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개입 않겠다는 선언엔 “환영”
일부 “뭘 개혁하려는지 모르겠다” 불만
수사권 조정 등 청와대-검찰 충돌 불가피
일부 “뭘 개혁하려는지 모르겠다” 불만
수사권 조정 등 청와대-검찰 충돌 불가피
검찰 출신이 아닌 개혁 성향의 교수가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되고 동시에 김수남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하자, 검찰은 “올 것이 왔다”며 술렁였다. 취임 이틀 만에 검찰개혁 논의가 급박하게 진전되면서 법조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1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임명되자마자 밝힌 검찰개혁 의지와 관련해 검찰은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지만, 일단 공개적인 반응은 피했다. 조 수석이 밝힌 청와대 검사 파견 금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찰 수사 불개입 선언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공개적으로 밝혀왔던 방침이기 때문이다. 한 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도 이전과 달리 검찰개혁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특히 ‘수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대목에선 반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또 다른 한 검사는 “법무부에 보고되는 수사보고서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도 똑같이 보고됐던 게 사실”이라며 “압수수색만 하려고 해도 대검찰청과 법무부에 보고되고 그게 청와대를 거쳐 다시 돌아오는 데 3~4일이 걸렸다. 이런 관행이 없어지는 건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대검 관계자도 “바람직한 검찰개혁이 되도록 새 정부와 잘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이런 분위기와 달리 내심으로는 앞으로 어느 정도까지 검찰의 권한 축소가 이뤄질 것인지를 두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임 민정수석이 공수처 설치 등 검찰권의 주요 부분을 들어내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한 검찰 간부는 “일단 청와대가 어디까지 요구하는지 살피는 수순을 밟을 것이다. 내부적으로도 어디까지 (권한을) 내놓아야 국민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수도권의 한 검사장급 간부는 “민정수석이 검찰 출신이 아니라는 점만으로도 검찰엔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며 “청와대와 정부에 검찰의 의견을 제대로 설명할 창구조차 없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실제 세부적인 개혁안 마련을 둘러싼 물밑 신경전은 이미 시작됐다. 법무부와 검찰은 별도의 팀을 운영하며 여러 경우의 수를 가정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서는 검찰뿐 아니라 경찰의 준비 정도가 부실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국정원 댓글 사건 당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수사에 개입한 것처럼, 경찰이 수사한다고 중립성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엔 반드시 수사권 조정을 해내겠다고 벼르는 청와대와 확연한 온도 차이가 있다.
민정수석 임명과 동시에 이뤄진 김수남 검찰총장의 사퇴도 검찰개혁 일정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검찰 안팎에선 현직 검찰 간부보다 현 정부의 개혁 방향에 동의하는 전직 검찰 출신이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다만 한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검사 출신이라면 누가 총장이 되더라도 현 정부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스스로 권한을 내려놓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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