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김남일의 시렁시렁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7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당 대표 돼서도 “좌파정권과 협잡 민심조작” 비난
TK서 당 지지율 1등 여론조사에 “이것이 민심” 반색
유리한 조사 결과만 취하는 ‘여론 편식’ 비판 나와 홍 대표가 명시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정치권에선 그가 ‘여론조사 조작 기관’이라고 주장하는 곳은 한국갤럽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18~20일)에서 정당 지지도(전국)는 더불어민주당 46%, 자유한국당 11%, 바른정당과 정의당이 각각 8%, 국민의당은 5%로 나왔다. 대구·경북만 떼어놓고 보면, 민주당 31%, 자유한국당 22%, 바른정당 10%였다. 홍 대표가 ‘이것이 진짜 여론’이라고 반긴 여론조사 결과와 지지도 순위는 물론 지지율에서도 편차가 크다. 어떤 여론조사도 현실의 여론을 정확하게 반영할 수는 없다. 여론조사 방법을 과학화하고 통계적 오류를 줄이기 위한 보정 작업이 정교해지는 이유다. 홍 대표가 전적으로 신뢰를 보인 이번 여론조사 내용을 뜯어보자. 지역 일간지의 의뢰를 받은 ㅁ여론조사기관은 지난 20~22일 대구와 경북에 거주하는 성인 17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에 올라온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연령대별 응답자 규모와 응답률 편차가 눈에 띈다. ㅁ업체는 애초 20대 278명을 조사(목표할당)하려고 했다. 하지만 응답률이 낮아 실제 조사는 144명만 이뤄졌다. 30대 역시 263명을 할당했지만 실제 조사는 195명만 이뤄졌다. 반면 50대는 352명 목표에 421명을, 60대 이상은 474명 목표에 597명을 조사했다. 애초 목표로 한 1700명을 채우기 위해 응답률이 높은 연령대의 조사를 늘리고, 대신 연령대별로 가중치를 부여해 조정하는 기법을 쓴 것이다. 여론조사에서는 연령별, 성별, 지역별 가중값을 부여한다. 현실의 연령·성별 분포와 여론조사상의 응답자 구성을 맞추기 위한 보정 작업이다. 예를 들어 대구 인구가 1000명이고 이 가운데 20대 인구가 200명(20%)이라면 여론조사 때도 이 비율까지 응답자를 끌어올릴수록 신뢰도가 높아진다. 홍 대표가 인용한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애초 목표로 한 20대(263명)의 절반 정도(144명)만 조사됐다. 가중값은 1.8 정도가 부여됐을 것이다. 반면 50대와 60대 이상은 그 반대로 가중값을 적용해 응답자 구성을 맞췄을 것이다. 가중값을 통한 보정은 모든 여론조사에 쓰이는 방법이다.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가중값 부여가 허용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을 앞둔 지난 3월10일 선거여론조사기준을 일부 바꿨다. 선거여론조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성별·연령대별·지역별 가중값을 ‘0.5~2.0’ 범위 안에서 부여하고, 이를 벗어나는 여론조사 결과는 공표를 못하게 한 것이다. 한국갤럽의 지난주 여론조사에서 연령별 가중값은 ‘0.88~1.08’이었다. 애초 목표할당에 거의 근접한 조사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홍 대표가 사랑한 여론조사 결과는 유선전화 자동응답조사(ARS) 방식으로 응답자의 100%를 채웠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개표 결과 ‘여론조사 대폭망’ 사태가 빚어지자 여론조사 방식은 전화번호부에 등재된 집전화만 조사하는 방식을 벗어나 무작위 전화걸기(RDD)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어 2011년 4월 재보궐선거 때부터는 휴대전화도 조사에 포함했다. 여론조사의 사각지대를 줄여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처였다. 이에 따라 최근의 여론조사들은 휴대전화와 유선전화를 적절히 섞는 조사방식을 사용한다. 한국갤럽 조사는 휴대전화 85%, 유선전화 15% 비율이 적용됐다. 요즘 여론조사에서 중요하게 보는 응답률이 2%인 점도 눈에 띈다. 무작위로 31만3764통의 집전화를 걸었다. 결번이나 거절 또는 통화 중인 사례가 31만2064통이었다는 얘기다.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는 5901통 가운데 1012명이 응답해 17%의 응답률을 보였다. 어느 여론조사라도 현실의 여론을 정확하게 반영할 수는 없다. 홍 대표가 이날 ‘1700샘플’을 강조한 것은, 한국갤럽의 대구·경북지역 조사대상이 ‘100샘플(명)’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일정 기준의 샘플은 반드시 필요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 등 전국단위 조사는 1000명 △광역단체 또는 시·도단위 조사는 800명 △국회의원 선거는 500명 이상을 기준으로 잡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전국 지지도의 경우 1000명 정도의 샘플이면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설령 홍 대표의 주장처럼 대구·경북에서 자유한국당의 실제 지지율이 한국갤럽 등 다른 여론조사 결과와 다르더라도 전국 정당지지도까지 싸잡아 “조작”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홍 대표의 ‘여론조사 편식’은 매우 심하다. 유의미한 신뢰도를 확보한 여론조사라도 자신에게 불리하면 “조작”이라고 주장하며 믿지 않으면서, 반대로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는 “민심”이라며 홍보한다. 특히 “대구에서 마지막 정치인생을 걸겠다”며 대구 달서병 지역구의 당협위원장 자리를 ‘사전답사’한 홍 대표가 유독 티케이지역 자유한국당 지지율만 ‘편식’하는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정말 자유한국당을 ‘영남자민련’으로 만들려고 저러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가 4월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박정희 대통령 기념도서관을 방문해 박정희 대통령의 사진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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