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돌고래한테 민물 피부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공동연구팀이 밝혀냈다. 미국 해양포유동물센터 제공
기후변화로 허리케인·사이클론·태풍 같은 강력한 열대성 폭풍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면서 돌고래들한테 민물 피부병이 생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캘리포니아 해양포유동물센터와 오스트레일리아 머독대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21일 최근 돌고래들 사이에 널리 번져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는 돌고래 피부병이 강력한 폭풍으로 바닷물의 염도가 낮아져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
DOI: 10.1038/s41598-020-78858-2)은 <네이처>가 발행하는 온라인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 15일(현지시각)치에 실렸다.
연구팀은 미국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앨라배마, 플로리다, 텍사스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돌고래들한테 ‘민물 피부병’으로 알려진 궤양성 피부염이 집단 발생한 데 주목했다. 돌고래 피부병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뒤 인근에서 약 40마리의 청백돌고래한테서 처음 발견됐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빅토리아주 깁스랜드 호수지역에서 병코돌고래(투르시옵스 오스트랄리스)와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스완-캐닝강 유역에서 남방큰돌고래(투르시옵스 어둔커스)한테 피부병이 생겼다.
돌고래들한테 생긴 민물 피부병 병변 모습. ‘사이언티픽 리포츠’ 제공
이들 지역에서 나타나 현상 가운데 공통점은 바닷물의 염도가 평상시 30ppt(1조분의 1) 이상이던 것이 5ppt 이하로 갑자기 급격히 낮아졌다는 것이다. 돌고래들은 살갗이 하얀 표적처럼 변색돼 온몸의 70%까지 번졌다. 또 이들 원반은 곰팡이나 세균, 조류에 감염돼 노란색이나 오렌지색, 녹색으로 변했다.
연안 돌고래들은 바닷물의 염도가 계절별로 변하는 데는 잘 적응하고 있다. 하지만 민물에서 살지 못한다. 허리케인이나 사이클론 같은 폭풍이 강해지고 빈도가 높아짐에 따라, 특히 폭풍에 앞서 가뭄이 닥쳤을 때 평상시보다 크게 늘어난 강수량은 연안 바닷물을 담수로 변하게 한다. 하비나 카트리나 같은 슈퍼허리케인의 경우에 담수 상태가 몇달씩 이어졌다. 기후과학자들은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이런 강력한 폭풍이 더 자주 발생하고 그 결과 돌고래한테 심각한 피부병이 더 자주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는 최근 오스트레일리아 남동부에서 서식하는 희귀종 부르난큰돌고래들한테 나타난 피부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중요한 정보가 될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논문 주저자인 해양포유동물센터 수석병리학자 패드레이그 디그낸은 “해수온 상승은 전 세계 해양포유동물한테 영향을 미친다”며 “이번 발견은 서식지가 훼손되고 파괴될 위험에 놓인 연안 돌고래들의 질환 원인 요소를 완화할 방안을 찾는 데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