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모르포스 소행성에 접근하는 다트 우주선 상상도. 출처: NASA/JHUAPL/Steve Gribben
디모르포스(Dimorphos)는 길쭉한 부분의 길이가 160m 정도이고 질량은 약 50억kg(500만톤)인 소행성이다. 이보다 질량이 100배 정도 더 큰 소행성인 디디모스(Didymos) 소행성 주위를 돌고 있다. 9월26일 이전까지 디모르포스는 디디모스에서 1190m 떨어진 거리에서 거의 동그라미 모양으로 11시간 55분에 한 바퀴씩 돌고 있었다.
다트(DART=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로 알려진 ‘이중 소행성 충돌 실험’은 이 디모르포스 소행성에 우주선을 충돌시키는 실험이다. 2021년 11월24일에 지구에서 발사된 우주선은 10개월 동안의 항해 후 9월26일 디모르포스와 충돌했다. 충돌 당시 다트 우주선의 질량은 570kg이었고 충돌 속도는 초속 6.1km였다.
만약 우주선이 소행성의 질량 중심을 향해 날아가다 충돌해 소행성에 박히고 어떤 물질도 소행성으로부터 튕겨나오지 않았다면, 디모르포스 소행성의 충돌 전후 속도 변화는 초속 0.0007m 정도였어야 했다. ‘운동량 보존 법칙’을 이용해 쉽게 계산할 수 있는 문제다. 이 속도 변화를 굳이 비유를 하면 시속 100km로 달리는 자동차에 두 큰 숟가락도 안되는 25g의 물을 자동차 정면에 뿌려 자동차가 늦춰지는 속도에 해당한다.
우주선이 소행성과 부딪힐 때의 충돌 에너지는 히로시마 핵폭탄 폭발에너지의 6천분의 1, 나가사키 핵폭탄 폭 8500분의 1 정도로 적지 않은 크기이다. 만약에 충돌 후 아무 물질도 튀어나오지 않았다면 디모르포스의 속도가 변하는 데 사용된 에너지는 전체 충돌 에너지의 1천만분의 1도 안된다.
칠레의 SOAR 천체망원경에 잡힌 디모르포스 소행성의 충돌 후 모습. 충돌과 함께 분출된 파편과 먼지들이 혜성의 꼬리처럼 길게 늘어서 있다. 출처: r CTIO/NOIRLab/SOAR/NSF/AURA/T. Kareta (Lowell Observatory))
그런데 충돌 후 촬영된 디모르포스의 사진에는 소행성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보이는 먼지같은 물질들이 혜성의 꼬리처럼 디모르포스를 따라가는 장면이 잡혔다. 충돌 후 디모르포스를 구성하는 물질이 소행성 밖으로 튀어나오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이런 경우 소행성에서 튀어 나오는 물질이 ‘작용-반작용’으로 마치 로켓 추진 역할을 하면서 소행성의 속도 변화가 더 커지는 것을 기대할 수 있었다.
충돌 후 15일이 지난 10월11일에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은 디모르포스가 디디모스 주위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인 공전주기가 32분 줄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공전주기가 줄었다는 것은 공전궤도가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전주기의 제곱은 타원궤도 ‘긴 반지름’의 세제곱에 비례한다는 ‘케플러의 행성운동 제3법칙’을 이용해 계산하면, 충돌 전에 1190m 떨어져 디디모스를 거의 동그라미 모양으로 돌고 있던 디모르포스가 충돌 후에는 ‘긴 반지름’이 1154m로 약간 쪼그라든 타원 모양으로 돌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그라미 모양의 궤도를 가정한 충돌 전 디모르포스의 공전 속도는 초속 0.1742m로 아직 걷지 못하는 아기가 기어가는 정도의 속도였다. NASA가 발표한 결과가 나오려면 충돌 직후의 디모르포스의 속도는 초속 0.1715m가 되어야 한다. 충돌 직후 속도 변화가 순간적으로 일어났다고 가정하고 궤도역학으로 계산한 결과다. 충돌 전과 비교하면 디모르포스의 속도가 초속 0.0027m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사는 공전주기 관측결과에 ±2분의 오차가 있다고 밝혔다. 이 오차를 고려하면, 디모르포스가 줄어든 속도는 초속 0.0025미터에서 초속 0.0028미터 사이다.
디모르포스가 충돌 후 구성 물질을 뿜어내지 않았다면 속도 변화가 초속 0.0007 미터이지만, 이보다 4배 정도 큰 초속 0.0027미터의 속도 변화가 있었다. 구성 물질을 내뿜어서 추진하는 효과가 상당히 컸다는 것을 의미하는 상당히 고무적인 실험 결과다.
그림2. NASA 발표를 토대로 계산한 디모르포스의 공전궤도 변화. 충돌 전에 디모르포스는 디디모스 주위를 반지름 1190미터의 동그라미 모양으로 11시간 55분에 한 바퀴씩 돌았고, 충돌 후에는 11시간 23분에 한 바퀴씩 돈다는 관측 결과를 이용해 계산한 결과다. 다트 우주선 충돌 직후 디모르포스의 속도 변화는 순간적으로 일어났다고 가정했다.
그러면 다트와 같은 우주선 충돌로 실제 지구와 충돌할 위험이 있는 소행성의 궤도를 변경해 지구와의 충돌을 피할 수 있을까?
만약에 디모르포스와 비슷한 소행성이 지구의 공전 궤도와 비슷하게 태양 주위 돌고 있고 이 소행성이 앞으로 지구와 충돌할 것이라고 가정해 보자. 다트 실험과 같은 충돌을 일으키면 이 소행성의 속도는 초속 0.0027m 가량 변한다. 지구와 비슷한 공전 궤도를 돈다고 가정했으니 이 소행성의 공전 속도는 초속 30km 정도일 것이고, 충돌로 인한 속도 변화는 공전속도의 1천만분의 1에 불과하다. 궤도역학을 이용해 계산하면 이 속도 변화로 인한 공전 궤도의 변화는 최대 60km에 불과하다. 지구의 평균 반지름이 6371km인 것을 고려하면, 최대 60km의 소행성 궤도 수정으로는 소행성 충돌을 피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구와 충돌하는 소행성의 공전 궤도는 수천km 이상 수정할 수 있어야 좀 더 확실하게 지구와의 충돌을 피할 수 있다. 그럴려면 디모르포스 크기의 소행성의 경우 다트 우주선의 충돌에너지보다 훨씬 더 큰 충돌에너지로 충돌해야 한다. 더 많은 우주선을 이왕이면 더 빠르게 부딪혀야 한다. 차선책으로 우주선이 핵폭탄을 싣고 가 충돌과 동시에 핵폭탄을 터뜨리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핵폭탄의 폭발에너지로 훨씬 더 많은 구성 물질을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소행성으로부터 뿜어나오게 만들면, 뿜어나오는 먼지로 인한 추진 효과로 그 만큼 더 큰 궤도 수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복원/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전산재료과학센터·물리학) bwyoon@gmail.com
참고 자료
[1] "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 Press Kit", Johns Hopkins University Applied Physics Laboratory, https://dart.jhuapl.edu/News-and-Resources/files/DART-press-kit-web-FINAL.pdf
[2] NASA Confirms DART Mission Impact Changed Asteroid’s Motion in Space, NASA, 2022년 10월 11일, https://www.nasa.gov/press-release/nasa-confirms-dart-mission-impact-changed-asteroid-s-motion-in-space
[3] Anticipating the DART impact: Orbit estimation of Dimorphos using a simplified model, S. P. Naidu, et al., arXiv:2210.05101 [astro-ph.EP], https://doi.org/10.48550/arXiv.2210.05101
[4] “NASA's 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 (DART): Mutual Orbital Period Change Due to Reshaping in the Near-Earth Binary Asteroid System (65803) Didymos”, R. Nakano, et al., The Planetary Science Journal, 3, 148 (2022), https://doi.org/10.3847/PSJ/ac75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