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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동남아의 집중호우가 세계 대양 대순환에 ‘나비효과’

등록 2019-05-29 11:29수정 2022-01-04 13:45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강수량 증가가 인도네시아 해류 느리게 해
인도양 거쳐 대서양까지 수천마일 영향 줘
동남아시아 지역 가뭄과 태풍 모두 강화중
기후변화에 의한 지역 해류 변동에 주목
동남아시아 지역의 강수량이 지역 해류의 속도에 영향을 줘 세계 대양 대순환 해류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미국 항공우주국(나사) 토양수분측정위성(SMAP)이 촬영한 위성영상. 나사 제공
동남아시아 지역의 강수량이 지역 해류의 속도에 영향을 줘 세계 대양 대순환 해류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미국 항공우주국(나사) 토양수분측정위성(SMAP)이 촬영한 위성영상. 나사 제공
동남아시아 지역을 통과하는 해류가 바람이 아닌 강수량에 따라 전지구 대양 대순환의 흐름을 바꾼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후변화로 이 지역 가뭄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겨울철 태풍의 빈도와 강도는 오히려 높아져 세계 대양 대순환 해류에 끼칠 영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 제트추진연구소 연구팀은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유일한 적도지역 통로로, ‘인도네시아 통류’(ITF·Indonesia Throughflow)라고 불리는 주요 해류가 12월부터 3월에 이르는 북서아시아 몬순 기간에 해수면 부근에서 극적으로 느려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원인을 분석한 결과 바람이 아니라 지역 강수량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렸다.

대양과 대양들을 연결하는 복잡한 대양 대순환 해류(글로벌 컨베이어 벨트)는 지구 기후를 조종하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대양은 태양열을 저장하고, 해류는 그 열을 적도에서 극지방으로 이동시킨다. 해류는 대기중에 열과 습기를 배출해 인근 지역의 기후를 조절한다. 이 컨베이어 벨트에 이상이 생기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연구를 주도한 미국 캘리포니아 패서디나 제트추진연구소의 통 리 연구원은 “대양 대순환 해류에서 중요한 요소인 인도네시아 통류가 지역 강수량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바람이 해류를 일으킨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상식이지만 몬순 기간에는 강수량이 해류를 지배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 지역을 관통하는 인도네시아 통류는 겨울철 몬순 기간에 내리는 강수량에 의해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을 미국 항공우주국 연구팀이 발견했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제공
동남아시아 지역을 관통하는 인도네시아 통류는 겨울철 몬순 기간에 내리는 강수량에 의해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을 미국 항공우주국 연구팀이 발견했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제공
중력은 다른 반대 힘이 작동하지 않는 한 바닷물이 해수면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도록 한다. 열대 태평양에서는 무역풍이 바닷물 흐름에 영향을 끼친다. 무역풍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분다. 이로 인해 태평양의 아시아쪽 해수면이 상승하고 두 대양이 연결돼 있는 인도네시아 통류가 태평양 쪽에서 인도양 쪽으로 움직이도록 할 만큼 충분한 힘을 제공한다.

하지만 몬순 기간에 인도양과 태평양 사이의, 인도네시아 통류가 통과하는 동남아시아 지역(MC·Maritime Continent)에는 약 3000㎜의 비가 내린다. 몬순 기간의 호우는 태평양과 인도양 사이에 놓여 있는 인도네시아해의 해수면을 태평양 쪽보다 낮아지지 않을 만큼 일시적으로 끌어올린다. 마치 자유롭게 미끌어지던 공이 평평한 면을 만나 더이상 앞으로 나가는 힘을 잃어버리는 형국이 되는 것이다.

이런 해류의 저속화는 계절적 요인에 의한 것이지만 태평양에서 인도양으로 향하는 엄청난 열의 이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열은 동남아시아 지역 기후를 변화시킬 수 있다. 리는 “바닷물의 계절적 담수화로 말미암아 동남아시아 지역 해수면의 상승은 태평양 쪽의 높은 해수면에 저항하게 된다. 이로 인해 몬순 기간에 해류의 표층수 흐름이 저해되고, 해류에 의해 전달된 많은 열이 인도양 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는다”고 말했다.

이들 해류는 전지구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열이 덜한 바닷물이 인도양으로 이동하고, 다시 이 바닷물이 인도양에서 대서양으로 흘러들어간다. 대양 대순환 해류라는 큰 시스템에서 하나의 작은 톱니바퀴에 불과한 인도네시아 통류가 수천마일 떨어진 곳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지난달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UN ESCAP)는 장기간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동남아시아 지역에 기후변화로 인한 태풍과 겨울 폭풍 등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가뭄으로 피해를 받는 지역이 증가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인도네시아 중심부 자바섬의 가뭄 피해 지역의 비율은 62%에서 72%로 증가하고 2071년부터 2100년 사이에 아시아 지역의 96%가 가뭄 피해를 겪게 된다. 반면 이 지역의 태풍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는 강수량의 효과와 지역 기후 변화를 고려해 기후모델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나사의 토양수분측정위성(SMAP)에서 측정한 바닷물 염도를 토대로 이뤄졌다. 2015년 1월 발사된 SMAP는 토양수분 측정이 일차 목적이지만 위성에 탑재된 방사선측정기는 바다표층의 염도를 측정할 수 있다. 이번 연구로 SMAP의 염도 자료가 해수 순환, 해수면 고도, 대양 순환과 기후 변화를 탐사하는 데 유용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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