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본 발사 의도
북, 전략자산 확보 긴장감 높여
미국과 협상 우위 서려는 전략
국제사회 대북제재 강화 불가피
“관련국들 상황 심각성 공유…
북 의도와 달리 ‘불일치’ 느낄 것”
북, 전략자산 확보 긴장감 높여
미국과 협상 우위 서려는 전략
국제사회 대북제재 강화 불가피
“관련국들 상황 심각성 공유…
북 의도와 달리 ‘불일치’ 느낄 것”
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바탕으로 의욕적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하려던 정부도 타격을 입게 됐다. 당장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제재 결의 움직임 등 국제사회의 압박이 강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아이시비엠 발사 성공 주장은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대응 메시지로 읽힌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장은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두 정상은 압박과 대화를 동시에 강조하는 한편 북핵·남북관계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주도적 역할에 합의했다”며 “이에 대해 북한은 아이시비엠 발사란 ‘전략 도발’을 통해 미국과 직접 담판을 짓겠다는 의도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어 “북한은 지난해부터 엔진 성능, 재진입 기술, 사거리 연장 실험 등을 지속한 끝에 아이시비엠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며 “사실이라면 앞으로는 아이시비엠 성능 향상과 핵탄두 수 늘리기 등 군사적으로 2차 보복 능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도발을 지속하며 긴장감을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이 전략자산인 아이시비엠을 확보한 뒤 북-미 대화에 나서는 길을 선택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국제사회는 북한의 아이시비엠 개발을 암묵적 ‘레드라인’(넘어선 안 되는 선)으로 여겨왔다. 5차례 핵실험으로 핵탄두 ‘소형화·경량화·규격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북한이 이를 ‘운반’하는 수단인 아이시비엠까지 개발하면, 미국 등에 직접적인 군사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우리는 북한이 아이시비엠 최종단계의 기술을 남겨놓고 협상에 나올 것을 기대했지만, 북한은 전략적 자산을 확보해놓고 대화에 나서는 쪽을 택한 것”이라고 짚었다.
북한 입장에선 핵 억지력을 완성해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로 한 상태에서, 자기들이 우위에 서서 협상에 나서려는 의도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에는 북한에 대한 불신과 위협만 커졌을 뿐이다. 북한의 의도와 관계없이 유엔 안보리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를 두고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북한이 이번에도 자신들의 ‘의도’와 국제사회의 ‘대응’ 사이 불일치를 새삼 느끼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이어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 관련국들이 인식을 공유하는 데서 출발해,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만큼 관여의 대안도 다양하게 마련해야 한다”며 “관여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만 강도를 높인 압박이 실제적인 압력으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북한은 7·4 남북공동성명 45주년을 맞아 이날 오전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중앙위원회 명의로 낸 성명에서 “남조선에서 골백번 정권이 교체되고 누가 권력의 자리에 들어앉든, 외세 의존 정책이 민족 우선 정책으로 바뀌지 않는 한 기대할 것도, 달라질 것도 없다는 것이 오늘 우리가 다시 찾게 되는 심각한 교훈”이라고 주장했다.
정인환 기자inhwan@hani.co.kr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이 4일 오후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4’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발사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은 발사 준비 중인 ‘화성-14’의 모습. 조선중앙텔레비전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은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미사일 발사 모습과 이를 지켜보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모습을 공개했다. 조선중앙텔레비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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