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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검찰’ 틀어쥐고…고비마다 ‘지침’ 내려 공안통치

등록 2015-02-22 21:47수정 2015-05-21 09:47

황교안 법무부 장관(앞줄 왼쪽 두번째)과 김진태 검찰총장(앞줄 왼쪽 세번째)이 지난해 2월14일 청와대 업무보고 때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황교안 법무부 장관(앞줄 왼쪽 두번째)과 김진태 검찰총장(앞줄 왼쪽 세번째)이 지난해 2월14일 청와대 업무보고 때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정부 2년 진단] ① 국정운영
청와대의 검찰권 사유화
박근혜 정부의 ‘주무기’는 검찰이다. 지난 2년간 정권의 정통성과 관련된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논란을 적당히 무마하고 정치적 반대자를 통제하는 데는 검찰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정부·여당에 유리한 쪽으로 여론을 물타기하는 데서도 검찰은 핵심적 구실을 해왔다. 소통과 화합보다 일방통행식 국정을 계속 추구한다면 통치자가 검찰권을 사유화하는 문제점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대선개입·사초폐기 사건 등
보수진영 종북 카드로 이슈 전환
검찰은 ‘가이드라인’대로 수사해
‘공안통’ 김기춘·황교안 ‘TK’ 우병우
대통령의 남자들 사정라인 장악탓

■ 새로운 공안통치 ‘종북 덧씌우기’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촛불 트라우마’에 시달렸다면, 박근혜 정부는 초기부터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에 발목이 잡혔다.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해 이슈 전환이 필요했고, 보수 진영의 만병통치약과도 같은 ‘종북몰이’ 카드가 동원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가 한창이던 2013년 7월, 새누리당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사라졌다’(사초폐기 사건)며 피고발인을 특정하지도 않은 채 참여정부 비서진을 고발했다. 대선 국면에서 재미를 본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을 검찰로 가져가 계속 이어가보겠다는 의도로 비쳤다. 검찰은 고발장 접수 이튿날 조명균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 등을 출국금지하고 곧이어 국가기록원을 압수수색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검찰의 움직임을 보수언론이 크게 다루면서 ‘사초 폐기 논란’은 다른 이슈들을 압도했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과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을 불구속 기소했지만, 이들은 최근 서울중앙지법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대화록 내용을 유출한 혐의로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을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지만, 법원에서 정식재판에 회부돼 검찰 구형액의 2배가 선고됐다. 결국 정부·여당은 법정에서 패했지만,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정치적 효과를 충분히 누린 뒤였다.

이런 사건들을 거치며 정부·여당에 유리한 이슈가 ‘보수언론 의혹 제기→여당 정치인 증폭→극우단체 고발→검찰 수사’ 수순을 통해 커지는 게 공식처럼 돼버렸다. 한 검찰 고위간부는 “박근혜 정부 들어 정치 과정에 소통과 조정 기능이 약화하면서 온갖 정치적 이슈를 검찰로 떠밀고 있다. 검찰의 법리적 판단이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대신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 정권 바람에 맞춘 수사 결과들

대통령이 검찰을 직접 지휘하는 듯한 양상도 두드러진다. 이전 대통령들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이라는 민감한 대목 때문에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비칠 언사를 꺼렸지만 박 대통령은 다르다. ‘정윤회 국정 개입 보고서’가 공개돼 파문이 일자 대통령이 보고서 내용을 ‘찌라시’로 규정하고, 검찰은 이를 벗어나지 않은 수사 결과를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사건은 청와대와 각을 세운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전 행정관(경정)만 처벌하는 쪽으로 정리됐다.

지난해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정부가 위기에 봉착한 상황에서 검찰이 선사인 청해진해운 쪽 유병언 전 회장에게 수사의 초점을 맞췄다. 핵심 피의자의 허망한 죽음으로 끝난 이 수사 역시 검찰이 청와대를 ‘보위’하려다 망신을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권의 ‘코드’에 맞춘 검찰의 태도가 수사권 남용 논란으로 이어진 경우는 이밖에도 여럿이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에서 위조된 문서를 법정에 증거로 냈다가 망신을 산 뒤에는 보복성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간첩 혐의에 무죄를 선고받은 유우성(35)씨에 대해 과거 무혐의 처분했던 외환거래법 위반 사건을 재수사해 추가기소를 했다. 유씨를 변호했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들에 대해 기소되지도 않은 혐의로 징계를 청구하거나, 과거사 사건 수임과 관련해 대대적으로 수사에 나서 반발을 부르고 있다.

■ 공안·TK(티케이)에 장악된 검찰

검찰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내 사람 심기’ 인사가 필수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교체기에 취임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낙마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권의 역린과도 같았던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를 원칙대로 밀어붙인 채 전 총장은 석연찮은 배경 속에 터져나온 <조선일보>의 ‘혼외 아들 의혹’ 보도로 결국 총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보도가 나오기 전 청와대는 물론 국정원·구청·교육지원청·경찰 등 온갖 기관들이 동시다발로 움직인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검찰은 그 배후를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그 사건이 준 교훈은 이 정부에서 청와대를 적으로 돌리면 누구든, 그게 검찰총장일지라도 무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공식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공안통과 티케이(TK·대구경북) 라인의 영향력이 강화됐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으로 대표되는 공안 라인은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을 통해 종북몰이 여론 강화와 정치적 반대자 제거라는,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역할을 했다. 일련의 ‘공안 바람’의 배경에는 역시 공안검사 출신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있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청와대와 검찰 등 사정 라인에서 티케이의 영향력도 어느 때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정윤회 국정 개입’ 파문 뒤 청와대 민정비서관에서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으로 전격 승진한 우병우(경북 봉화) 수석이 대표적이다. 최근 검찰 인사를 통해 차기 총장 물망에 오르는 김수남(대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대검 차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대검 중앙수사부가 없어진 상황에서 독보적 위상을 갖게 된 서울중앙지검장에 박성재(경북 청도) 전 대구고검장이 발탁된 것도 그런 맥락으로 읽힌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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