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위법 논란이 제기된 월성1호기 수명연장에 들어간 설비투자 비용도 탈원전 비용으로 인정해 보전해주기로 했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은 1심 법원에서 위법으로 판결했으나 2심은 판단을 내리기 않고 소 각하를 결정한 바 있다. 월성원전 1호기는 2017년 10월 정부가 확정한 탈원전로드맵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이 2018년 6월 폐쇄를 결정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019년 12월 영구정지를 의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김부겸 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에너지전환(원전감축) 비용보전 이행계획’을 심의‧확정해 다음달 9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에너지전환을 위한 탈원전 과정에 적법·정당하게 지출된 비용을 보전해준다는 방침은 2017년 탈원전로드맵에 포함됐고, 지난 6월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사용해 보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번에 확정한 이행계획은 적용 대상과 기준·절차 등을 구체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행계획은 한수원이 월성원전의 수명을 연장해 계속운전하기 위해 지출한 설비투자와 물품구매 비용, 계속운전에 따른 법정부담비용 등을 보전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한수원이 월성 원전을 계속운전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설비투자비만 5600억원에 이른다. 탈핵단체들은 정부가 이 비용을 보전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정부가 정한 ‘적법하고 정당하게 지출된 비용’이라는 비용보전 원칙과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월성 1호기는 2012년 11월20일 30년 설계수명 만료로 가동이 정지됐다. 하지만 2015년 2월 원안위가 2022년 11월20일까지 수명 연장을 허가하며 다시 가동됐다. 이에 반발한 인근 주민 등 국민소송원고단 2100여명이 원안위를 상대로 낸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운영변경 허가 처분 무효확인 등’ 소송에서 1심인 서울행정법원은 수명연장 과정의 절차적 위법을 근거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원자로 핵심설비 교체가 원안위 전체 회의 심의·의결 없이 소속 과장 전결로 처리한 것 등을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지적에 정부는 이 소송이 2심에서 각하된 점을 들어 비용 보전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1심에서 원안위가 패소했지면, 2심에서 각하 결정이 났기 때문에 비용을 보전해주는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소송의 원고 대리인인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 김영희 변호사는 “2심은 월성 1호기가 이미 영구정지에 들어가 소를 계속 진행할 이익이 없다고 보고 각하 판결을 내린 것일 뿐 1심의 위법 판결을 파기한 것이 아니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위법이라고 한 1심 판결은 실질적으로는 살아있는 판결이나 다름 없다”고 주장해 법률 논쟁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에 따라 중단된 신규 원전에 대해서는 인허가 취득을 위해 지출한 용역비, 인허가 취득 이후 지출한 부지매입비, 공사비 등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여기에 해당되는 원전은 강원도 삼척의 대진원전 1·2호기, 경북 영덕의 천지원전 1·2호기, 경북 울진의 신한울 3·4호기이다. 하지만 탈원전 결정에 따라 행정조치까지 완료한 사업을 대상으로 한다는 규정에 따라 신한울 3·4호기는 일단 신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신한울 3·4호기는 2023년 12월까지 공사계획 인가기간이 연장되는 바람에 중단을 위한 행정조치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다.
산업부 관계자는 “각 원전별 구체적인 비용보전 범위와 규모는 법률‧회계 등 전문가가 참여하는 비용보전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부안을 확정하고, 국회 예산심의를 통해 최종 결정될 예정”이라며 “이행계획이 확정된 만큼 관련 규정에 따라 사업자의 신청에 대해 비용보전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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