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 에너지 수요는 4.5% 감소했지만 재생에너지는 9.7% 증가했다고 영국 석유회사 비피(BP)가 연례 보고서에서 밝혔다. 픽사베이 제공
영국 석유회사인 브리티시 페트롤늄(BP)은 최근 발표한 <연례 세계 에너지통계 리뷰>에서 2020년은 그 어느 해와도 다른 기념비적 한 해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 70년 세계 경제사에서 극적인 순간들로 1956년 수에즈운하 위기, 1973년 석유수출금지파동, 1979년 이란혁명, 2011년 일본 후쿠시마원전사고 등을 꼽았다. 비피의 수석경제분석가인 스펜서 데일은 미국 <시엔비시>(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에너지의 대혼란을 대표하는 사건들이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모두 빛을 잃는다”고 표현했다.
영국 석유회사 비피(BD)의 ‘연례 세계 에너지통계 리뷰’ 표지.
13일 현재까지 세계에서 1억8500만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400만명 넘게 사망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 세계 생산(GDP)은 3.3% 감소했다. 이런 경제 위기는 세계 에너지 시장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해 1차 에너지 수요와 온실가스 배출이 제2차 세계대전 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감소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성장속도는 늦춰지지 않았으며, 태양광발전은 사상 최고 성장세를 보였다.
비피 보고서는 세계 에너지 수요가 4.5% 감소하고, 에너지 소비로 인한 세계 탄소 배출량은 6.3% 줄었다고 분석했다. 데일은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지난해 에너지 수요와 탄소 배출량 감소는 기념비적이다. 이산화탄소가 2기가톤 감소한 것은 2011년 수준으로 회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에너지 믹스에서 탄소집약도(단위에너지당 탄소 배출량 평균)가 1.8% 하락한 것은 전후 가장 큰 폭”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원유 소비는 하루 910만배럴(9.3%) 감소해 2011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세계 석유 생산량은 660만배럴 감소했으며 이 가운데 3분의 2는 산유국인 오펙(OPEC)에서 줄어든 것이다. 국제 표준인 브렌트유 가격은 2020년 평균 41.84달러로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020년 세계 에너지 수요는 감소했지만 재생에너지는 10% 가까이 성장했다. BP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수력을 제외한 재생에너지는 지난해 9.7% 증가했다. 이는 10년 평균인 13.4%보다 낮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몇년 동안 증가율과 유사한 것이다. 태양광 발전 증가율이 가장 컸지만, 재생에너지 부문의 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풍력발전이다. 태양광은 지난해 127기가와트, 풍력은 111기가와트가 증가했다. 풍력은 이전 최고 연간증가량의 두 배에 이르는 수준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데일은 “가장 큰 동력은 세계 태양광과 풍력 증가분의 절반을 차지한 중국”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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