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외진 열대 삼림의 하나인 오스트레일리아 북동부 퀸즐랜드 열대우림. 영국 옥스포드대 제공(촬영 Alexander Schenkin)
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열대우림이 기후변화 영향으로 1980년대 이후 그 이전에 견줘 2배 빨리 죽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호주·미국·영국·프랑스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과학저널 <네이처>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지구온난화가 대기 건조 능력을 증가시킴에 따라 지난 35년 동안 열대 삼림의 고사율이 두 배 늘어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DOI :
10.1038/s41586-022-04737-7)
미국 스미소니언 환경연구소, 영국 옥스포드대, 프랑스 국립지속가능발전연구소,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등 공동연구팀은 1971년부터 2019년까지 호주 북퀸즈랜드 24개 삼림 구역에서 81종 7만4135그루의 나무에 대한 고사 경향을 조사했다. 자료는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에서 제공받았다.
연구팀 조사 결과 열대우림의 평균 고사율은 평균 두 배로 늘었으며, 결과적으로 나무의 수명이 반으로 줄었다. 이런 경향은 조사 지역 전반에 걸쳐 종과 분포에 상관 없이 일어났으며, 시간적으로는 1984년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스미소니언 및 옥스포드대 소속 열대우림 생태학자로 논문 제1저자이자 교신저자인 데이비드 보우먼은 “다양한 종과 여러 지역에서 일관된 고사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나무 고사율이 이렇게 현저하게 증가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다. 나무 고사 위험이 지속적으로 2배 증가하면 나무에 저장된 탄소가 대기중으로 반환되는 속도도 2배 빨라진다”고 말했다.
논문 공저자인 야드빈더 말리 옥스퍼드대 교수는 “최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호주 북동쪽 해안에 있는 매우 다양하고 아름다운 세계 최대 산호초 지대)는 지난 7년 동안 4차례의 대규모 백화 현상을 겪었다. 눈을 돌려 육지를 보면 열대우림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북퀸즈랜드 열대우림의 고사율이 높아진 배경에는 지구온난화에 의해 발생한 대기 건조화 능력의 증가가 있다고 분석했다. 대기가 따뜻해지면 수목에서 좀더 많은 수분을 빼내고 이로 인해 나무의 수분 스트레스가 증가해 고사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온전한 열대우림은 탄소의 주요 저장소이며 지금까지 인간이 유발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2% 가량을 흡수해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는 제동장치 곧 ‘탄소 흡수원’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남미
아마존에 대한 최근 연구에서도 열대우림의 고사율이 증가하고 있어 탄소 흡수원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리 교수는 “현재처럼 고사율이 증가하면 열대우림은 머지않아 탄소 배출원이 되고 지구온난화를 2도 아래로 제한하려는 과제는 더욱 시급해지고 달성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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