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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미-중 의존말고 창의적 발상을”…외교라인 질책한 문 대통령

등록 2017-08-24 21:32수정 2017-08-24 22:57

23일 외교부·통일부 핵심정책 토의에서 지적
‘주도적 평화’ 방점 찍으며
한반도 구상 뒷받침할 대전환 주문

“내가 북과 대화하자고 말하면 균열 생긴다고 해”
보수 야당·언론 향한 비판도
“북핵 문제 해결, 미·중 2강에 의존하던 기존 외교 관성대로만 하지 말고 창의적인 외교가 되도록 발상을 전환하라.” “전쟁만은 막아야 한다는 말은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당연한 책무인데, 내가 북한과 대화하자고 하면 한-미 공조에 균열이 생긴다고 하고, 다른 나라 정상이 그런 말을 하면 전략적이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외교·통일부 핵심정책 토의(업무보고) 당시 한 비공개 발언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발언의 맥락과 취지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일단 문 대통령의 발언이 남북관계 복원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기존의 한-미 동맹 강화를 북핵 및 미사일 해법으로 제시해온 외교부 주류와 외교부 출신들이 다수 포진한 청와대 국가안보실(실장 정의용)에 주의를 환기시킨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외교·통일 부처 주요 공무원뿐 아니라 청와대와 민주당의 외교안보 정책 관련 핵심 인사들이 다 참가한 자리에서 ‘창의적 외교’ ‘발상의 전환’ 등을 주문한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의 관성에 젖어 있는 외교부와 안보실을 에둘러 비판한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당시 문 대통령의 발언 맥락도 이런 해석에 무게를 더한다. 문 대통령이 통일부, 외교부 두 부처에 한반도 평화에 대한 주도적 자세와 국익 중심의 접근을 강조한 인사말 이후에 1시간가량 외교부 실·국장급 직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당면한 안보 현안을 해결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려면 전통적인 한-미 관계를 중시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한 참석자의 말을 빌리면, 이들의 발언은 토의 전략을 미리 짠 것처럼 일관된 논지의 발언이 이어졌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결국 자신이 거듭 강조해온 ‘한반도 평화 구상’을 뒷받침할 수 있는 해법 마련에 좀더 창의적으로 나서 달라는 주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대한민국 국익을 중심으로 다양한 해법이 있을 수 있는데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내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부풀리고 남남갈등으로 몰아가는 보수 야당과 언론의 행태에 대한 비판이라는 해석도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대화 기미가 있어 보이기만 하면 ‘대화 조급증에 빠진 청와대’라고 쓰는 언론과 보수 야당들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업무보고 당일 <조선일보>는 ‘북 협박에도…청은 ‘대화 조급증’’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남북대화 조급증’이라는 표현은 보수 야당들의 단골 메뉴였다.

한편, 청와대 바깥에선 국가안보실에 대한 불만 기류도 감지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대북 정책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현재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제2의 외교부”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때 김관진 실장의 안보실이 ‘제2의 국방부’ 구실을 한 것에 빗대어, 남북관계와 외교·안보 현안을 두루 아우르는 총괄적인 조정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전통적인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외교부의 입김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문 대통령도 8월초 안보실이 정리해 올리는 각종 현안 보고가 대통령의 철학과 정책 방향을 온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한 점을 지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을 즈음해 대한민국의 안보·평화 주도권을 분명히 하기 전까지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청와대는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한 핵심관계자는 “청와대 내부, 특히 문 대통령과 정의용 실장 사이에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이견은 전혀 없다”며 “전통적인 햇볕론자들의 남북관계 해법과 접근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빚어진 오해 같다. 안보 현안에 단호했기에 그 이후 평화 구상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협 이정애 김지은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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