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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서청원, 그 남자의 평생 가는 정치 뒤끝

등록 2018-01-04 18:01수정 2018-01-05 10:21

정치BAR_김남일의 시렁시렁
홍 쪽, ‘개싸움’ 벌인 안상수 창원시장에
“지방선거 출마 ‘자가발전’ 말라” 이례적 경고

서 쪽, ‘화성갑 쟁탈전’ 김성회 전 의원에
“본인 모친상에서 명함 돌리는 갑질 정치인” 비난

정치권에선 경선이나 공천 문제로 한번 사이가 틀어지면 그 ‘뒤끝’은 평생을 가기 마련이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근 서울 여의도에선 이런 ‘정치 뒤끝’이 작렬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 ♣H4s홍준표-안상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같은 당 소속 안상수 창원시장이 그렇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3일 밤 ‘안상수 창원시장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당의 입장’이라는 다소 뜬금 없는 보도자료를 냈다. “최근 자유한국당 중앙당에서 도지사냐 시장이냐 의사를 물어와 창원시장으로 벌여놓은 일을 마무리하겠다고 답했다”는 안 시장의 신년 기자회견 내용을 정면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이날 안 시장은 창원시청 신년 기자회견에서 도지사 출마 여부에 대한 중앙당의 ‘관심’을 전한 뒤, “홍준표 대표가 전략공천이 원칙이라고 했는데, 이는 광역시의 경우고 창원은 기초지방자치단체라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안 시장의 이런 발언이 보도되고 6시간이 경과한 밤 8시가 넘어서야 보도자료를 내면서 “확인 결과, 중앙당에서 어느 누구도, 어떤 부서에서도 안 시장에게 경남도지사 출마 의사를 물어본 적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안 시장은 중앙당의 누가 어떤 의사를 물어왔는지 분명히 밝혀주시길 바란다”며 안 시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일부 지방선거 출마 후보들이 중앙당을 들먹이며 ‘자가 발전’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일이 계속될 때는 응분의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2011년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안상수 당 대표(왼쪽)와 홍준표 최고위원. 한겨레 자료사진
2011년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안상수 당 대표(왼쪽)와 홍준표 최고위원. 한겨레 자료사진
각종 선거를 앞두고 정치 입지가 좁은 정치인들이 자신의 몸값을 부풀리는 ‘자가 발전’은 정치권의 오랜 풍토다. 바닥을 치는 당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 필승’을 다짐한 자유한국당이 재선 의지를 밝힌 당 소속 현역 기초단체장을 사정없이 ‘디스’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나라당 대표까지 지낸 안 시장으로서는 자가 발전이나 하는 볼품 없는 정치인이 된 셈인데, 한밤 갑작스런 디스 보도자료가 뿌려진 배경에는 홍 대표와 안 시장 사이의 오랜 악연이 작동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 출신이 두 사람은 지난 2010년 7월 한나라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본격 충돌했다. 여의도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개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안상수 후보는 1997년에 개 소리가 시끄럽다며 옆집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옆집 사람과도 ‘개 소리’ 때문에 화합을 못한 분이 어떻게 당내 화합을 이야기하느냐”(홍준표), “당시 아들이 고3이었고 옆집 개는 10마리였다”(안상수), “10마리가 아니고 4마리였다”(홍준표). 전당대회 결과는 안상수 당 대표-홍준표 최고위원이었지만, 이후 두 사람은 당직 인사 등을 두고 사사건건 충돌한다.

두 사람의 갈등은 2014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다시 불거진다. 2012년 보궐선거에서 경남지사가 된 홍 대표는 재선 도전을, 애초 경남도지사 출마를 저울질하던 안 시장은 창원시장 출마로 마음을 바꿨다. 안 시장은 대신 홍 대표의 경쟁자 지원에 나섰다. 경남지사 도전을 위해 창원시장직에서 물러난 박완수 전 시장 쪽에 선 것이다.

홍 대표의 ‘뒤끝’은 사람을 가린다. ‘안상수 자가 발전’을 비난하는 보도자료를 낸 날, 홍 대표는 자유한국당 인터넷방송에 출연해 “개인적으로 원한 관계에 있는 사람도 당선 가능성이 있다면 전략공천을 하겠다. 경남지사를 할 때 극렬하게 대립하며 두 번이나 경선했던 사람도 불러 '경남지사로 뛰어달라, 당신이 경쟁력이 있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현재 자유한국당 소속인 박완수 의원을 두고 한 말이다. 홍 대표는 지난달 26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창원’을 콕 집어 거론하며 “인재영입위원장인 내가 직접 출마자를 물색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 ♣H4s서청원-김성회♣] 경기 화성갑 지역구를 두고 다투는 국회 최다선(8선)서청원 의원과 김성회 전 의원 사이의 뒤끝도 만만치 않다.

2013년 10·30 보궐선거 경기 화성갑에 출마한 서청원 후보가 당선이 확실해지자 꽃다발을 목에 건 채 두 팔을 들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2013년 10·30 보궐선거 경기 화성갑에 출마한 서청원 후보가 당선이 확실해지자 꽃다발을 목에 건 채 두 팔을 들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3일 국회 정론관에선 자유한국당 소속 경기 화성시 시·도의원 등이 기자회견을 열어 “퇴출 대상 1순위, 갑질 정치인 김성회씨의 당협위원장 임명을 결사 반대한다”고 했다. 이들은 “화성갑 당협위원회는 서청원 의원님의 훌륭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일치단결했지만, 중앙당 당무감사 결과 서 의원님이 당협위원장 교체대상이 됐다. 김성회씨를 당협위원장에 앉히기 위해 정치적 거래를 한 것은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전 의원의 과거 국회 폭력 사례와 지역 당원들에게 했다는 폭언과 막말 등을 자세하게 거론했다. 김 전 의원이 모친상 때도 절을 하고 일어서는 조문객들에게 명함을 돌렸다는 ‘깨알 디스’도 빠지지 않았다.

2013년 10·30 보궐선거 경기 화성갑에 출마한 김성회 전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청원 전 대표의 정치 재개는 새 시대를 열겠다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치 혁신을 강조해 온 새누리당의 뜻과 맞지 않는다”고 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2013년 10·30 보궐선거 경기 화성갑에 출마한 김성회 전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청원 전 대표의 정치 재개는 새 시대를 열겠다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치 혁신을 강조해 온 새누리당의 뜻과 맞지 않는다”고 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화성갑에는 김 전 의원이 먼저 발을 디뎠다. 18대 총선에 당선됐지만, 2013년 보궐선거와 20대 총선에선 지역 연고가 없는 서 의원이 공천을 받았다. 보궐선거 당시 친박 실세인 그를 위해 청와대가 나섰다는 설이 파다했다. 보궐선거를 노리던 김 전 의원이 반발한 것은 당연했다. 애초 서울 동작이 지역구였던 서 의원은 “화성이 외가댁이다. 연고, 연고 하는데 그것보다 더 큰 연고가 어디 있나. 8살 때 6·25 때문에 거기서 피난살이도 했다”고 했다. 서 의원이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재입성한 직후, 김 전 의원은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자리에 오른다. 친박 실세에게 지역구를 내주고 받은 자리라는 해석이 나왔다.

지역구 쟁탈전은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다시 불거졌다. 서 의원이 지역구를 ‘돌려줄’ 것으로 생각했던 김 전 의원은 서 의원이 ‘백세인생’을 부르며 화성갑에서 8선에 도전해 당선하자 ‘일전’을 불사했다. 당시 김 전 의원은 신설된 화성병으로 출마지를 옮겼지만 당내 경선 문턱을 넘지 못했다. 총선이 끝난 뒤 친박 핵심인 최경환·윤상현 의원이 ‘대통령의 뜻’을 앞세워 김 전 의원의 화성갑 출마 포기를 압박하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그해 8·9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를 고심해온 서 의원은 녹취록 파문 속에 결국 불출마 선언을 해야했다. 이날 서 의원 지지자들의 ‘김성회 집단 디스’ 기자회견 배후에 서 의원이 있음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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