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 검찰총장.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김수남 검찰총장이 11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김 총장은 이날 대검찰청을 통해 “검찰총장직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총장직 사퇴를 그동안 고심해왔음을 시사했다. 김 총장은 “박 전 대통령 관련 사건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수사여서 인간적인 고뇌가 컸으나 오직 법과 원칙만 생각하며 수사했다”며 “지난번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이 집행됐을 때 검찰총장직을 그만둘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이어 “그러나 대선 관련 막중한 책무가 부여되어 있고, 대통령, 법무부장관이 모두 공석인 상황에서 총장직을 사퇴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신이라고 판단했다”며 “이제 박 전 대통령 관련 수사도 마무리되었고, 대선도 무사히 종료되어 새 대통령이 취임했으므로 소임을 어느 정도 마쳤다고 생각되어 금일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대검 관계자는 김 총장이 “검찰총장은 사표를 가슴에 품고 일하는 자리다. 작년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시작 때부터 사표를 낼 각오를 가지고 수사의 독립성 확보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 사건을 진행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임명권자 구속에 따른 인간적인 고뇌도 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검 참모들은 김 총장의 사의 표명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관계자는 “총장의 임기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참모들의 소신이었다. 임기를 지키지 못한 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수사 과정에서 김 총장의 사퇴설이 불거지기도 했으나 대검 관계자들은 “임명권자를 수사한다고 총장이 그만둬야 한다면 검찰 스스로 성역이 존재한다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일축해왔다. 김 총장의 임기는 오는 12월1일까지로 약 7개월이 남아 있다.
김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한 10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전해졌다. 대검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의 사건이 마무리되는 시점이 대선이 끝나는 시점이라 그때 사표를 내야 한다는 확고한 결심을 했고,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압력은 전혀 없었다”며 “총장의 고뇌에 찬 결단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 또 김 총장은 검찰은 떠나면서 “국민의 편익을 증진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공정성을 달성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검찰 개혁안이 나올 수 있도록 대검은 최선을 다하고 새 정부와 협력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사의를 표명한 김 총장은 이날 오후부터 휴가 중이며, 사표가 수리되면 후임 검찰총장이 임명될 때까지 검찰은 김주현 대검 차장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김 총장은 대검 차장검사로 재직하던 2015년 10월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의 김 총장 지명 배경으로 대구 출신이면서 이석기 전 의원의 아르오(RO) 사건,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정권 맞춤형으로 수사한 전력 등이 거론됐다. 하지만 김 총장의 아버지 김기택 전 영남대 총장이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자 경선에 출마했던 2007년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등 두 사람의 ‘악연’ 탓에 의외의 인사라는 평도 나왔다. 두 사람의 인연은 김 총장이 지난해 검찰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본격화한 뒤, 탄핵 된 박 전 대통령이 구속기소되면서 끝났다.
서영지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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