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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정부, 남북관계 복원해 ‘환동해 경제협력’ 주도해야”

등록 2014-05-15 17:34

주강현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 원장(오른쪽부터)과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대표, 권세은 경희대 인문한국사업 환동해지역연구센터 소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옥상 정원에서 나란히 앉아 동해의 미래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정용 기자 <A href="mailto:lee312@hani.co.kr">lee312@hani.co.kr</A>
주강현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 원장(오른쪽부터)과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대표, 권세은 경희대 인문한국사업 환동해지역연구센터 소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옥상 정원에서 나란히 앉아 동해의 미래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한겨레 창간 26년 특집, 떠오르는 환동해]
좌담/동해 ‘동북아 협력’의 바다로
동해는 동북아 협력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는 다채로운 경력을 가진 전문가 3명이 모여 동해를 주제로 머리를 맞댔다. 민속학자 출신 해양 전문가인 주강현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 원장은 동해의 역사적 의미와 미래적 가치를 구성진 입담으로 풀어냈고, 북한 경제를 연구하다 현재는 남북물류포럼을 이끌고 있는 김영윤 회장은 환동해 협력을 위해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냉철하게 지적했다. 경희대에서 환동해지역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권세은 러시아어학과 교수는 지역 네트워크 활성화라는 새로운 의견을 제시했다.

다양한 의견과 주장 속에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환동해권의 부상은 필연적이며,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한반도가 환동해권 협력의 핵심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다만 정권 차원의 짧은 안목이 아닌 국가 차원의 긴 안목으로 협력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회 동해는 그동안 변방의 바다였다. 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나?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회장(이하 김) 동해는 역사적으로 우리에게 매우 중요했다. 제국주의 시절 일본에는 대륙 진출의 통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끝 부분이고, 근대에 일본이 해양국가로 발돋움하면서 버려졌다. 그러면서 우리에게도 닫힌 바다가 되어 버렸다.

권세은 경희대 환동해지역연구센터 소장(러시아어학과 교수·이하 권) 환동해라고 하면 한반도와 일본에서는 국가 전체가 거의 다 포함되는 개념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러시아나 중국은 다르다. 중국은 영토가 아시아 전역에 걸쳐 있고, 러시아는 극동아시아 지역이 국가정책의 가장 후순위에 있다. 우리는 환동해를 국가 단위로 생각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아닐 수 있다. 환동해 협력을 중심에 두는 중국의 창지투 계획이나 러시아 극동지역 개발은 아직까지 지방 개발계획의 성격이 강하다.

주강현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장(제주대 석좌교수·이하 주) 냉전 시절 중국과 러시아는 동해를 이용할 여력도 관심도 없었다. 남한과 북한의 경우 분단되면서 남쪽은 사실상 섬이 되어 버렸고, 북쪽은 두 개로 나뉜 바다를 갖게 됐다. 일본은 일본대로 동해를 ‘사라진 바다’라고 얘기하고 있다. 문제는 탈냉전 이후에도 우리를 옥죄는 정치적 갈등이 극복되지 않았고,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훌륭한 지리적 요인을 정치적 요인이 압도하고 있다.

사회 동해가 협력의 바다로 발전할 가능성은 무엇인가?

경제적인 측면에서 봐야 한다. 교역과 협력이 많아질수록 환동해권이 살아날 수 있다. 환동해권은 지정학적으로 갖는 의미가 매우 크다. 이데올로기 문제 등 인식의 변화만 동반된다면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 중국과 북한이 크게 변하고 있다. 중국은 내부 자원을 활용한 성장이 최정점을 찍었다. 좀더 큰 효율성을 실현해야 할 단계에 와 있다. 환동해가 일본과의 경제적인 관계를 새로 창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북한도 마찬가지로 자체적인 성장이 필요하다. 북-중 관계로 본다면 환동해가 상당히 활성화할 가능성이 있다.

동해를 ‘변방의 바다’라 하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 봐서 그런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신라와 발해의 주 무대였고, 한반도와 일본 간의 주요 통로이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 때만 해도 일본은 우리 청진이나 함흥 등 함경도 지방에 중화학 공업단지를 건설했고, 동해를 이용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해방 이후 원산에서 실은 명태가 동해~남해~황해를 거쳐 인천까지 왔다. 동해가 홀로 있었던 게 아니다. 최근 들어 활용도가 떨어지면서 일본이나 한반도, 중국 등에 의해 변방이 됐지만, 앞으로는 바뀔 것이다. 동해가 21세기의 중심 바다가 될 것이다.

사회 동해가 협력의 바다로 가는 것을 제약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결정적인 게 꽉 막힌 남북관계이다. 한국은 참여하지 못하고 있지만, 중·러는 북한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크다. 북한과 나눠지면서 남한은 사실상 섬이 됐다. 이런 판도가 환동해 협력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누구나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남북관계는 풀리지 않고 있다. 중국의 동진정책과 러시아의 남진정책이 북한과 연결되고 있다. 중국은 동북 3성 발전을 위해 12개 통로를 뚫고 있는데 이 가운데 9개를 북한과 연결한다. 남한이 환동해 협력에 참여하고 경제의 활력을 찾기 위해서라도 남북관계가 복원돼야 한다. 이게 안 되면 돌파구를 만들기가 힘들다. 특히 한반도는 남북 분단 때문에 환동해를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위축돼 있다. 북한의 경우 독자적인 체제 구축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바깥으로 뻗지를 못하고 있다.

주강현 원장

“동해는 21C 중심바다·부산은 허브항

물류 선점 위해 대륙과 연결해야

환동해 미래 보석 ‘나진’ 주목”


김영윤 회장

“한반도 ‘동북아 핵심 거점’ 인식

나진·선봉 지역개발 과감하게 동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실현시켜야”


권세은 소장

“개성공단처럼 5·24조치 나진 예외로

정권 차원·국가 차원 구분해긴 안목으로 남북관계 풀어야”

한반도의 분단이 큰 걸림돌인 것은 맞다. 문제는 남북관계의 복원은 북핵 문제의 해결과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중국과 미국, 러시아 등의 외교정책의 큰 틀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도련(島<93C8>)정책(황해와 동중국해, 남중국해 등을 내수(內水)로 하는 정책)을 펴고 있고, 러시아나 일본도 동해에서의 핵심 이익을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환동해를 둘러싼 국가들의 협력이 기본적인 큰 틀 속에서 제한적인 경제협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본다.

인종적인 문제가 있다. 중국은 북한과 붙어 있기 때문에 연변에 사는 조선족을 늘 신경 쓴다. 남북이 통일됐을 때를 대비하는 차원이다. 러시아는 중국을 고려하면서, 한국 사람을 이용해서 중국의 ‘황색 바람’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화약고 수준이 되지는 않겠지만 이런 인종적, 민족적 문제에 대해 대처해야 한다. 세 나라가 다 신경을 써야 한다.

사회 남북관계가 지역협력을 가로막는 장애물임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이를 남북이 자체적으로 풀기가 힘들다는 것인데, 이 문제를 주변 국가와의 협력 속에서 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가 남북문제의 해결을 주도하지 않은 채 주변국과의 협력에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죄송하지만 낮다고 본다. 왜냐하면 우리가 원하는 부분과 러시아나 중국 등 다른 나라가 원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모두가 자국의 이해관계에서 환동해를 바라본다. 중국은 우리가 북한과 갈등관계에 있는 것을 좋아할지 모른다. 미국도 동북아 지역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게 미국에 더 이익일 수 있다. 주변 국가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해양적 차원에서 보자. 환동해는 세계 해양사에서 낙후된 곳이다. 특히 항구도시끼리 네트워크가 없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예컨대 유럽의 발틱 지역은 에스토니아나 독일의 일부 지역 등을 통해 한자동맹권을 맺었다. 나라를 떠나 도시간 물류 네트워크가 있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환동해 지역은 대부분 새로 생겼다. 러시아도, 중국도, 한국도, 일본도 국가 자체가 근대의 산물이다. 소통의 역사가 없진 않았지만, 근 100년 이상은 그런 관계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국가 차원이 아닌 도시간 네트워크를 맺어 나가면 이 문제를 풀 수 있지 않을까.

사회 환동해에서 풀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

지금 환동해권에는 두 개의 요소가 부닥치고 있다. 정치·역사·군사적 갈등이 한 부분이고, 경제적 협력의 필요성이 또 한 부분이다. 문제는 정치·역사적 갈등이 경제적 필요성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환동해 협력이 이뤄지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어떻게 경제적 부분을 활성화할 수 있을까인데, 남한의 역할이 가장 크다고 본다. 우리는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잘 보고 거기서 틈새를 찾아 거점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 몽골이 모두 나진, 선봉을 거쳐 바다를 지배하려 한다. 우리가 뒤처지면 안 된다. 러시아는 이미 북한과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훈춘을 거치지 않고 투먼을 거쳐 청진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한반도가 동북아의 핵심 거점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위한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나진, 선봉과 우리를 반드시 연결시켜야 한다. 나진, 선봉에 들어가 지역개발에 과감하게 동참하고, 국제 물류기지가 될 수 있도록 우리의 기술을 전수해 줘야 한다.

물류를 선점하는 관점에서 우리의 허브항인 부산을 이용해야 한다. 부산은 이미 동아시아의 허브이다. 유럽, 미국 등까지도 갈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이 허브항이 대륙의 거점을 갖지 못하고 있다. 그것을 연결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부산이 라이벌 항인 중국 상하이의 양산항과 대결할 수 있고 압도할 수 있다. 속초, 포항 등도 살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사회 북한이 문을 여니까 동해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북한이 자기 성장동력을 어떻게 높여야 하나?

앞서 얘기가 나왔지만 우리가 주목할 곳은 나진이다. 중국은 동해 쪽으로 항구가 없다. 중국은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동해로 나와야 한다. 몽골도 러시아와 중국에 가로막혀 물동량을 뺄 수가 없다. 결국 북한으로 나와야 한다. 나진 항구는 입지가 매우 좋다. 수심이 보장돼 있고 부산이나 중국의 항구들처럼 막히지도 않는다. 북한 입장에서 나진은 아주 중요한 항구로 부각된다. 정치적 문제만 해결되면 나진은 보석으로 빛날 거다. 환동해의 미래 보석은 나진이다.

나선 지역은 현재도 적극적인 협력으로 가는 분위기이다. 5·24조치가 있어도 개성공단이 돌아가는 것처럼 나진도 예외가 되어야 한다. 핵이나 정치·안보는 남한이 해소하고 싶다고 해서 해소가 되는 부분이 아니다. 우리가 섬으로 남겠다고 하면 안 되고, 정권 차원과 국가 차원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 5년마다 선거를 하니까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데 길게 보고 남북관계를 풀어나가야 한다.

한국 정부가 ‘환동해권의 주력으로 북한이 부상하고 있다’는 점을 북한에 계속 알려줘야 한다. 북극 항로의 교두보와 허브가 될 수 있다고 깨우쳐 줘야 한다. 그런데 말로만 하면 안 된다. 관계 개선을 함으로써 깨우쳐 줘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동북아 협력 구상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이쪽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동북아 구상을 가만히 놔두면 100% 국내용이 되어 버린다. 정부가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쪽으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 투트랙으로 가져가야 한다.

진행 강태호, 정리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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