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만난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들이 정책 제안서를 전달했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용진 의원이 기후운동을 하는 청소년·청년들을 잇달아 만났다. 민주당 후보 중 유일하게 구체적인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한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정책과 차이를 비교하며 청소년들 제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의원은 현 정부보다 빠르고 구체적인 기후대응책 마련을 약속했다. 최근 핵융합 연구지원을 언급한 추 전 장관은 원전 문제에 대한 기후·환경단체의 반대 목소리를 들었다.
청소년기후행동 “NDC 2017년의 70% 감축” 제안
이낙연 전 대표는 31일 오전 인천의 한 카페 세미나실에서 청소년기후행동(청기행) 소속 김보림·윤현정·김서경 활동가를 만났다. 이 전 대표 쪽이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전문가 의견이 듣고 싶다’며 연락해 만남이 성사됐다. 추미애 전 장관은 같은 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주최한 ‘추미애의 깃발 북콘서트’에 김서경 청기행 활동가, 조은별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운영위원, 조천호 경희대 교수,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을 초대해 기후위기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박 의원은 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청기행 사무실에서 청기행 활동가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청기행 쪽은 4가지 정책 제안을 담아 각 후보에게 전달했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17년 배출량의 70%인 2억1700만톤까지 끌어올릴 것을 요구했다. 현재 민주당에서 논의 중인 감축 목표는 이보다 적은 40% 감축한 4억톤 이상인데 이보다 더 강한 목표다.
또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탈석탄 정책을 완료하고,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50%로 올리고, 기후위기 대응·전환 과정에서 지역 소외, 노동자 소외가 일어나지 않도록 ‘기후정의’ 관점에서 신경쓸 것을 요구했다.
이낙연 “정부안보다 2배 앞당겼는데…”
지난달 27일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6명의 기후공약 발표 때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18년 배출량 기준 45% 감축)를 제시한 이 전 대표는 “(청소년들이) 제안한 목표와 현재 정부가 내놓은 목표 차이가 너무 크다. 정부의 제안에서 2배를 앞당긴 게 저의 제안이었는데, 저의 제안보다도 차이가 있어 검토를 다시 해야될 것 같다. 탄소세를 도입하는 식의 유인 정책도 필요해보인다”고 답했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이 구상하는 공약에 청소년·청년들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도시 단위로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행동을 하는 시민들을 조직하는데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다. 총리 산하 청소년청년위원회에만 (청년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기후에너지부나 산업통상자원부 등 부처가 청년에 의한 방식으로 바꿔가야 한다”며 미래세대의 정책 참여를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말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밀어붙여 기후운동단체로부터 비판 받은 바 있다. 청기행 쪽은 “이 전 대표가 ESG·정치 참여 등 주제와 동떨어진 이야기를 주로 해 정작 요구안에 대한 논의가 잘 이뤄지지 못했다. 시간 부족으로 가덕도 특별법 문제는 논의 하지도 못했다”고 했다.
추미애 “탈석탄·정의로운 전환, 쉽게 말할 수는 없지만…”
31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들을 만나 정책제안을 들었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추 전 장관은 ‘2030 탈석탄’과 ‘정의로운 전환’ 문제를 묻는 청소년 활동가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의지를 강조했다. 추 전 장관은 “석탄화력발전소는 고용 인력 문제 등 대전환에 대한 대비책이 있어야 해 쉽게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의지는 천명해드릴 수 있다. 5년 전에는 기후위기가 이정도인 줄 몰랐던 시기다. 이제 (상황이) 심각한 지금에서는 계획된 것도 백지화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씀을 드린다. 가동중인 것도 국가 우선순위를 둬서 바꾸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위기 대응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원전 경제성이 떨어지고 있고 서구 주요 국가들이 원전을 늘리지 않는다는 조천호 교수의 지적에 추 전 장관은 “(원전은) 선진국들은 짓던 것마저도 안 짓겠다는 입장인데, 수리해서 쓸까하다 안전을 담보할 수 없으니 (수리를) 종료한 것도 수사의 대상이 되는 세상”이라며 월성1호기 조기폐쇄 관련 검찰 수사를 에둘러 비판했다. 이어 “국가 경제에 있어서의 불가피한 측면을 강조하다보니 기성세대가 발뺌하면서 실천하지 않는데, 왜 공허한 말만 반복하냐 이렇게 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추 전 장관은 최근 핵융합 연구 지원을 통한 기후위기 대응을 언급해 현실적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청기행 쪽은 “추 전 대표 쪽에서 핵융합 공약에 대해서는 당론이었다고 설명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박용진 “로드맵 없이 좋은 말만 하는 것은 무력한 지도자”
1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소년 기후행동 활동가들로부터 정책 제안을 받고 사진을 찍었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2040년 탈석탄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박 의원은 구체적이고 빠르게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하며 현 정부나 다른 후보들과 선긋기를 시도했다. 박 의원은 “기후위기 대응을 빨리 시작해야 한다. 고통스러운 일이니 욕 먹더라도 전기료가 오를 수 있다고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석탄화력발전이나 자동차산업 종사하는 분들이 받을 충격을 없애기 위해 탄소세를 신설해 정의로운 전환의 재원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앞서 유력 대선 주자인 같은 당 이재명 경기지사는 페이스북에 “국민들의 시원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전기요금 추가 감면을 주장해 기후환경단체의 항의를 받기도 했는데, 이와 달리 박 의원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라면 전기요금 인상도 고민해야 한다고 맞받은 셈이다.
박 의원은 또 “로드맵 제시 없이 좋은 말만 하는 것은 무능한 정치, 무력한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국민에게 착한 소비 해라, 비닐봉투 쓰지 말라, 스트레스만 주고 정부는 자기 할 일 안 하는 식이어선 안 된다”며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는 정부를 비판했다. 박 의원은 “청소년들이 활동을 시작한 지 2~3년 안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여러분이 큰 일 하고 있다. 용기를 가지시라”고도 말했다.
청기행 쪽은 “박 의원이 정부의 책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며 ‘박용진 정부는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명확하게 어떤 기후정치를 할 것인지 비전이나 방향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그려지지 않았다”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