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비상행동,한국환경회의 등 시민단체와 기본소득당,녹색당 등 진보정당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국회가 지난 8월30일 본회의에서 의결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이 기후위기에 실질적인 대응을 할 수 없는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방기한 위헌적 법률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공동청구하는 내용의 발표문을 읽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미래는 누가 전망하는가, 그리고 누가 결정하는가. 최근 대통령 소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정부안을 공개하고 18일 최종 심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2050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중대한 경로로, 탄중위는 정부 부처들이 각기 제시한 감축안을 바탕으로 2020년 말 유엔에 이미 제출했던 2030 엔디시를 상향 조정했다. 기존 목표인 ‘2018년 총배출량(7억2700만톤) 기준 26.3% 감축(산림흡수원 등이 상쇄한 양이 포함된 순배출량 5억3600만톤)’에서 40%(순배출량 4억3600만톤) 감축으로 목표를 강화했다.
보수·산업계는 비용 부담, 기술·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업의 이익을 해친다거나 탄소 감축 비용을 숨긴 채 다음 세대에 전가한다는 논리다. 반면 기후·환경 운동가들은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2018년 배출량 기준 50% 이상을 감축하지 않으면 산업화 이전에 견줘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묶지 못하는 파국을 맞을 것이라 경고한다. 산업 쪽도, 환경 쪽도 만족하지 못하는 정부안은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COP26)에서 거듭 재평가받을 예정이다. 앞서, 복잡한 숫자들을 서식 삼은 탄소 감축안의 이면을 특히 현실 가능성에 기반하여 짚어본다. 어떤 전망이 맞을지는 불확실하나 미래가 지금 결정된다는 것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확정 절차 눈앞에 둔 NDC 최종안
전 정부 국외 목표 9600만톤 비판에 1620만톤으로 대폭 줄였던 현 정부 10개월 만에 3510만톤으로 수정
2030 감축 목표치 1억톤 늘었지만…
8년간 이행할 ‘도전적 목표’ 불구 1억톤 중 20% 가까이 해외 감축…구체적 실행계획도 정해진 것 없어
목표에 비해 미흡한 정부의 노력
환경단체 “국내 책임 국외로 떠넘겨…해외 탄소 배출량도 계산해라” 비판
NDC 성과 인정 가능성도 불확실…11월 유엔 당사국총회 쟁점으로
지난 8일 공개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엔디시)를 분석해보면, 전체 감축량(2억9100만톤) 중 해외 감축분이 12%(3510만톤)를 차지했다. 전체 감축 목표량(1억9150만톤)의 8%(1620만톤)만 국외에서 모색하겠다는 기존 계획에서 대폭 끌어올린 것이다.
당초 박근혜 정부의 목표안에서 해외 감축 비율이 높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방향을 틀어 더 실효적인 국내 감축 대책을 늘리고 해외 감축 의존률을 상당 낮췄던 문재인 정부가 다시금 해외 감축 비율 제고로 돌아간 셈이다.
하지만 국외 기반의 온실가스 감축안은 근본적으로 국내 감축 책임을 국외로 돌린다는 한계가 있는데다, 국제사회에서 엔디시 성과로 인정될 지도 불투명한 상황에 엮여있다. 때문에 해외 감축 목표 자체가 ‘아니면 말고’식으로 노정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기후·환경단체에서는 “이럴 거면 한국이 건설·투자 중인 해외 석탄화력·가스 발전 등의 배출량도 추가해 계산하라”며 이번 상향안에 대해서도 반발하는 이유다.
2015년 파리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마련 중인 한국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크게 두번 바뀌었다. 2016년 11월 박근혜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를 8억5100만톤으로 추정한 뒤 BAU의 37%인 3억1500만톤을 감축해 5억3600만톤만 배출한다는 목표를 담은 목표를 유엔에 제출했다. 다만 해외에서의 감축 비율이 30.4%(9600만톤, 국내분은 2억1900만톤)에 달해 국내 책임회피 및 현실성 등을 두고 국내외 전문가·시민사회의 비판이 컸다.
지난해말 유엔에 제출된 문재인 정부안은 2030년 국가의 탄소 총배출량은 5억3600만톤으로 이전 감축안과 동일하게 묶되, 해외 감축 비율을 전체 목표 감축량(1억9150만톤)의 8.5%인 1620만톤으로 줄인다는 목표다. 이러한 목표의 초안이 처음 공개된 2018년 6월 환경부는 “정부는 이번 수정 과정에서 국내외 비판을 반영해 국내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을 재평가하고 이행가능성을 높였다. 감축 목표의 1/3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이행방안이 불확실했던 9600만톤의 국외 감축량을 최소화하고 국내 감축 대책으로 보완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전체 감축 목표치 등이 낮다는 이유로 올해 초 국제사회가 사실상 퇴짜를 놨다.
이에 정부가 지난 8일 발표한 수정안(대통령 소속 ‘2050탄소중립위원회’의 2030 엔디시 정부안)을 보면, “이행방안이 불확실해 최소화”했다던 해외 감축 목표량이 2.2배 늘었다. 2018년 실제 배출량(7억2700만톤)에서 2030년 배출목표 4억3600만톤으로 2억9100만톤을 총 감축하고, 이중 12%(3510만톤)는 해외에 맡긴다는 게 오는 18일 확정절차를 앞둔 이번 최종안의 뼈대다. 전체 감축목표치의 상향조정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향후 8년 동안 기존 목표치보다 1억톤의 탄소를 더 줄이겠다는 점에서 이번 방안은 정부말대로 “도전적 목표”가 맞다. 그럼에도 기후환경 전문가들이 새 도전을 지지하기보다 반발하는 주요 까닭은 추가 감축분 1억톤 중 1/5 가까이가 해외 감축분이고, 이행가능성 때문에 줄였다던 해외 감축분을 충분한 근거없이 대폭 높였기 때문이다. 12일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특별위원회도 불확실성이 높은 국외 감축을 줄이고 석탄 비중을 줄여 국내 감축량을 확대하라는 의견서를 탄중위와 정부에 제출했다.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탄소중립위원회 회의실에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온라인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해외 기반 감축안에서의 구체성 결여는 향후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8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공개된 뒤 최근까지 <한겨레> 취재 결과, 외교부·산림청·탄중위 등은 ‘해외 조림과 탄소배출권거래제·남북산림협력’ 등을 그 방안으로 언급했을 뿐, 현재까지 어떤 구체적 실행계획도 갖고 있질 못하다.
무엇보다 탄소배출권 거래를 위한 개도국 지원 제도가 선진국 중심이라는 한계와 개도국 지원을 수단삼아 선진국의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이 있기에, 온실가스 감축 사업으로 인정받기 위한 논의는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도 큰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결국, 구체적 실행방안도 없는 상태에서 부족한 국내 감축량을 메우기 위해 무리하게 해외 감축 비율을 높였다는 해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10일 한 탄중위원은 “비용이나 감축목표량 산정 방식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국외감축분은 달라질 수 있다. 보통 해외에서 줄인 량을 전량 한국이 줄인 것으로 가지고 오지 못하기 때문에 50대 50으로 나눈다 쳐도 현재 3510만톤의 2배를 줄여야 하는데 이것도 양국 협상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해외 감축 과정엔 <한겨레>가 지난달 23일 보도한
캄보디아 레드플러스 사업 등 개발도상국 산림 보호·지원 제도도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현지 통제가 어려워 실효가 보장되지 않는데다 캄보디아 사례에서 보듯 개도국 주민을 분리 착취하는 윤리적 비용까지 치러야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러나 정부와 탄중위는 국내에서 감축 목표를 끌어내지 못할 경우 해외에서 감축해 기후변화 대응을 하는 것도 문제될 것이 없고, 개도국 착취가 없도록 제도를 잘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30%대에 머물던 정부안이 문재인 대통령이 주도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끌어올리라고 한 결과 ‘40% 감축’으로 앞자리가 바뀐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해외 감축량이나 2018년 배출량은 총배출량으로 설정하고 목표년도인 2030년은 총배출량 중 산림 등이 흡수한 탄소양을 상쇄한 순배출량으로 계산한 점 등 숫자에 가려진 한국의 진짜 감축 노력을 따져보면 실제는 그보다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기후·환경단체들은 “해외 감축량을 국내 목표로 넣는다면, 한국이 해외에서 배출하는 석탄·가스발전량도 (당초 탄소배출양에) 넣어야 한다”고도 비판한다. 문재인 정부는 해외 신규 석탄화력발전 투자 중단을 약속했지만, 한국전력·삼성물산·두산중공업 등은 현재 진행 중인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와 인도네시아 자와9·10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