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12월 20일 대선에서 당선된 다음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맨 앞줄의 김용준(오른쪽 두번째)·정몽준(오른쪽) 공동선대위원장의 바로 뒷줄에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앉아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성 전 회장, 자살 전 “2012년 대선 때 홍 본부장에 2억 줬다”
홍 의원 “단 1원이라도 받았다면 정계 은퇴하겠다” 적극 부인
“홍준표 쪽에도 2011년 1억 전달”…홍 지사 “그런 사실 없다”
홍 의원 “단 1원이라도 받았다면 정계 은퇴하겠다” 적극 부인
“홍준표 쪽에도 2011년 1억 전달”…홍 지사 “그런 사실 없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전 새누리당 의원)이 2012년 대선 때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당시 중앙선대위 조직총괄본부장)에게 선거자금 2억원을 건넸다고 밝혔다고 <경향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성 전 회장이 메모로 남긴 ‘성완종 리스트’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한 2012년의 대선자금까지 겨누고 있는 것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성 전 회장은 또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홍준표 경남지사에게도 현금 1억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은 지난 9일 숨지기 전 경향신문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2012년) 대선 때 홍문종 본부장에게 2억원 정도를 현금으로 줬다”며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이) 통합하고 매일 거의 같이 움직이며 뛰고 조직을 관리하니까 해줬다”고 말했다. 이 내용은 성 전 회장이 북한산에 올라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경향신문 기자에게 직접 전화해서 이뤄진 50분 가량의 통화 내용 중 일부다.
이 통화에서 성 전 회장은 돈의 용처에 대해 “이 사람도 자기가 썼겠습니까. 대통령 선거에 썼지”라고 말했다. 또 ‘대선자금 장부에 회계처리가 된 돈이냐’는 질문에 “뭘 처리해요”라며 부인했다. ‘현금 2억원을 어디서 줬느냐’는 질문에는 “뭐 같이 (조직본부) 사무실 쓰고 어울려 다니고 했으니까”라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은 또 “홍문종 아버지를 잘 알았다”며 “홍문종 본부장 이 양반은 (내가) 국회의원이 되고 잘 알 거든요. (2014년) 지방선거 때도 자기가 사무총장하고 같이 선거 치르고”라고 말했다. “다 신뢰를 갖고 해야 하는 건데 신뢰가 안 되니까 참 말을 다 할 수 없다”고도 했다.
성 전 회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홍문종 의원이 정식 회계처리하지 않은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박 대통령 당선을 위해 사용한 셈이 된다. 정치자금법 공소시효는 7년이기 때문에 검찰이 이 부분까지 수사할 경우 사법처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이에 대해 홍문종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혀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황당무계한 소설”이라고 전면 부인하고, “단 1원이라도 받았다면 정계 은퇴를 하겠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2012년 대선 선거운동 당시 성완종 전 의원(*19대 국회의원이었음)은 대통령선거캠프 조직총괄본부에서 근무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홍 의원은 “2012년 대선 당시 성 전 의원은 선거캠프 조직총괄본부에 어떠한 직함을 갖고 있지 않았고, 조직총괄본부에서 근무했던 20명의 국회의원, 200명의 상근직원, 조직총괄본부에 소속된 60만명 명단에도 없다”며 “저뿐 아니라 조직총괄본부에 같이 근무했던 모든 직원도 성 전 의원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금일 경향신문에서 제기한 의혹은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허구에 기반하고 있다”며 “어제부터 의혹을 제기한 기사들은 억지로 퍼즐을 끼워맞추려 해도 끼워 맞춰지지 않는 미스테리 그 자체”라고 주장했다. 이어 “향후 언론도 황당무계한 소설 같은 기사로 국가, 사회적 혼란은 물론 개인의 명예와 도덕성에 상처주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며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신속하고 투명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성 전 회장은 또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2011년 홍준표가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나왔을 때 한나라당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캠프에 가 있던 (언론인 출신) ○○○를 통해서 1억원을 전달해줬다”며 “홍준표를 잘 아는데 6월쯤일 것”이라고 말했다. 돈을 받은 홍 지사의 측근은 “(성 전 회장이 돈을 줬다고 말씀하신 마당에 (내가) 틀리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고 경향신문은 보도했다. 성 전 회장과 홍 지사 측근의 이런 발언은, 성 전 회장이 최근 측근들에게 ‘2011년 5~6월께 홍 지사에게 전달하라며 경남기업 ㅇ 전 고문에게 현금 1억원을 줬다’고 말했다는 <한겨레> 11일치 보도와도 맥이 같다.
이에 대해 홍 지사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당 대표 경선 등 전국단위 선거를 하고 큰 살림을 하다보면 이런 일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내가 (돈을) 전달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그동안 무슨 리스트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치인들이 인정한 적이 있느냐”며 “내가 지금 어떤 얘기를 해도 국민들이 사실이라고 믿지 않을 것이다. 이건 검찰 수사에서 밝혀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홍 지사는 다만 성 전 회장이 돈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시점이 2011년이 아닌 2010년일 수도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홍 지사는 2010년과 2011년 두차례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해, 각각 2위 최고위원과 1위 대표 최고위원에 당선된 바 있다.
홍 지사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2010년 대표 경선 때 언론인 출신으로 서청원 의원과 가까운 ㅇ씨가 내 캠프 공보특보를 맡았다”며 “그가 당시 경남기업 사외이사였었는데, 그 사실은 나중에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ㅇ씨가 당시 홍준표 국회의원 사무실로 찾아가 돈을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거짓말이라고 할 것 아니냐”며 “내가 전달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3자 사이에 돈이 오갔다는 의미냐’는 질문에 “그건 나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때는 누가 ‘도와주겠다’고 해도 직접 돈을 받지 않고 ‘그걸로 지역에서 자원봉사를 해달라’는 방식으로 하지, 직접 돈을 요청하거나 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성완종 리스트’ 등장인물과 해명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