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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온난화 대처할 수있는 식물의 온도센서 찾았다

등록 2019-01-15 17:18수정 2022-01-04 14:08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캘리포니아대 연구팀 애기장대로 실험
광수용체 ‘파이토크롬 B’가 온도감지
전사활성인자 ‘에메라’도 주제어장치
“온난화 대비 식물들 진화조절 가능”
미국 연구팀이 식물들이 온도를 감지하는 유전적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사진은 실험에 쓰인 모델식물 애기장대. 캘리포니아주립대 제공 
미국 연구팀이 식물들이 온도를 감지하는 유전적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사진은 실험에 쓰인 모델식물 애기장대. 캘리포니아주립대 제공 
식물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 온난화에 적응하도록 인위적으로 진화를 조절할 때 필요한 식물의 주요 온도센서가 발견됐다.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주립대(UCR) 연구팀은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15일(현지시각)치 온라인판에 게재한 논문에서 애기장대 실험을 통해 광수용체인 ‘파이토크롬 B’와 식물 전사활성화인자인 ‘에메라’(HEMERA)가 온도에 따라 식물의 성장을 조절하는 식물의 주요 온도센서임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이 대학 세포생물학과의 멩 첸 교수는 “미래 식량의 가용성을 예측하고 식물이 기온 상승에 대처하도록 돕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식물이 기온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사람이나 동물들은 외부 기온이 상승하면 그늘에서 쉼터를 찾거나 수영장이나 냉방시설이 있는 건물에서 호화를 누리지만 식물은 꼼짝없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 식물들은 다른 방법으로 수은주 상승에 대처해왔다. 기온은 역설적으로 식물들이 전지구에 분포하도록 했으며 개화시기, 곡물 수확량, 병저항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과학자들은 식물들이 낮에 어떻게 기온을 감지하는지 규명하는 데 관심이 많으면서도 속시원한 해답을 찾지 못해왔다. 첸 교수 연구팀은 모델식물인 애기장대(Arabidopsis)를 이용해 다양한 기온 조건에서 식물을 성장시키는 유전적 요소들을 밝혀냈다. 우선 식물이 온도에 반응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신호전달경로 분자인 ‘파이토크롬 B’(녹색 식물에 존재하는 색소 단백질로 광수용체이다)에 주목했다.

캘리포니아주립대&#160;연구팀은 애기장대에서 파이토크롬&#160;B가 온도&#160;민감성&#160;전사&#160;조절자인&#160;‘PIH4’를&#160;통해&#160;신호를&#160;보내는데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팀은 애기장대에서 파이토크롬 B가 온도 민감성 전사 조절자인 ‘PIH4’를 통해 신호를 보내는데
식물은 생체시계(일주기 시계)에 따라 성장하는데, 생체시계는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또 식물의 모든 생리적 활동은 하루 중 특정 시간대에 일어난다. 기존 이론은 겨울 식물인 애기장대는 저녁에 기온 상승을 감지하며, 따라서 밤에 아주 높은 기온을 만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첸 교수는 “이 점이 항상 수수께끼였다. 우리가 알기로 광수용체인 파이토크롬 신호전달경로는 낮에 온도를 감지해야 하고, 낮에 식물은 실제로 더 높은 온도를 만난다”고 말했다. 사실 애기장대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하루 중 다른 시간대에 성장한다. 여름에는 낮에 성장하고 겨울에는 밤에 성장하는 것이다. 겨울 조건을 모사한 선행 실험들에서 파이토크롬 B가 활발한 반응을 보인 반면 여름 조건을 모사한 실험에서는 반응이 덜 강력했다.

연구팀은 적색광 조건에서 섭씨 21도와 27도 환경을 만들어 애기장대에서 파이토크롬 B의 역할을 실험하기로 했다. 단색파장은 이 독특한 식물 센서가 다른 가시광선의 여러 파장 빛으로부터 방해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 연구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첸 교수는 “실험을 통해 파이토크롬 B가 여름철 낮에 온도센서로 작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광수용체가 없을 때 식물의 온도에 대한 반응은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파이토크롬 B의 기능 규명에 더해 연구팀은 ‘에메라’(HEMERA)라는 신호전달 인자의 기능도 밝혀냈다. 에메라는 그리스 신화에서 ‘낮의 신’을 가리킨다. 에메라는 식물의 성장을 조절하는 온도 민감성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전사 활성화 인자이다. 첸 교수는 “식물들에서 온도를 감지하는 주제어장치를 발견한 것이다. 에메라는 이끼류에서 개화식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식물에 보존돼 있다”고 말했다.

요약하자면, 연구팀은 애기장대에서 파이토크롬 B가 밤뿐만 아니라 낮에도 온도 감지에 똑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낮의 온도 감지에서 파이토크롬 B는 우선 온도 민감성 전사 조절자인 ‘PIH4’를 통해 신호를 보내는데, PIH4는 전사 활성화 인자인 에메라를 필요로 한다. 에메라는 PIF4 전사를 조절하는 대신 PIF4와 직접 반응해 온도 민감성 성장 관련 유전자를 활성화시키고 고온 의존성 PIF4의 축적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연구팀은 물론 모든 식물들에서 애기장대와 똑같은 방식으로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연구팀이 밝힌 온도 신호전달경로가 다른 식물들에서도 작동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연구팀은 약간의 차이가 있더라도 유전적 메커니즘이 모든 식물에서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첸 교수는 “식물들이 온도를 어떻게 감지하고 반응하는지 분자적 수준에서 이해하는 것은 지구 온난화에 의한 급격한 온도 변화와 관련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작물들을 진화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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