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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아마존 조상들의 기후변화 살아남기 전략

등록 2019-06-20 10:38수정 2022-01-04 13:41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국제연구팀 콜럼버스 이전 아마존사회 연구
고고학·고생물학·고기후학 자료 통합 분석

복합작물과 농·임업 혼합 영농양식 집단
‘아마존의 검은 흙’이라는 비옥토 만들어
극심한 기후 변동에도 생산력 유지 생존

위계질서와 집약농업에 의존한 사회는
오랜 가뭄 등 기후변화에 취약성 드러내
이웃 유입 ‘기후난민’ 수용력 부족해 쇠망
브라질 아마파주에 있는 고대 사람들이 세운 거석인 ‘메갈리스’ 지대. 고대 아마존 원주민 사회 중에 ‘아마존의 검은 흙’을 만들어낸 복합영농 혼농임업 양식을 채택한 그룹은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 생존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리딩대 제공
브라질 아마파주에 있는 고대 사람들이 세운 거석인 ‘메갈리스’ 지대. 고대 아마존 원주민 사회 중에 ‘아마존의 검은 흙’을 만들어낸 복합영농 혼농임업 양식을 채택한 그룹은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 생존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리딩대 제공
국제 공동연구팀이 고대 아마존 평야 거주민들의 생활과 농업 양식이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력 차이를 낳아 생존을 갈랐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에서 미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영국, 스페인, 자메이카, 스위스, 브라질, 페루, 프랑스, 네덜란드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1492년 콜럼버스 당도 이전에 아마존 평야에서 거주하던 원주민 사회 집단에 대한 고고학적, 고생물학적, 고기후학적 자료들을 통합 분석한 결과 적어도 두가지 서로 다른 사회 구조가 극심한 기후변화에 대한 생존력에 차이를 낳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학술지 <자연 생태와 진화> 17일(현지시각)치에 게재됐다.

아마존 평야도 지구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900~1250년 ‘중세 기후 이상’ 시기와 1450~1850년 소빙하기 시기에 격심한 기후변화를 겪었다. 기후변화는 아마존에서 강수량과 강수 패턴을 바꾸었고, 그 결과 농업 양태와 생존 방식을 변화시켰다.

논문 공저자인 미국 유타대 개럿허바리움 자연사박물관 전시책임자 미첼 파워 교수(지리학)는 “기후변화로 극한 기후가 발생하면 피해를 많이 본 국가에서 ‘기후난민’들이 고향을 버리고 기후변화에 덜 영향을 받아 기후적으로 안정적인 선진국으로 이동해 이들을 수용하는 국가들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연구팀 연구 결과 1천년 전에도 아마존 평야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다만 다른 점은 당시는 기후변화가 자연적이었다면 현재의 기후변화는 인간 활동에 기인했다는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남미 볼리비아 리아노스 데 모소스에 있는 콜럼버스 이전 시기의 부대전 모습. 스위스 베른대 제공
남미 볼리비아 리아노스 데 모소스에 있는 콜럼버스 이전 시기의 부대전 모습. 스위스 베른대 제공
연구팀은 아마존 평야 지대 6곳의 몇 천년에 걸친 기후와 경작의 흔적들을 조사했다. 6곳은 가이아나 연안, 리아노스 데 모코스와 동부, 중부, 남서부, 남부 아마존 등으로, 콜럼버스가 유럽인을 데려오기 전에는 800만~1천만명이 살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경종법(경작을 하는데 작물의 선택, 배치, 재배 순서 등을 자연적 또는 경제적 사정에 맞춰 정하는 방법)과 인구 이동 변화뿐만 아니라 자연 식생과 재배종의 변화, 강수량 변동 등의 증거들을 묶어 고생물학, 고고학, 고기후학 연구를 통합했다. 강수량은 아마존 전역에 걸쳐 동굴생성물에서 채취한 산소동위원소뿐만 아니라 표층수에 의한 퇴적물에 함유된 티타늄양을 측정해 추정해냈다. 식물암(식물규소체, 식물세포가 무기질로 치환돼 굳어진 것)을 포함한 식물성 잔존물, 화분과 기타 식물 화석 기반의 재배종 증거들은 시기별로 거주민들의 생존 전략을 재구성해보는 데 사용됐다. 재배종에는 옥수수, 마녹(카사바, 열대성 뿌리식물), 호박, 땅콩, 면화 등이 포함됐다.

각 사회의 농경법은 ‘아마존의 검은 흙’(ADE) 존재 여부로 구별됐다. 아마존의 검은 흙은 숯을 포함한 유기물질을 흙에 축적시켜 생성됐는데, 오랜 기간 양질의 토양을 유지하는 데 쓰여 기후의 극한 변화를 완화하는 기능을 했다.

사회 구조와 정치적 위계의 존재 여부를 알려주는 고고학적 증거들은 요새나 방어진지 등 뿐만 아니라 도자기, 정교한 건축물, 둔덕이나 부대전, 지배층 무덤, 운하 등의 토목공사 등에서 구했다. 농업생산을 위해 화전을 일궜는지도 고려대상이었다.

살아 있는 식물은 탄소 동위원소 C-14를 흡수하는데, 이것은 식물이 죽은 뒤에는 일정한 비율로 감소하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아마존 평야의 거주지들에서 탄소연대측정 자료들을 모았다. 이 작업을 통해 경작 변화의 연대기를 작성할 수 있었다. 이는 사람들이 기후변화의 위협에 어떻게 반응하고 이동했는지를 추정해 내는 데 쓰였다.

고고학 데이터는 아마존 전역의 퇴적물들에서, 또 식물암·화분을 포함한 호수와 늪, 습지의 미세 식물 화석들로부터 수집했다. 숯 기록은 어떤 종류의 식물이 살았는지, 화전이 주요한 작업이었는지 등을 알려준다. 연구팀은 ‘세계 숯 데이터베이스’(GCD)를 주요한 도구로 사용했는데, GCD는 과거 불의 역사와 기후변화, 인간의 역할 사이의 연관성을 탐구하는 데 쓰인다. 파워는 스코틀랜드 에딘버러대 박사후 과정 시절에 GCD를 구축하는 데 기여를 했다. 그는 또 이번 연구처럼 수많은 학제간 연구에 기여하고 있는 ‘세계 고생대 불 연구그룹’(Global Paleofire Working Group)의 일원이다.

연구팀은 사회 구조와 농경법에 대한 고고학 자료를 통합한 뒤 적어도 두가지의 상이한 사회 시스템이 존재했으며, 두 시스템은 유연성에 따라 상이한 경로를 걷게 됐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유연성의 존재 여부는 일부 아마존 사회의 생존과 몰락을 설명해준다. 붕괴한 사회는 성장과 축적, 재건, 재생의 시기를 거치고 마지막 단계로 쇠망에 이르렀다. 이들 사회는 예기치 못한 피해를 극복할 만큼 극적인 전환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사회적 위계가 있고 과도한 부대전 등의 토목공사를 벌인 복잡한 사회는 한정된 식량을 위해 집약농업을 경영하고 결국 토양의 양분과 미네랄이 빠져나가는 등의 원인들로 인해 마을을 취약하게 만들었다. 이들 정착지는 종종 단기간의 번영을 맞기도 했지만 수십년의 가뭄 등 위기가 커짐에 따라 붕괴의 위험에 빠지게 됐다.

연구팀은 극심한 기후변화에 대응해 일어날 수 있는 인구 이동과 분쟁을 상세히 추적했다. 예로, 14세기 무렵 가이아나 연안에서 장기 가뭄 때문에 마운드센터(고도 정착지)의 종말이 일어났다. 코리아보(Koriabo)라 불리는 집단의 확장이 분쟁을 일으켜 종말을 초래했는데, 적어도 기후변화가 이 과정을 촉발하고 가속화시켰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와 달리 일부 사회는 기후변화 영향을 받지 않거나 오히려 번창했다. 과실나무를 포함한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복합영농과 혼농임업(임업을 겸한 농업)에 의존한 사회들은 오랜 기간 기후변화에 잘 저항했다. 이들 농경법은 또한 ‘아마존의 검은 흙’을 만들어냈다.

인류가 발생한 숲이 의도적으로 일궈졌는지, 오랜 세월 사람들이 살면서 견과류와 종자와 쓰레기를 버려 식물들이 널리 퍼지고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하게 됐는지는 아직 논쟁중이다. 파워는 “이 문제에 어떤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아마존의 검은 흙’의 발달과 복합영농 혼농임업의 결합이 ‘중세 기후 이상’처럼 극심한 기후변동의 시기에 일어나는 식량부족 위기를 완화하는 장기적 방책이 됐다”고 말했다.

이들 주민은 옥수수, 호박, 마녹(카사바), 나무 등을 키우고, 검은 흙과 연관된 다양한 농업으로 기후변화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사회가 기후변화로 붕괴가 일어난 지역에서 몰려드는 이웃들과 분쟁을 막아내지는 못했을 수 있다.

파워는 “당시 상황은 현재 에티오피아에서 벌어진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에티오피아에서 비슷한 학제간 연구를 통해 고대왕국인 악숨제국(Aksumite)의 성쇠를 분석하고 있다. 현재 이곳은 농업 인구가 85%에 이르는데, 많은 지역이 자연 강수에 의존하고 있다. 극한 기후는 여러 해 동안 우기를 늦추거나 아예 오지 않게 하고 있다. 파워는 “이런 상황은 파급 효과로 젊은 층의 유럽 이주를 부추기고 있다. 콜럼버스 이전 시기에 아마존에서 벌어진 인구 이동과 유사한 상황이다. 이들은 ‘기후 난민’으로 현재의 (기후변화) 문제에 의한 당연한 귀결이다”라고 말했다.

논문 제1저자인 스페인 바르셀로나 폼페이파브라대의 조나스 그리고리오 데 수자는 “이번 연구의 핵심적인 내용은 사회들이 인구 규모나 정치 조직, 경제 등과 같은 몇몇 요소들에 따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기후변화가 아마존 모든 지역에 똑같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몇몇 사회에서는 다른 곳에 비해 훨씬 취약했다. 연구 결과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토지의 집중적이고 전문적인 사용에 과도하게 의존한 사회는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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