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고한 86세대 ‘용퇴론’ 잠잠…“재건축 어려운 건 철거 힘든 탓”
젊은층 ‘구색 맞추기’ 그치는 가운데 강성당원 등 ‘이견’ 용납 안해
젊은층 ‘구색 맞추기’ 그치는 가운데 강성당원 등 ‘이견’ 용납 안해
보수야당인 국민의힘이 사상 최초로 30대 당수를 배출함에 따라 자연스레 여당의 ‘젊은 정치인’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향후 여당의 세대교체를 담당할 주역인데다 당장 내년 대선을 앞두고 펼쳐질 혁신 경쟁에서 젊은 유권자의 지지를 복원해낼 핵심 인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배 그룹’이 강고하게 자리잡은 더불어민주당 특유의 위계질서 속에서 2030 정치인들은 하위 파트너 정도로 머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목소리’를 강하게 억압하는 강성 지지층에 둘러싸여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한계도 뚜렷하다.
민주당의 대표적인 2030 의원들로는 ‘초선 5인방’으로 불리는 오영환(33)·이소영(36)·장경태(38)·장철민(38)·전용기(30) 의원이 있다. 이들은 4·7 재보선 패배 뒤 ‘조국 사태’를 패인으로 지목해 주목을 받았다. 당의 ‘역린’을 건드려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초선 5적’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송영길 대표의 공식 사과로 이어지는 쇄신 흐름을 촉발하기도 했다. 이들과는 정반대로 <조국 백서>의 저자로 참여하며 핵심 지지층으로부터 지지를 받는 김남국(39) 의원도 30대다. 원외로는 송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각각 발탁한 이동학(39) 최고위원과 박성민(25) 전 최고위원이 있다.
야당의 40살 미만 의원이 배현진·지성호 둘 뿐인데 비하면, 여당은 인재풀이 훨씬 넓다. 하지만 이들의 존재감은 크지 않다. 2000년 16대 총선을 계기로 대대적인 ‘젊은 피’가 수혈된 이래 민주당 리더십은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생)’이 주도하는 흐름이 고착화 됐다. 반면 이후 당에 입성한 청년 정치인들의 역할은 ‘구색 맞추기’ 수준에 그치면서 존재감과 체급을 키울 기회을 얻지 못했다.
21대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출마했다 낙선한 권지웅 전 민주당 청년대변인은 14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당이 청년 정치인들에게 제대로 말하고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지 않은 건 사실이다. 힘을 실어줬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의 주류인 86그룹이 용퇴를 통해 세대교체의 물꼬를 틔워주는 데 인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5년 이동학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혁신위원이 주장한 ‘86세대 용퇴론’이 큰 반향 없이 간단히 제압된 사건도 있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 실장은 “야권은 연이은 선거 패배로 공간이 생겼지만, 민주당은 그렇지 않다”며 “재건축이 어려운 건 건물 올리는 것보다 철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의 민주당은 (기존 주류세력의) 철거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견을 용납하지 않는 친문 강성 당원들의 기조도 젊은 정치인들의 자유로운 비판을 억압하는 요인이다. 민주당 선배 정치인들도 이런 ‘원 보이스’ 요구에 편승해 2030 정치인들의 활동 반경을 좁히고 결과적으로 기존 질서에 편입·종속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모든 걸 선수 순, 나이 순으로 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후배들이 자유롭게 도전하고 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 자체가 안 된 건 사실”이라며 “중진 의원들의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도 기존의 당 주류 세력이 능동적으로 젊은층에게 기회를 제공하거나, 나아가 스스로 물러난 경우는 거의 없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역시 부침이 심한 보수 정당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고 10년 간 버티며 자생력을 키워왔다고 할 수 있다. 2016년 총선 때 최연소(당시 39살)로 국회에 입성했던 김해영 민주당 전 의원은 “‘정치인 이준석’은 정치 입문 등 여러 기회를 얻긴 했지만 이후 10년의 내공으로 여기까지 왔다. 갑자기 튀어나온 사람이 아니다”라며 “우리 당도 청년 정치인을 선거 때만 반짝 영입할 게 아니라 체계적으로 성장시키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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