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민정수석이 11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조국 민정수석에게 진상조사를 지시한 ‘정윤회 문건’ 사건 은폐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강제 해체는 정확한 진실을 알 수 없었던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미제 사건’이다. 문 대통령은 비검찰 출신인 조국 민정수석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적폐 청산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조 수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청와대가 법적 권한을 넘어 검찰 수사에 개입하지는 않지만 수사를 잘못한 검사에게는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등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이행도 강조하면서 정권 초기부터 강하게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법대 교수 출신인 그는 이래저래 ‘파격적인’ 민정수석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은 검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등의 사정·정보기관을 관장하며 인사 검증과 감찰 기능까지 갖고 있다. 노태우 정권 시절부터는 검찰 고위직들이 민정수석 자리를 도맡으며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사정 체제의 중추를 형성했다. 민정수석의 검찰 수사 개입은 월권이고 불법이지만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는 상식처럼 받아들여졌다. 우병우 민정수석의 전횡은 검찰을 동원한 ‘무단통치’의 극단적 사례였다. 2014년 11월에 ‘정윤회 문건’이 공개됐지만 우병우 민정비서관과 검찰은 진실을 덮어버렸다. 수면 위로 삐져나온 최순실 국정농단을 예방할 수 있는 기회를 청와대는 물론 검찰까지 꽁꽁 틀어막은 것이다.
조 수석은 이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서도 과거 정부에서 검찰이 막강한 권력을 제대로 사용했다면 그런 게이트가 미연에 예방됐으리라 믿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게 대통령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정윤회 문건’ 수사 진상조사를 지시한 문 대통령의 문제의식과 일치한다. 문 대통령의 진상조사 지시는 ‘인적 청산’을 통한 검찰개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조 수석은 이날 “민정수석은 검찰의 수사를 지휘해서는 안 된다. 수사는 검찰이 알아서 하는 거다. (다만 검찰 수사가) 잘못됐다면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며 개입하지 않되 책임은 묻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했다. 대통령이 가진 인사권으로 잘못된 수사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얘기다. 7개월 정도 임기를 남긴 김수남 검찰총장이 이날 사의를 표명한 것도 대대적인 인적 청산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조 수석이 검찰 내부 사정에 밝지 않은 만큼 검찰개혁의 성공을 위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인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반발하는 검찰 조직을 확실히 장악해서 개혁을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 수석은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을 넘나들며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했던 과거와 달리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를 뒷받침하는 참모의 역할과 인사 검증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조 교수는 “공수처는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시작된 얘기로 문재인 대통령의 소신이기도 하다. 공수처 설치가 진정으로 검찰을 살리는 것이라고 믿는다”며 “공수처 설치, 수사권 조정 법안 등을 만드는 데 저의 역할을 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공수처 설치 등의 시기를 “내년 6월 지방선거 전에 다 해야 한다. 선거가 시작되면 개혁에 아무 관심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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