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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북은 ICBM이라지만…미 본토 타격까지는 아직 거리감

등록 2017-07-04 20:42수정 2017-07-04 21:46

화성-14 어디까지 왔나
북한서 시애틀까지 7900㎞, 알래스카는 사정권 들어가
청 “지금까지 북이 내놓은 가장 진화한 미사일”
미,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분류…러도 “IRBM에 부합”
합참 “화성-12보다 사거리 향상…ICBM 능력여부 분석중”
* 그래프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KN-14)형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나섬에 따라, 이 미사일이 한반도 전력균형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린다.

북한의 미사일 타격 범위는 오랫동안 한국과 일본을 넘어서지 못했다. 북한은 남한을 공격할 ‘스커드-B·C’ 등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과 주일미군을 타격할 ‘노동’ 등 준중거리미사일(MRBM)은 비교적 일찌감치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을 넘어 태평양 괌 미군기지를 타격할 미사일은 지난 5월 ‘화성-12’형의 시험발사 성공으로 비로소 본격 개발의 길이 열렸다. 이번에 시험 발사된 화성-14형이 북한의 주장대로 명실상부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아이시비엠)이라면, 북한은 이제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이 있는 미사일 개발에 들어서게 되는 셈이다.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아이시비엠은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전쟁 개입을 억제할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북한 주장이 사실이면, 남북간 군사 대결 구도에도 큰 파장이 예상된다.

북한의 이날 발표 내용은 특유의 과장된 수식을 빼고 나면 간단하다. 화성-14형이 최대 고각으로 발사돼, 정점 고도 2802㎞까지 날아 올라가며 933㎞의 거리를 39분간 비행했다는 것이다. 이런 수치는 한·미 정보당국의 발표와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이 미사일이 37분 동안 추적됐고 동해에 떨어졌다고 발표했으며, 일본 방위성은 미사일이 고도 2500㎞ 이상 날았고 900㎞를 비행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합동참모본부도 공식 발표에선 비행거리만 930여㎞라고 밝혔으나, 익명의 합참 관계자는 미사일의 정점 고도에 대해 “2500㎞ 이상”이라고 확인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북이 내놓은 가장 진화한 미사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화성-14형을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이 제대로 있는 아이시비엠으로 볼 수 있을지 속단하긴 이르다. 미국 비영리 과학자단체인 ‘참여 과학자 모임'(UCS) 소속 물리학자 데이비드 라이트는 이날 단체 누리집에 글을 올려 “보도가 정확하다면, 같은 미사일이 표준 궤도로 날아가면 대략 최대 6700㎞의 거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통상 사거리 5500㎞ 이상인 미사일을 아이시비엠이라고 하는 만큼, 화성-14형의 사거리가 6700㎞라면 아이시비엠으로 분류하는 데 손색이 없다.

그러나 미국 본토 타격과는 거리가 있다. 북한의 원산을 기점으로 가장 가까운 미국 서해안의 시애틀이 7900㎞나 된다. 하와이도 7000㎞ 남짓 떨어져 공격이 어렵다. 5000~6000㎞ 거리에 있는 알래스카 정도만 사정권에 들어간다. 북한도 이날 화성-14형을 “핵무기와 함께 세계 그 어느 지역도 타격할 수 있는 최강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고 추어올렸지만, 실제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미군은 화성-14형을 아이시비엠으로 분류하지도 않았다. 미 태평양사는 이날 통상 사거리 3000~5000㎞ 미사일을 가리키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라고 불렀고,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북미 지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의 합참은 “지난 5월14일 발사한 탄도미사일보다 사거리가 향상된 것으로 평가되나, 북한의 주장처럼 소위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유보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러시아 국방부도 논평을 내어 “탄도체 비행 궤도가 중거리탄도미사일의 기술 특성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화성-14형은 이번에 첫 시험발사를 했지만 신형 미사일은 아니다. 이미 2015년 10월 노동당 창건 70돌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된 적이 있다. 화성-14형은 당시 공개된 영상 자료 등을 근거로 액체 추진 엔진을 사용하는 2단 로켓 미사일로 추정돼 왔다. 그렇지만 화성-14형은 아직까지도 완성된 미사일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날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화성-14형은 한 축 바퀴가 8개짜리인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실려온 뒤 지상 고정 발사대로 옮겨져 수직으로 세워져 발사됐다. 발사할 때 엔진에서 나오는 강력한 화염을 이동식 발사차량이 감당할 수 없다는 뜻으로 발사 기술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통상 미사일이 여러 차례 시험발사를 통해 검증돼야 하는 만큼 이번 시험발사가 성공적이라고 하더라도 이제 개발 시작단계인 셈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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