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말 미국 남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가 몰고 온 홍수를 피해 떠나고 있는 주민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0년 동안 세계에서 7348건의 재해가 발생해, 123만명이 사망하고 3400여조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앞선 20년보다 재해 건수가 1.7배 증가한 것으로, 주요 원인은 기후변화인 것으로 진단됐다.
유엔 산하 재난위험경감사무국(UNDRR)은 13일 ‘2000~2019년 세계 재해 보고서’에서 “지난 20년 동안 전세계에서 7348건의 자연재해가 발생해 40억명이 피해를 당했다”며 “해마다 재해로 목숨을 잃은 사람만 6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앞선 20년(1980~1999년) 동안 발생한 재해는 4212건으로, 최근 20년에는 재해 수가 1.7배 늘어난 셈이다.
보고서는 “2019년 세계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1도로 치솟으면서 폭염과 가뭄, 홍수, 혹한, 태풍, 산불 등 극한 기상 현상들이 더욱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낸 미즈토리 마미 재난위험경감사무국장 겸 유엔 사무총장 재난위험경감 특임대사는 “재난관리기구들의 노력으로 많은 인명을 구했음에도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실패함으로써 재해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년 동안 재해는 앞선 20년보다 2배 가까이 늘었음에도 인명피해는 거의 비슷했다. 1980~1999년 동안 재해 사망자는 119만명으로, 지난 20년 123만명과 불과 4만명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하지만 재산피해는 지난 20년 동안 2.97조달러(3415조원)으로, 앞선 20년 1.63조달러(1874조원)의 1.8배에 이른다. 또 인명피해는 저소득 국가에 몰려, 선진국 사망자 수의 4배에 이르렀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57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미국(467건), 인도(321건), 필리핀(304건), 인도네시아(278건) 등으로 상위 10개 국 가운데 아시아 국가가 8개 국이었다.
전문가들은 재해 발생이 급증한 것은 기후변화 관련 위기가 증가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전체 재해 가운데 기후변화 관련 건수는 6671건이다. 앞선 20년의 3656건에 비해 1.8배 증가했다. 가장 큰 비중은 홍수(3254건, 44%)로, 앞 시기(1389건)의 2.3배로 늘었다. 태풍도 1457건에서 2034건으로 1.4배가 됐다. 기후변화 영향을 받지 않는 재해는 지진(8%) 등 10%에 불과했다. 재해로 영향을 받는 인구가 가장 많은 것은 홍수(41%)와 가뭄(35%), 태풍(18%) 순이었다.
보고서 작성을 맡은 벨기에 루뱅대 데바라티 구하사피르 교수는 “지난 20년의 재해 통계는 기후변화 적응과 온실가스 감축의 실패가 야기한 인류의 고통과 경제적 손실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극한 기상 현상이 다음 20년에도 지속된다면 인류의 미래는 매우 암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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