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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동해로 가는 길 뚫으려…‘차항출해’, 나진항으로

등록 2014-05-15 13:41수정 2014-05-15 13:45

지난달 25일 중국 지린성 훈춘시 팡촨 용호석각에서 바라본 북한 두만강역 부근. 사진 중앙 부분에 열차가 서 있고, 아랫부분에는 북한 주민들이 소를 써 농사 준비를 하고 있다. 팡촨/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지난달 25일 중국 지린성 훈춘시 팡촨 용호석각에서 바라본 북한 두만강역 부근. 사진 중앙 부분에 열차가 서 있고, 아랫부분에는 북한 주민들이 소를 써 농사 준비를 하고 있다. 팡촨/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한겨레 창간 26년 특집, 떠오르는 환동해]
지척에 바다 두고도 항만 갖지못해
북·러 국경맞댄 변방도시 ‘훈춘’
동북아 물류의 거점 국제도시 꿈꿔
나진항 제1항구 장기 임대하고
도로 건설 등 북한 인프라 ‘박차’
지난달 25일 중국 동북부 지린성 훈춘시에서 두만강을 따라 동쪽으로 70여㎞를 내달렸다. 국경은 바다까지 나가지 못하고 강 하류 부분 팡촨(방천)에서 멈췄다. 멀리 10여㎞ 떨어진 곳에서 하늘빛 동해가 아른거렸다. 동해는 북한과 러시아 차지였다. 해안선이 1만4000여㎞에 이르는 중국이지만 동해 쪽으로는 단 1㎞도 열려 있지 않았다. 현지에서 만난 한 조선족 관광객은 “한눈에 삼국(북-중-러)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국경이 막힌 답답한 곳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 왜 중국은 동해 개발에 나섰나?

동해를 둘러싼 남-북-중-러-일-몽 6개국 가운데 환동해 주도권 다툼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동해가 막힌 중국이다. 특히 중국의 동북 지역 3개성 가운데 랴오닝성을 제외한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은 지척에 바다를 두고도 항만을 갖지 못한 내륙이다. 이 때문에 물건을 만들더라도 서해 쪽 다롄(대련)항으로 기차나 도로를 통해 상당한 거리를 운송해야 하고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치명적인 요소다.

동해 쪽 출구를 갖지 못한 중국은 ‘차항출해’(借港出海), 즉 항구를 빌려 바다로 나가는 전략을 세웠다. 북한·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변방도시 훈춘을 거점으로 삼고, 바다로 나가는 항구로 북한의 나진항을 택했다. 변화무쌍한 동북아 정세를 업고 중국 동북 지역의 거점도시로 선택된 훈춘은 2008년 ‘항무국’(港務局)을 만드는 등 환동해권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구 25만여명의 작은 도시 훈춘은 ‘인구 100만의 국제도시, 동북아 물류의 거점도시’를 꿈꾼다. 훈춘시의 한 항무국 직원은 “우리에겐 항구가 없지만 동해가 가깝다. 북한 나진항과 연계해 국제 물류 도시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 차원의 개발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2012년 5월 지린성 정부는 훈춘에서 ‘투먼강(두만강) 지역 국제합작시범구’ 착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했다. 2020년까지 90㎢ 면적에 국제산업 합작구 등 4개 구역을 개발한다. 중국이 훈춘 개발에 공을 들이는 또 다른 이유는 앞으로 진행될 동북아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남북통일과 러시아의 극동개발 전략, 일본의 동해 진출 등에 맞서려면 자국의 동북 지역을 개발하는 것이 경제적 우위뿐 아니라 정치·외교적으로도 필요하다. 중국은 동해를 통해 북극해 항로도 개발하려 하고 있다. 주강현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장은 “중국의 원대한 꿈이다. 포화 상태인 다롄 등 동남부 항구 대신 동북부의 동해를 통해 물류의 길을 뚫으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지린성 훈춘에 있는 화력발전소 모습.(위) 지린성 훈춘의 도심. 사진의 오른쪽은 훈춘 재래시장.(아래) 훈춘/이종근 기자root2@hani.co.kr
중국 지린성 훈춘에 있는 화력발전소 모습.(위) 지린성 훈춘의 도심. 사진의 오른쪽은 훈춘 재래시장.(아래) 훈춘/이종근 기자root2@hani.co.kr
중국의 동북지역 개발에 발맞춰 한국 기업도 진출해 이에 대비하고 있다. 포스코건설과 현대상선이 함께 훈춘에 건설하고 있는 물류단지가 대표적이다. 올해 말 1단계 공사를 마치고 영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윤승현 연변대 경제관리학원 외국인 교수는 “남북이 통일되거나 남북간 교류가 활발해질 경우 훈춘의 경제적 가치가 훨씬 중요해질 것”이라며 “이를 대비한 남한 기업들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차항출해 전략의 핵심, 북한 나진

북한 함경북도 나진항은 중국 입장에서는 탐나는 요소를 두루 갖췄다. 수심이 깊은 천혜의 항구로, 큰 배가 오갈 수 있고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 2009년 정부가 두만강 지역 개발을 위해 내놓은 창-지-투(창춘~지린~투먼) 개발 계획의 핵심 도시인 훈춘과는 약 50㎞ 떨어져 있다.

중국은 동북 지역 개발을 본격화한 2000년대 이후 나진항의 제1항구를 장기 임대하고, ‘중-조 나선경제무역구관리위원회’를 꾸려 공동 관리에 나서는 등 북한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밖에도 중국은 중국 쪽 세관(취안허)과 북한 쪽 세관(원정리) 사이의 두만강 다리를 새로 놓고, 북한 쪽(원정~나진) 도로를 새로 까는 등 북한 지역 인프라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훈춘발전소를 통해 6만6000㎾ 상당의 전기도 올해 안에 공급할 계획이다. 한 중국동포(조선족) 사업가는 “중국이 북한에 공들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보다 더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지난해 북한의 핵실험 이후 공사나 관광이 중단되는 등 북-중 관계가 주춤했지만 올해부터는 다시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 중국의 협력 관계는 항구뿐만 아니라 노동력 부문에까지 이뤄지고 있다. 인구 14억의 중국이지만 동북 지역은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과 북한을 오가며 일하는 한 일본인 사업가는 “투먼시에만 북한에서 파견된 노동자가 1000여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25일 방문한 투먼 경제개발구 내 기숙사 앞마당에는 북한 노동자 50여명이 롤러스케이트를 타거나 짝을 지어 배구를 하고 있었다. 과거 시베리아에 벌목공을 수출하던 북한은 이제 중국 공업지대에 노동자를 수출하고 있었다. 경색된 남북관계 탓에 공장을 관리하는 중국인들은 북한 사람들과 한마디도 나누지 못하게 했다. 한반도에서 남북이 다투는 사이 북한은 중국과 손잡고 저만치 걸어가고 있었다.

훈춘·투먼/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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