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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집에 사람 안들이고 1대1 통화만
참모들끼리 자유토론 기회 필요

등록 2013-01-30 20:08수정 2013-01-30 22:29

방콕리더십→투명리더십
인수위에 발표내용 기습지시
“조직원 모르는 점조직 같다”
“경호실 승격땐 불통 키워” 우려
“독신인 박근혜 당선인이 청와대에 들어가면, 그 구중궁궐에서 혼자서 외로움을 어떻게 견딜 것인가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는 박 당선인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박 당선인은 1979년 이후 평생 혼자 산 사람이다.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하고, 여럿이 같이 있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대통령 집무실을 비서동으로 옮기자, 본관에 수석실을 넣자고 하는데, 박 당선인은 (본관에 대통령 집무실만 있는) 현재의 청와대 구조를 더 좋아할 것이다.”

박 당선인 주변 한 인사의 말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안팎에선 박 당선인의 업무 형태를 꼬집어 ‘방콕 리더십’, ‘삼성동 리더십’이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박 당선인이 인수위 출범 뒤에도 특별한 행사가 아니면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도 나가지 않고 대부분의 일을 삼성동 자택에서 처리하고 있는 것을 빗댄 표현이다.

박 당선인은 삼성동 집에서 통상 업무를 보는데, 인선 등 특히 기밀이 요구되는 일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집에는 사람을 들이는 법이 거의 없고, 측근들과 필요한 소통은 전화로 한다. 전화로 하다 보니,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전달할 뿐 토론이나 피드백이 이뤄지기 힘든 구조다.

김용준 총리 후보자의 낙마를 계기로 더 거세진 ‘수첩 리더십’, ‘보안 리더십’, ‘불통 리더십’ 등에 대한 비판은 이처럼 대면과 대화를 통한 소통을 어렵게 하는 박 당선인의 협소한 공간 활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박 당선인은 ‘취임 전 점령군처럼 행동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외부 활동을 자제한다지만, 이는 국민과 떨어져 고고한 성안에 외따로 자리를 잡고 지시를 내리는 ‘원격조종 리더십’으로 비칠 가능성도 크다.

실제 인수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참모들조차 발표 지시를 전날 밤, 당일 오전, 심지어 몇 분 전에 ‘통보’받고 있다. 대변인이 오전에는 “발표가 없을 것”이라 했다가, 오후에 갑작스레 발표장에 나서는 장면은 인수위의 익숙한 풍경으로 자리잡았다.

박 당선인의 이런 ‘방콕 리더십’은 인사 문제나 국정 방향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토론할 수 있는 의견그룹 형성을 방해하는 측면이 있다. 당선인과 참모가 ‘일대일’로는 대화를 나누더라도, 대화를 나눈 참모들끼리 함께 소통할 공간도 마련되지 않는다. 과거 고 김근태 의원이 열린우리당 의장 시절,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계급장 떼고 붙어보자”고 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이른바 ‘계급장’ 달고 토론하는 것을 즐긴 편이었다면, 박 당선인은 ‘아랫사람들’과의 토론 자체를 기피하는 경향이 짙다. “제가 약속하면, 여러분이 책임지셔야 한다”는 식에 익숙할 뿐이다.

참모들도 당선인이 누구와 의견을 나눴는지 서로 모르고, 이러다 보니 참모들 사이에서 인사나 정책과 관련해 반론과 재반론 등 검증을 거친 ‘공감대’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측근들끼리 서로 교류가 안 되니, 박 당선인을 중심으로 서로 조직원이 누군지 모르는 거대한 점조직에 속해 있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박 당선인이 현 청와대 경호처를 장관급 독립기구인 경호실로 승격시키겠다고 밝힌 대목도 박 당선인의 ‘고립과 불통’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박 당선인의 한 측근조차 “보안과 차단을 중시하는 경호처가 독립된 기구로 힘을 쓰면 박 당선인의 ‘나홀로’ 스타일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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