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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사립유치원만 회계 불투명…원장들 반발에 교육부도 뒷짐”

등록 2018-10-13 05:01수정 2018-10-17 10:25

유치원 감사결과 공개한 박용진 의원

“유치원연합회, 학부모표 무기로
집단이익 위해 정치적 압력 행사
교육부는 올해 시범실시하기로 한
회계투명성 시스템 도입 안해
누리과정 지원금 ‘횡령죄 처벌’ 위해
법 바꿔 국고보조금으로 규정해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저녁, 비리 혐의가 적발된 사립유치원들의 실명을 전격 공개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박 의원은 유치원 회계부정 감사 결과를 ‘실명공개’ 한 것에 대한 반발을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이달 초 ‘유치원 비리 문제 관련 토론회’를 주최했지만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방해로 무산되는 일을 겪기도 했다. 박 의원은 12일 <한겨레>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사립유치원은) 교육기관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회계 투명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국가의) 지원과 혜택은 누리고 의무와 책임을 피하고 있다”며 정확하고 투명한 회계시스템 정비를 강조했다.

―유치원 비리 문제를 다루면서 반발을 예상했나?

“벌집을 건드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여러 곳의 제보와 제안이 겹치면서 이 작업을 했다. 유치원연합회의 집단반발과 로비, 동원력이 대단하다. 특히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유치원 비리의 심각성을 어떻게 알게 됐나?

“경기도에서 유치원 감사를 요구했던 분들과 접촉했더니 현장의 심각한 상황을 정확하게 알려줬다. 그분들은 ‘유치원 원장들이 지역에서 영향력이 커서 선출직인 교육감, 국회의원, 구청장이 나서서 하는 걸 두려워한다’고 했다. 교육계에 만연한 비리를 정리하는 데 내가 가진 2년을 쓰기로 마음먹었던 터라 이 일을 하게 된 거다.”

사립유치원도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에 따라 정부의 감독을 받아야 하는 ‘학교’다. 국공립 유치원은 사립 초·중·고교와 함께 ‘에듀파인’을 통해 회계를 상세히 공개하고 있다. 유독 사립유치원만 ‘예외’다. 지난해 2월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이 대형 유치원의 회계 부정을 적발하고 사립유치원 회계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집단휴업도 불사하겠다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반발에 밀려 방침을 접었다. ‘에듀파인’을 통해 사립유치원 회계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교육부는 미온적인 태도다.

―사립유치원만 빠져 있다는 게 이해가 잘 안 된다.

“교육기관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회계 투명성을 못 갖추고 있다. 지원과 혜택은 누리고 의무와 책임을 피하고 있다. 사립유치원은 누리과정 지원금 등으로 매년 2조원을 지원받는다. 각 사립유치원에 지원되는 항목은 누리과정 22만원, 방과후과정 7만원, 교사처우개선비 59만원, 학급운영비 25만원, 교재교구비 10만원 등이다. 이렇게 받으면서 감사는 받기 싫다는 거다. 국민들이 내는 세금이 어떻게 쓰여도 상관이 없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세금이 쓰이는 곳에는 감사가 있어야 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의원이 11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2013~2017년 감사를 벌인 결과 사립유치원 1878곳에서 5951건의 비리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정치하는 엄마들’ 회원들이 2017년 11월 아이들과 함께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비리 유치원 엄벌을 촉구하는 모습이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의원이 11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2013~2017년 감사를 벌인 결과 사립유치원 1878곳에서 5951건의 비리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정치하는 엄마들’ 회원들이 2017년 11월 아이들과 함께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비리 유치원 엄벌을 촉구하는 모습이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유치원 원장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크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지역구별로 15~30개 정도의 유치원이 있다. 유치원 원생은 100명 정도이고 아이들의 부모 200명이 지역의 유권자다. 지역구에 유치원 30개가 있으면 유치원 보내는 학부모 유권자만 6천명이다. 아이를 맡긴 부모로서는 유치원장과 갑을 관계다. 유치원장은 지역에서 최소 10년 이상씩을 운영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원장님들이 ‘이래라저래라’ 요구하면 기초단체장도 꼼짝 못 한다. 표를 먹고 사는 선출직 공직자들의 운명이다. 이걸 무기로 영향력을 미치는 거다.”

―이번에 직간접적인 압력은 어떤 형태였나?

“여야를 막론하고 동료 의원들이 우려를 많이 전달했다. ‘지역에서 나를 자꾸 찾아오니 만나서 잘 협의를 해달라’ 이런 전화들이 왔다. 우리 지역 원장님들의 연락도 많았다. 하지만 ‘용기있게 좋은 일 했다’는 격려도 많이 받고 있다. 페이스북과 블로그에도 응원 댓글이 많이 달렸다.”

11일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사립유치원 회계 공개 시스템을 올해 안에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사립유치원에 지원되는 항목을 ‘지원금’이 아닌 ‘보조금’으로 고치도록 유아교육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보조금’을 함부로 쓰면 횡령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박 의원은 “혈세가 새지 않는다는 게 확인돼야 선량한 유치원에 대한 더 많은 지원과 보조가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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