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앞줄 왼쪽 여섯째부터),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주요 인사들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중 수교 25주년 리셉션’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얼어붙은 양국관계 때문에 기념행사는 대폭 축소되었으며, 공동주최 행사 없이 양국은 이날 개별적으로 기념행사를 열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과 중국 정상이 수교 25주년을 맞아 “한-중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주고받은 24일, 서울과 베이징에서는 주한 중국대사관과 주중 한국대사관 주최 기념행사가 각각 열렸다. 두 행사장 어디에서도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양국의 입장은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이날 저녁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주한 중국대사관 주최로 열린 ‘한-중 수교 25주년 리셉션’ 기념사에서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는 “작년부터 모두 아는 이유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네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냉랭한 한-중 관계에 대해 말을 아껴왔던 것과 달리 중국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는 “첫째,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며 “상호이익을 존중하고 양국 국민의 요구에 따라 양국 발전을 추구하고 한반도 평화를 지키며 지역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둘째, 정치적 상호신뢰를 견고히 다져야 한다”, “셋째, 공동이익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대사는 “넷째, 한반도 평화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깨지면 한-중 모두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호이익 존중’, ‘정치적 상호신뢰’ 등의 표현으로 사드를 반대해온 중국 정부의 입장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세균 국회의장은 축사를 통해 “견월망지라는 말이 있다. 달을 볼 때는 손가락을 보지 말라는 말이다. 현상이 아니라 본질을 꿰뚫어 봐야 한다는 뜻”이라고 소개한 뒤 “모든 주권국가는 외부 위협에 대해 자위적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어 “원인이 사라지면 자연스레 그 조치도 사라지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사드 배치의 근본 원인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있다고 밝혀온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날 행사에는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이 정부를 대표해 ‘장관 대리’ 자격으로 참석하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비슷한 시각 베이징 궈마오 인근 호텔에서는 약 800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 리셉션과 문화공연이 열렸다. 한국 쪽은 김장수 대사 등 대사관 관계자들과 박은하 외교부 공공외교대사 등이, 중국 쪽은 완강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 겸 과학기술부장과 쿵쉬안유 외교부 부장조리 등이 참석했다. 주빈으로 참석한 완 부주석은 부총리급이지만 공산당원은 아니어서, 냉랭한 양국 관계를 고려한 중국의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외교부 공동취재단, 김지은 기자,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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