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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황교안 청문회’ 리턴매치 관전에 필요한 8가지 상식

등록 2015-05-26 17:03수정 2015-05-26 18:35

 2013년 2월28일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관계직원과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2013년 2월28일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관계직원과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거의 모든 자료 요구할 수 있지만 모든 자료 내는 후보는 없어
온갖 꼼수로 자료 제출 피하면 의원 인맥으로 뚫거나 입법권 압박
사전 질의 요지서는 ‘비장의 발톱’ 감춘채 두루뭉술하게 제출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오후 황교안(58)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 인사청문특위는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15일(6월9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청문회는 2000년 6월 제정된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진행된다. 이제부터 이 법을 이용한 야당의 공격과, 법의 빈틈을 이용한 후보자의 방어가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인사청문회 관전을 위해 알아야할 8가지 사항을 정리했다.

1. 인사청문회는 새누리당이 만들었다 

<인사청문회법 시행 2000.6.23, 제정 2000.6.23>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에 불만이 많다. 그러나 현재의 인사청문회 제도는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의 작품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공약이었지만 도입은 한나라당이 주도했다. 당시 청문회 대상은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관 13명 전원,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 국회 추천 3인, 중앙선관위원 중 국회 추천 3인 등 총 23명이었다. 한나라당이 야당이던 2003년 1월 법이 개정돼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이른바 4대 권력기관장이 포함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이던 2005년 6월 장관 등 국무위원들까지 인사청문 대상에 들어갔다. 현재 청문회 대상자는 64명이다.

2. 학력·병역·재산·납세·범죄자료는 요구가 없어도 제출해야 한다

<인사청문회법 제5조 1항 ‘국회에 임명동의안 등을 제출할 때에는 다음 각호의 사항에 관한 증빙서류를 첨부하여야 한다.’>

국회에 임명동의안 등이 제출될 때 기본적으로 첨부해야 하는 ‘증빙서류’는 다음과 같다. 

 ①직업·학력·경력에 관한 사항

 ②병역신고사항

 ③재산신고사항

 ④최근 5년간 소득세·재산세·종합토지세 납부 및 체납 실적에 관한 사항

 ⑤범죄경력에 관한 사항

①과 ⑤는 본인 것만 제출한다. ②의 경우 직계비속 즉, 본인과 자녀의 병역사항을 함께 제출한다. ③은 직계존비속(부모와 자녀) 자료를 모두 제출해야한다. 재산은 병역과 달리 직계존비속(부모와 자녀)이 독립생활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청문위원과 후보자간 늘 다툼이 벌어지는 대목이다). 혼인한 딸과 외할아버지·할머니, 외증조할아버지·할머니, 외손자녀 및 외증손자녀의 재산은 공개되지 않는다. 

③, ④와 관련해선 부가적인 자료도 몽땅 제출한다. 소유 중인 부동산의 등기부등본은 기본이다. 보험·펀드·예금 등 금융사에 개설한 모든 계좌번호와 개설일·잔고 현황, 금융사별 채무 발생일·만기일까지 제출한다. 자동차등록증, 공동주택가격확인서, 보험증권, 보유유가증권명세서도 포함된다. 말 그대로 재산에 관한 모든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실제 직계존비속 관계인지, 세금은 거주지에 제대로 납부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직계존비속 모두의 가족관계증명서와 주민등록초본, 본인의 주민등록등본도 제공된다. 기본 증빙서류만 들여다봐도 위장전입, 부당공제, 세금탈루 등을 적발해낼 수 있는 이유다.

3. 야당 의원들 뜻만 모아도 어떤 자료든 ‘추가 요구’할 수 있다 

<인사청문회법 제12조 1항 ‘위원회는 의결 또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공직후보자의 인사청문과 직접 관련된 자료의 제출을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기타기관에 요구할 수 있다.’>

기본 증빙서류로 기초조사를 끝낸 의원들은 추가 자료를 요구한다. 청문회를 맡고 있는 위원회 재적의원 3분의 1만 서명하면 어떤 자료든 요구할 수 있다. 여당 의원이 위원회 3분의 2를 차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야당 의원들 뜻만 모이면 어떤 자료라도 ‘요구’는 할 수 있는 셈이다. 인사청문회법이 국회에 막강한 자료 제출 요구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자료 제출을 피할 수 있는 공식적인 방법은 사실상 없다. 법은 “제출할 서류 등의 내용이 직무상 비밀에 속한다는 이유로 서류 등의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사·외교·대북관계의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만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자료 제출이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주무부장관의 소명이 있는 경우”로만 제한했다. 공개 시 가족이 형사소추를 당할 우려가 있는 자료도 제출을 거부할 수 있다. 그 외엔 원칙적으로 모두 제출해야 한다.

‘요구’가 자유롭다보니 의원들의 요청 자료는 관용차량을 운전한 기사 이름부터 국내외 출장 일정, 의심받고 있는 부동산 거래의 매매계약서 사본까지 다양하고 방대하다. 보통 후보자 1명당 500~700건 정도 추가자료가 요청된다고 한다.

4. ‘모든’ 자료를 제출하는 후보자는 없다

<인사청문회법 제12조 2항 ‘자료 요구를 받은 때에는 5일 이내에 자료를 제출하여야 한다.’>

자료 제출을 피할 수 있는 공식적인 방법이 사실상 없다보니 온갖 꼼수가 동원된다. 꼼수는 생각보다 위력이 있다.

국회로부터 후보자와 관련된 자료 제출을 요구받은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기타기관’은 온갖 규정을 이유로 버틴다. 예를 들면, 국세청은 과세자료 공개를 금지한 국세기본법을 핑계로 인사청문회법에 의한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한다. 어느 법이 힘이 셀까? 법제처는 이 요구에 답변을 준 적이 없다고 한다. 금융감독원도 후보자 계좌간 자금 흐름 자료를 비슷한 이유로 제공하지 않는다.  

오래된 자료의 경우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통계자료의 경우 ‘그런 자료는 생성하지 않는다’, 민감한 정보다 싶으면 ‘사생활 정보’라는 변명도 자주 활용된다. ‘사생활 관련 정보’라고 자료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기관들은 “후보자가 직접 제출하기로 했다”며 공을 후보자에게 넘긴다. 이럴 경우 후보자들은 대개 시간을 끌면서 자료를 끝내 제출하지 않곤 한다.

5. 자료를 받아내는 비공식 경로가 있다

<인사청문회법 제12조4항 ‘자료 제출을 요구받은 기관이 정당한 사유없이 자료를 제출하지 아니한 때에는 당해 기관에 이를 경고할 수 있다’>

경고는 사실상 실효가 없다. 따라서 의원들은 비공식 경로를 통해서라도 자료를 구하려고 한다. 민감한 자료의 경우 기관들이 의원에게 ‘구두 보고’하기도 한다. ‘제출’이 아닌 ‘열람’으로 타협하는 경우도 있다. 자기부처 장의 인사청문회에는 원칙대로 임하지만 타부처 장의 인사청문회에는 이런 ‘비공식적 협조’가 가끔 이뤄진다고 한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는 2009년 7월 인사청문회에서 부인이 자신의 스폰서로 지목된 박아무개씨와 같은날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고가 명품을 구입한 사실이 드러나 낙마했다. 이같은 사실은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에서 비공식적으로 입수한 자료 덕분에 드러났다. 박 의원에게 정보를 제공한 관세청 직원 3명은 결국 해임·정직·감봉 등의 징계를 받았다.

6. 끝내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국회는 입법권을 활용한다 

<변호사법 제89조의9 2항 ‘윤리협의회는 국회의 요구가 있을 경우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2013.5.28 신설)>

특정법을 핑계로 자료 제출을 않는 경우 국회는 법을 고치기도 한다. 2013년 3월 이뤄진 황교안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회는 법조윤리협의회에 황 장관 후보자의 변호사 시절 수임 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협의회는 변호사법에 규정된 ‘비밀누설 금지’ 조항을 이유로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두달 뒤 국회는 ‘국회가 인사청문회법 따라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 제출해야 한다’고 변호사법 조항을 고쳤다. 국세청도 거듭된 자료제출 요구에 비협조로 일관하다가 관련 법이 개정될 뻔했다.

7. 질의요지서는 두루뭉술하게 쓴다 

<인사청문회법 7조 5항 ‘질의요지서를 구체적으로 작성해 인사청문회 개회 24시간 전까지 제출해야 한다.’>

의원들은 청문회에서 던질 질문을 미리 위원장에게 제출해야한다. 위원장은 이를 곧바로 청문회 대상자들에게 보내 답변 준비 시간을 주게 되어 있다. 미리 패를 보여주기 싫은 의원들은 법과 달리 ‘구체적’으로 질문지를 작성하지 않는다. 청문회장에서 ‘비장의 무기’를 꺼내들기 위해서다. 이때문에 청문회 해당 부처 국회 담당자들은 질문을 미리 파악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8. 47개 자리는 인사청문회와 무관하게 임명가능하다 

<인사청문회법 6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국회가 송부하지 않은 경우 대통령은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헌법에 의해 국회의 임명 동의가 필요한 자리는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관 등 17개뿐이다. 동의가 필요없는 국무위원 등은 청문회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해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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