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첩첩산중이다.
국민의힘이 30대 젊은 리더를 선출하며 새 바람을 일으키는 사이, 더불어민주당은 당 안팎 난제와 우환에 가로막혀 운신의 폭이 쪼그라들었다.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부동산 세제 개편,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의혹이 제기된 동료 의원들의 탈당 문제, 대선 경선 기획단 인선 등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수북이 쌓였다. 앞으로 대선의 승패에 영향을 끼칠 핵심 쟁점들로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다룰 수 없는 현안이다. 송영길 대표의 리더십도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달 27일 당 부동산특위(위원장 김진표)가 내놓은 종부세·양도소득세 완화 방안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의원들은 부동산특위의 보유세 완화에 집단적인 반발을 하고 있다. 친문재인계 모임인 ‘민주주의 4.0’, 경제민주화와평화통일을위한국민연대(민평련) 소속 의원 등 63명은 최근 원내 지도부에 특위가 마련한 종부세, 양도세 완화안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문을 제출한 상태다. 이들은 ‘상위 2% 주택에만 종부세 부과’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한도 상향 조정’ 등의 특위 안에 대해 “과연 민심 수습과 주택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거꾸로 세 부담 완화라는 선의는 사라지고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고 주택시장을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몰고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본래 지난 11일 잡혔다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연기된 정책 의원총회은 이르면 이번 주 후반부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이때까지 의원들을 설득하거나 절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에서 의혹이 제기됐으나 결백을 주장하며 탈당을 거부하고 있는 동료 의원들의 문제도 시급히 마무리지어야 한다. 탈당 권유 또는 출당 조처를 받은 의원 12명 가운데 김한정·김회재·오영훈·우상호 등 4명이 결백을 주장하면서 탈당 권유에 귀를 닫고 있다. 당 지도부는 징계 절차 등 추가 조처를 취하기 전에 ‘설득’을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또한 녹록지 않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14일 기자들을 만나 탈당을 거부하는 의원들에게 “대화와 설득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탈당 시한에 대해선 “원래 없었다. 가능하면 빨리 대화를 해서 매듭을 짓고자 하는 게 지도부의 의지인데 아직 조금 더 대화가 필요한 듯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관련 의혹에 연루된 의원들에 대한 당 지도부의 엄정 조처에 대해 지금까지의 여론은 호의적이다. <와이티엔>(YTN)-리얼미터 조사 결과 당의 탈당 권유를 ‘잘한 일’(66.3%)이라고 응답한 이들이 ‘잘못한 일’(27.6%)이라고 평가한 이들보다 두 배 가량 더 많았다. 하지만 민주당이 탈당 문제를 매듭짓지 않을 경우 ‘형평성’ 논란과 함께 또다시 ‘내로남불’ 비판이 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대선 경선 준비의 첫 단추인 대선기획단 인선도 고민이다. 당 지도부는 특히 기획단장을 고르는 데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돌풍’을 한풀 꺾을 참신함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경선 일정 연기론 등 대선 주자 간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인물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는 ‘조국 사태’ 등 각종 사안에 대해 소신 발언과 쓴소리를 해 온 김해영 전 최고위원, 청년 몫으로 당 지도부에 합류한 이동학 최고위원 등 혁신 이미지가 강한 소장파가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복잡한 경선 국면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적임자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짙다. 당 지도부 소속 한 인사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경선 관리와 기획은 ‘경험’이 중요하다”며 ‘혁신 기획단’ 주장에 난감한 기색을 드러냈다.
노지원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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