환경영향평가협의회에서 의결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협의회는 환경부와 산업부 공무원 4명, 정부 추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 3명, 울진군청 직원 1명, 민간 전문가 2명, 시민단체와 주민대표 각 1명 등 모두 12명으로 구성돼 있고, 환경부 환경영향평가과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환경영향평가협의회는 지난 15일 회의를 열고 “(가동 중인) 한울 1~6호기 및 신한울 1·2호기 사후환경영향조사 결과, 기존 신한울 3·4호기 환경영향평가(2016년 8월) 자료를 활용하고 관련지침에 따라 충실히 평가(해야 한다)”는 총괄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육상 동·식물상에 대한 세부 심의의견에서 “현장조사는 적정 시기(종 활동 및 생육이 왕성한 시기 등)에 수행하고, 보호종의 서식여부 확인 및 보전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4계절 가운데 동식물의 종 활동과 생육이 왕성한 시기가 봄인데 환경부가 현장 조사에서 봄철을 제외하도록 한 것은 환경영향평가 기간을 단축해 신한울 3·4호기 사업의 조기 재개를 뒷받침하려는 것”이라며 “환경부가 스스로 환경영향평가를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시키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