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정세균 민주당 대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수습불가’ 정몽준 대화뜻 접고 야당 비난
“갈지자 행보로 혼선만 가중”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21일 민주당을 맹비난했다. 그는 당 최고위원회에서 “민주당의 불법 투쟁은 국회는 물론 국가 위상을 실추시키는 행위로 민주당은 다수결 원칙을 지킬지, 소수결 원칙을 채택할지를 논의해야 한다”며 “이는 4대강 사업이나 내년도 예산안 처리보다 중요한 의제”라고 했다. “국회 점거·폭력사태 근절방안을 모색하는 게 국가 백년대계를 세우는 것”이라고도 했다. 전날 “민주당이 예결위회의장 점거를 풀고, 4대강 의제를 철회하라”며 스스로 제안한 대통령+여야 대표간 3자 회동을 슬며시 거둬들인 뒤 나온 비난이다. 불과 대엿새 전 만해도 여야 대표회동과 대통령+여야대표 회동을 잇따라 제안했지만, 청와대와 당내 친이 주류의 ‘3자 회동’ 반발에 뜻을 접고 화살을 민주당으로 돌린 것이다. 당에선 정 대표의 이런 ‘롤러코스터 행보’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한 부산지역 초선 의원은 “정 대표가 꼬인 정국을 정리하긴커녕 갈짓자 행보로 혼선을 가중시켰다”고 비판했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소신에 따라 3자 회담을 꺼냈다면 뚝심있게 주장을 펴든지 했어야 하는데 어정쩡하게 됐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당내 지분이 없는 정 대표의 한계론도 나온다. 영남권 초선의원은 “대표직을 승계해 대표성이 약한 데다 스스로도 당 대표의 권한과 역할을 제대로 행사하거나 수행하지 못한 채 현실에 안주하고 순응하고 있다”며 “결국 이러면 ‘정 대표 체제는 과도기적 체제’라는 인상만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정 대표 쪽은 비난을 다 떠안기는 억울하다는 분위기다. 한 측근은 “(청와대가 정 대표에게) 현안은 잔뜩 떠넘기면서 권한은 쥐꼬리만큼만 주고 있지 않느냐”며 “이번 사태로 사실상 여당에 군림하는 대통령이라는 존재를 보여줬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후퇴불가’ 정세균 “대통령이 나서라”
청와대 조준 3자회동 압박 “이제 청와대가 직접 답할 차례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21일 여·야·청 3자 회담의 수용 여부를 직접 밝히라고 이명박 대통령을 거듭 압박했다. 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이 대통령을 만나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하고 싶어하는 말을 전달하고, 필요하면 4대강을 비롯한 현안에 대해 깊은 토론을 하고 싶다”며 “대통령은 거절하지 말고 조건 없이 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대표가 전날에 이어 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나선 까닭은 4대강 예산 삭감의 ‘결정권’을 이 대통령이 쥐고 있다는 본질을 드러내, 민주당의 ‘예산 투쟁’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제안하고 야당 대표가 수용한 회담을 청와대가 거부해 국회가 파행으로 치닫게 된다면, 그 책임은 한나라당과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려는 것이다. 4대강 예산을 “대운하 의심 예산”, “대통령 예산”이라고 표현하며 “정국이 꽉 막히고, 특히 예산안 처리가 진척이 안 되는 상황에 대해 책임감을 가장 많이 느낄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과 여당 대표”라고 화살을 돌린 것도 이런 계산에 따른 것 같다. 정 대표의 이런 발언에 발맞춰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 없이는 계수조정소위 구성은 물론, 예산안 처리에 참여할 수 없다며, 4대강 예산 반대 투쟁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우호적인 여론조사 결과도 이 대통령을 직접 압박하는 지렛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정책연구소가 전날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10명 중 6명(57.8%)이 “청와대 영수회담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4대강을 포함한 내년 예산안은 여야 영수회담을 통해 합의처리해야 한다”고 답변한 사람도 10명 중 7명(73.6%)에 달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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