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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진보진영에서 보는 ‘이준석 돌풍’의 기원

등록 2021-06-15 04:59수정 2021-06-15 09:17

‘이준석 대표’를 향한 진보진영의 시선들
공정 · 실력 앞세워 2030 호응 끌어내…‘기울어진 운동장’ 정당화 우려
“한 두번 실패하면 정치판 떠나는 다른 청년 정치인과는 달라” 의견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3일 오전 따릉이를 타고 국회의사당역에서 국회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3일 오전 따릉이를 타고 국회의사당역에서 국회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박근혜 키드로 정치권에 안착한 젊은이가 산전수전 다 겪은 뒤, 집권 세력의 내로남불이 깔아준 꽃길을 걸어 보수정당 당대표에 등극했다.

헌정 사상 원내교섭단체의 첫 30대 당수가 된 ‘정치인 이준석’의 성공 스토리를 진보 진영의 평론가들은 이렇게 요약한다. 여느 청년 정치인처럼 권력자의 힘을 빌려 정치권에 들어왔지만 10년 동안 보수정당 안에서 근육을 키워 세대교체를 이뤄냈다는 긍정적 평가가 존재한다. 반면, 그의 급부상은 문재인 정부 실책에 따른 반사효과이며, 내로남불의 모순을 파고든 그의 능력주의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전제로 새로운 신분사회를 구축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이준석 돌풍’의 기원을 집권 세력의 내로남불에서 찾았다. 안 교수는 “윤리적 리더십을 구축하는 게 진보 진영의 1차적 과제인데 내로남불, 진영 논리에 갇히다 보니 ‘어떤 능력주의자’에게 길을 터준 것”이라고 짚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사건에서 보듯 이른바 진보 진영도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편법과 반칙을 서슴지 않았다는 정황이 드러났고, 2030세대들이 이 대표의 공정·실력주의 주장에 호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과거 고시에서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 아이도 합격할 수 있었지만 현대사회에서 능력주의는 자본주의적 여러 구조와 결합한다”며 “지금은 교육·경제 자본에 따라 세습되는 신분사회이므로 실력주의는 겉으론 공정해 보이지만 또 다른 수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력주의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당화해 결국 불공정에 이르게 하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박권일 사회비평가는 이 대표의 능력주의가 “어떤 시험을 통과했느냐에 따라 특권이 주어지는 ‘시험주의’”에 가깝다고 했다. 이 대표는 △자료해석 △독해 △표현 △컴퓨터 활용 능력 등을 평가하는 공직 후보 자격시험과 토론 배틀을 통과해야 공천을 주겠는 구상을 밝혀놓은 상태다. 박 비평가는 핀란드의 36살 총리 산나 마린 총리와 이 대표를 비교했다. “대학생 때 정당 활동을 시작해 지방의회에 출마했다가 떨어지고 다시 출마해 당선되는 등 차근차근 본인 능력을 인정받아서 총리까지 됐다. 그게 바로 능력주의”라는 것이다. 박 비평가는 “반면 이 대표는 ‘박근혜 키드’로 발탁돼 유명세를 얻고, 자신이 가진 스펙으로 능력을 인정받은 것처럼 하고 있다. (이 대표의 능력주의는) 중요한 이념적 비전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실패와 도전을 거듭한 그의 10년 정치 경력을 무시할 수 없다. 시민단체 ‘섀도우캐비닛’의 김경미 대표는 “비대위원으로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 비례로 나간다거나 좋은 자리를 받는 등 꽃길을 걸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며 “(그가 출마했던 서울) 노원은 야당 입장에서는 험지인데 3번이나 출마해 낙선했다. 2017년 대선 치르고, 지방선거·총선 거칠 때마다 당내에서 자기 역할을 하고, 언론을 통해 인지도 계속 쌓았다”고 평가했다. 한 두 차례 도전하다 실패하면 정치판을 떠나버리는 다른 청년 정치인들과는 달랐다는 것이다. “박근혜 탄핵은 정당했다”는 지난 3일 그의 대구·경북 합동연설회 연설도 파장이 컸다. 김수민 정치평론가는 “진영을 막론하고 잘못된 걸 인정을 안 했는데 이 대표는 그런 점에선 차별점이 생긴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영지 송채경화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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