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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청와대-법무부 검찰국, 대놓고 검사 주고받기

등록 2015-02-22 21:13수정 2015-02-23 10:40

검찰 인사·예산 총괄 부서에
청와대 파견 검사 배치 논란
민정비서관엔 또 검찰국 출신
공약 깨고 검찰 장악 노골화
“소문은 돌았는데, 설마 했다. 그런데 실제 발령이 그렇게 나다니….”(한 부장검사)

“우병우 수석을 보좌하던 행정관을 검찰 인사·조직·예산을 총괄하는 자리에 발탁하다니, 이게 무슨 뜻이겠나?”(한 평검사)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특별감찰반장)으로 파견 갔던 부부장검사급 검사가 검찰 인사·조직·예산을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과로 복귀할 것으로 알려져, 검찰 조직이 뒤숭숭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 중단’ 파기 논란은 둘째 치고, ‘청와대↔법무부 검찰국’이라는 회전문 인사로 검찰이 더욱 정치에 예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17일 발표한 중간간부 인사에서 이창수(사법연수원 30기) 민정수석실 특감반장이 재임용돼 법무부에서 근무한다고 밝혔다. 국회 파견을 거쳐 2013년 4월부터 청와대에서 근무한 이 검사는 검찰 인사·조직·예산 실무를 총괄하는 검찰과에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에서 의원면직(사직)된 권정훈(24기) 부산지검 형사1부장은 공석인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평검사 가운데서는 김형욱(31기)·유태석(32기) 검사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발탁된 것으로 전해졌다. 권 부장검사 역시 법무부 검찰과장 출신이며, 김 검사(형사기획과)와 유 검사(형사법제과)도 검찰국 근무 경험이 있다. 종합해 보면, 검찰 인사와 수사 등을 ‘통제’하는 법무부 검찰국이 청와대와 검사를 주고받는 인사를 한 셈이다.

인사로 검찰을 통제하고 일선 검찰청의 수사 상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보고받는 검찰국 라인 전체에 정치색이 짙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11일자로 검찰국장에 임명된 안태근(20기) 검사장은 이번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신이고, 2000년대 초반에도 청와대 파견근무를 했다. 검찰 인사를 총괄하는 이선욱(27기) 검찰과장 역시 대통령직 인수위 출신이며 청와대 민정수석실 근무 경력도 있다. 법무부 검찰국에서 일선 검찰청 수사를 총괄하는 이준식(28기) 형사기획과장도 청와대 행정관(2009년 9월~2010년 8월) 출신인데, 이명박 정부 시절 민간인 사찰 사건 때 이름이 오르내린 바 있다. 그는 사찰 피해자 김종익씨가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뒤 헌법소원을 제기하자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요청했다. ‘청와대 근무 경력이 없으면 검찰국에서 명함이나 내밀 수 있겠느냐’는 말이 나올 법한 상황이다.

대선을 보름 앞둔 2012년 12월2일, 박근혜 대통령은 “역대 정권 역시 자신들의 이해를 위해 지금의 검찰 불신을 초래했고, 일부 검사들의 정치권 줄서기에 한몫을 한 것은 아닌지 깊은 반성”을 해야 한다며 “검사의 법무부 및 외부기관 파견을 제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청와대에서 복귀하는 검사를 수사 일선에 배치하는 관례조차 깨버렸다. 특히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보좌하던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장이 법무부 검찰과에 배치된 것을 두고 부정적 반응이 많다. 이 검사와 함께 청와대에서 복귀하는 전양석(30기) 검사는 수원지검 소속으로 재임용됐지만, 실제로는 요직인 법무부 정책기획단에서 근무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장검사는 “수사나 수사 지휘 등 검사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 사람이 아니라 검찰국 출신 등 기획통들이 잘나간다는 게 큰 문제인데, 이제는 검찰국과 청와대가 인사를 통해 일체화하는 것 같다”며 “검찰 상층부의 정치화는 더 심해지고, 일선 검사들의 박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환봉 이경미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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