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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오후 3시에서 오후 5시로 바뀐 ‘전력 피크’…무슨 일이?

등록 2021-07-22 15:54수정 2021-12-29 14:39

태양광 설비 늘며 몇년 사이 전력수요 최고점 이동
폭염 기승 부릴 수록 효율 높아지는 태양광 발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올여름 들어 가장 더웠다는 21일, 전력거래소에 잡힌 최대 전력사용 시간은 오후 5시였다. 7월 들어 14차례에 이른다. 해가 진 밤 8시에 전력사용량이 최고점을 찍은 것도 5차례나 된다. 이유는 ‘숨어있는’ 태양광 발전량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이 혹서기 한낮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면서 한낮에 주로 나타나던 여름철 전력수요 최고점을 늦은 오후로 밀어낸 것이다.

22일 <한겨레>가 전력거래소 연간 자료를 확인해 보니,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오후 3시였던 7월 전력수요 최고점 시간대가 2017년부터는 오후 5시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열기가 남아 있으면 종종 늦어지기도 하지만, 보통 하루 최고기온은 오후 3시를 기점으로 꺾인다”고 했다.

전력거래소 자료를 국회기후위기그린뉴딜연구회 소속 양이원영 의원실이 재구성한 자료를 보면, 2010년 0.65기가와트(GW), 2015년 3.61GW였던 태양광 발전 설비용량은 2020년 18.4GW 규모로 크게 늘었다. 이는 전력거래소가 중개하는 전력시장을 통해 전기를 판매하는 설비용량(4.6GW), 한국전력이 바로 전력구매계약(PPA)을 맺은 설비용량(10GW), 주택 지붕이나 아파트 베란다 등에 설치된 자가용 설비용량(3.8GW 추정)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전력거래소 수급통계에 잡히는 것은 전력시장에 들어와 있는 4.6GW뿐이다. 나머지 75%(13.8GW)는 전력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바로 전력망에 연결되기 때문에 수급통계에 잡히지 않는 이른바 ‘비계량 설비’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원전, 석탄발전 등으로 채워야 할 전력수요를 비계량 설비에서 충당해주면 그만큼 전력거래소 수급현황 그래프에는 전력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표시된다. 최근 몇년 한낮에 나타나던 전력수요 최고점이 늦은 오후로 이동한 것은 전기소비 패턴이 바뀐 것이 아니라 비계량 태양광 설비가 한낮 전력수요를 충당하면서 나타난 효과인 셈이다.

양이원영 의원실 자료를 보면, 지난해 8월25일 최대 전력수요 기록은 오후 5시 88.9GW이지만, 전력거래소가 비계량 발전량까지 고려해 추계한 결과는 오후 3시 93.4GW였다. 이 때 태양광 발전설비는 최신 원전인 신고리4호기 발전량의 약 6배인 8.7GW를 공급하며 최대 전력수요의 9.4%를 담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8.7GW 가운데 6.5GW(신고리4호기 발전량 4.6배)는 집계되지 않은 비계량 설비 발전량이다. 이 숨겨진 발전량이 최대 전력수요 시점을 오후 3시에서 오후 5시로 옮겨놓은 것이다.

폭염이 기승을 부릴 수록 태양광 발전은 힘을 낸다. 여름철 태양광 발전 효율은 오전 11시~오후 2시 48~49.7%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오후 5시에는 24.6%로 급감한다. 양이원영 의원은 “태양광 발전 보급이 확대된 뒤 최대 전력수요가 하루 중 더위가 한풀 꺾인 오후 5시경에 나타나고있다. 태양광 발전은 낮에만 전력을 생산해서 발전량 비중으로는 적지만 최대 전력수요를 담당해주는 효율적 발전원이다. 폭염이 일상화하는 기후변화시대에는 냉방수요 급증 시간대에 전력이 생산되는 태양광 발전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여름철 전력수요 관리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원전 필요성을 이야기하는데, 태양광 발전으로 전력난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날씨로 인한 재생에너지 불확실성·변동성 문제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의무화 등 외국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고 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최우리 기자 jsk21@hani.co.kr

▶관련기사 : [기후싸이렌] 재생에너지의 역습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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