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듀크대와 중국 상하이 푸단대 공동 연구팀은 21세기 말까지 전지구 평균기온(GMST)이 1도 올라갈 때마다 중국 가정 전력소비량은 9.2%씩 증가하고, 피크타임 최대 전력소비량은 36.1%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과학자들은 2099년까지 지구평균기온이 현재보다 2~5도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현재와 같은 전력소비 추세가 유지된다면 중국의 평균 가정 전력수요는 최소한 18%에서 최대 55%까지 증가할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피크타임 최대 전력수요는 최소 72%까지 증가한다. 연구팀의 논문은 최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연구팀은 전력소비자들이 기온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분석하기 위해 상하이 푸동지구 80만여 가구의 2014~2016년 전력 소비 자료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이들 소비자 행태 자료와 상세 기후모델 모사 결과를 결합해 21세기말 예상 전기구 기온 변화와 중국의 지역 기온 변화의 관계를 분석했다.
여름철 증가율이 더 가파르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
연구팀은 가정 전력소비량이 상하이 전체 전력소비의 4분의 1에 불과함에도 가정의 전력소비가 온도 변화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가정 전력소비에 연구 초점을 맞췄다. 가정의 전력소비는 8월1일 전후의 폭염과 2월1일 전후의 한파 기간에 상업 및 산업 전력소비에 비해 훨씬 크게 증가하며 이 기간의 최대 전력소비를 이끈다. 특히 여름의 전력소비 증가율이 커서 기온이 25도보다 클 때 가정의 일일 전력소비는 1도 올라갈 때 14.5%씩 가파르게 늘어났다. 전력 소비량이 가장 낮은 20도인 날과 비교해 32도인 날에는 174% 증가했다. 반면 겨울철에는 온도 하강에 따른 전력소비 증가폭이 여름에 비해서는 작아, 7도 이하의 날씨에서는 1도 증가할 때마다 전력 소비가 2.8%씩 줄어들었다.
이 비율대로 월평균 전력소비량의 증가를 반영하면 멕시코와 상하이, 미국은 각각 월평균 5kWh, 11kWh, 20~60kWh가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하지만 상하이와 멕시코의 소득 수준이 늘어남에 따라 이 격차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 80만 가구의 온도에 따른 전력소비량 추이. 10도 이하와 25도 이상에서 증가하는 U자 곡선 패턴을 보이는데
연구팀은 분석 대상 가구를 월평균 소득 수준별로 4그룹으로 나눠 분석해보니 전체 15%인 1600달러 이하 소득가구는 연간 1960kWh, 30%를 차지하는 1600~2700달러 소득가구는 2260kWh, 2700~4000달러(34%) 소득가구는 2430kWh, 4000달러 이상(21%) 소득가구는 3030kWh의 전력을 소비했다. 전체 통계의 추세와는 달리 소득별 연구에서 더운 여름에는 소득에 상관없이 모두 에어컨을 틀며 비슷한 전력 소비를 보인 반면 고소득층일수록 겨울에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연구팀은 상하이 지역 주민의 기온에 따른 전력소비 경향을 토대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전력소비량 변동 추이를 계산했다. 그 결과 기후변화 시나리오 가운데 대표농도경로 8.5(RCP 8.5)일 때 21세기 말 전지구평균온도가 1도 올라가면 가정의 전력소비량이 9.2%까지 증가했다. 이는 미국보다 높은 값으로, 상하이 평균기온이 미국 전체 평균보다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연구팀은 추정했다. 대표농도경로 4.5(RCP 4.5)로 세기말 전지구평균온도가 1.9도 올라가면 가정의 전력소비량은 9.4% 증가하는 데 비해, 대표농도경로 8.5(RCP 8.5)로 세기말 전지구평균온도가 3.7도까지 상승하면 전력소비량은 24.6%가 증가할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피크타임 최대전력소비는 더 크게 증가해 21세기말 1도 증가할 때마다 36.1%가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RCP 4.5일 때는 57%, RCP 8.5일 때는 120%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왔다.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없더라도 중국에서의 가정용 전력 소비량은 소득 향상에 따라 2040년까지 두 배가 될 전망이다. 논문의 연구 결과는 에너지 수급계획 수립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푸단대 에너지경제전략연구소 소장인 우리보 교수는 “연구 논문은 민간소비 분야의 전력수요 증가가 매우 중요하며 중국의 이산화탄소감축 정책이 필요하다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논문 제1저자인 듀크대 박사과정인 리야팅은 “소득 향상에 따라 다른 도시들이 모두 상하이처럼 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연구 방식은 보편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상하이와 비슷한 기후와 경제 조건을 가진 양쯔강 삼각지대의 다른 도시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도시들에는 중국 도시인구의 5분의 1이 모여 있고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장쑤성, 저장성, 안후이성 등이 포함된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